“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숙주는 천산갑”

유사 질병 막으려면 야생동물에 대한 노출 줄여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을 통제하고 치료하려면 원인 바이러스의 출처와 확산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스나 메르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은 사향고양이나 낙타와 같은 중간 숙주를 거쳐 인간에게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의 중간 숙주는 어떤 동물일까? 이에 대해 학자들 사이에서는 포유류나 조류를 비롯한 천산갑이나 뱀 같은 야생동물들이 거론돼 왔다.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되고 있는 천산갑이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중간 숙주라는 연구가 나왔다. ⓒ Wikimedia / Piekfrosch at German Wikipedia

수용체 결합 영역에서 강력한 유사성 보여

홍콩과 중국 및 호주 과학자들은 최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26일 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말레이 천산갑(Malayan pangolins)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를 내놓았다.

코로나19는 발병 초기부터 야생동물을 판매하는 중국 우한의 수산물 시장이 발원지가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사스나 메르스 사태에서 보듯 박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원천 저장소 역할을 할 가능성은 높지만, 인간으로의 전파를 용이하게 했을 수 있는 중간 숙주가 어떤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화난농업대 연구팀은 지난 2월 초 천산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잠재적 숙주일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천산갑은 비늘 갑옷을 두른 개미핥기와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는 온순한 포유류로,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서 약용이나 정력제로 수요가 높아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연구팀은 중국 남부 지방의 밀수 방지 정책에 따라 압수한 말레이 천산갑에게서 SARS-CoV-2와 관련된 코로나바이러스를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천산갑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메타게놈 시퀀싱을 실시해 SARS-CoV-2 관련 코로나바이러스의 두 가지 하위 계통을 식별해 내고, 이중 하나가 수용체 결합 영역에서 SARS-CoV-2와 강력한 유사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천산갑 코로나바이러스에서의 복수 계통 존재와 SARS-CoV-2와의 유사성이 발견됨에 따라 천산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행병 발원의 호스트로 간주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동물 유래 감염을 막기 위해 천산갑을 수산시장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이 천산갑이 어떻게 코로나바이러스를 보유하게 됐는지는 분명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노란색)의 주사전자현미경 사진. ⓒ NIAID

단백질 서열 91% 일치

한편 이에 앞서 미국화학회(ACS)의 기관지 ‘프로테옴 리서치’(Journal of Proteome Research) 22일 자에는 뱀이 신종 코로나 감염병(COVID-19)의 중간 숙주라는 주장과, 코로나바이러스 핵심 단백질이 HIV-1 단백질과 유사하다는 주장을 반박하고, 천산갑이 박쥐와 사람 간 코로나19 감염의 ‘잃어버린 연결 고리’일 것이라는 연구가 게재됐다.

미국 미시간(앤 아버)대 전산 의학 및 생물화학과 양 장(Yang Zhang) 교수팀은 이전 연구와 비교해 더 새롭고 정확한 생물정보학 방법과 더 큰 데이터세트를 이용해 SARS-CoV-2 게놈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4개 영역이 SARS-CoV-2와 HIV-1 사이에 고유하게 공유됐다는 주장과는 대조적으로, 네 개의 시퀀스 세그먼트가 박쥐 코로나바이러스를 포함한 다른 바이러스들에서 발견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또 뱀을 중간 숙주로 제안한 다른 연구자의 분석에서 오류를 찾아낸 뒤, 천산갑 조직에서 SARS-CoV-2와 유사한 DNA와 단백질 서열을 탐색했다. 병든 천간갑의 폐에서 나온 단백질 서열은 인체에 감염된 SARS-CoV-2의 단백질과 91%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얀마 시장에서 불법으로 거래되고 있는 천산갑을 비롯한 야생동물들. ⓒ Wikimedia / Dan Bennett

천산갑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수용체 결합 영역은 SARS-CoV-2와 비교해 다섯 개의 아미노산만 달랐다. 인간과 박쥐 바이러스 단백질 간에는 19개의 차이점이 있다.

연구팀은 이번 증거로 볼 때 천산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가장 가능성 높은 중간 숙주라고 보고 있으나, 다른 중간 숙주도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미래 유사 질병 막으려면 야생동물 노출 피해야”

네이처 논문 공저자로 참여한 호주 시드니대 진화 바이러스학자인 에드워드 홈스(Edward Holmes) 교수는 “이번 코로나19 발병에 천산갑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천산갑 바이러스가 인체에 감염된 코로나바이러스와 몇몇 유전적 영역에서 매우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홈즈 교수는 “야생동물이 미래에 사람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많은 코로나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하고, “이번 코로나19 대유행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야생동물 거래를 금지하는 등 사람이 야생동물에 노출되는 기회를 줄여야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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