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핵심소재 등의 수출 규제 조치를 내리면서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과학기술연차대회’에 참석한 과학자들 역시 한‧일 간 갈등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은 제조업 업그레이드로’라는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과학자들은 일본 정부가 그동안 국가 간에 구축해온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을 깨뜨렸다며, 사태 악화를 크게 우려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국내 제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4일 코엑스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과학기술연차대회’ 심포지엄 장면. ⓒ 이강봉 / ScienceTimes
지금 세계는 ‘글로벌 가치사슬’ 시대
‘가치사슬(Value Chain)’이란 맥킨지 컨설팅에서 최초로 제시하고,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M. Porter) 교수가 발전시킨 개념이다.
포터 교수는 기업이 제품 또는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원재료, 노동력, 자본 등의 자원을 결합,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과정을 ‘가치사슬’이라는 모델로 정립했다.
‘글로벌 가치사슬(GVC)’이란 용어는 말 그대로 ‘가치사슬’이란 개념에 ‘세계화’ 개념을 결합시킨 것이다.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기업들이 생산‧판매 과정을 서로 분담하면서 상품 경쟁력을 키워왔다.
지금 세계 주요 기업들은 소재‧부품 생산에서부터 설계, 생산, 유통, 사용, 폐기 등 생산‧판매 전 과정에 이르는 기업 활동을 분담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 거대한 협력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 ‘제조업(manufacturing)’이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나노융합2020사업단 박종구 단장은 “지금 전 세계가 제조업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과학자들은 한국 제조업이 국제적으로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 간의 기술을 공유하고, 기술 표준화를 앞당기며, 공유경제‧순환경제 등 외부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강봉 / ScienceTimes
박 단장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큰 충격을 받은 주요 국가들이 서비스업에서 제조업으로 다시 눈을 돌리기 시작해 지난 10여 년 간 3D프린팅, 나노소재 개발, 지능형 기술 등을 통해 제조업 환경을 급속히 첨단화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탄생한 것이 ‘글로벌 가치사슬(GVC)’이다.
또한 그는 “저비용으로 고가의 고품질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한 기업 간의 치열한 경쟁이 국경을 넘어 분업 형태를 구축했으며, 지금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은 이 GVC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치사슬이 깨진다면 관련 기업은 물론 국가 간 서로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을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에 박 단장은 “다른 선진국들과 대등한 관계에서 GVC를 위한 협력을 수행해나가기 위해서는 국제적 위상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인간 중심의 ‘스마트 제조업’으로 거듭나야
박 단장은 한국 제조업이 국제적으로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 스스로 ‘갖고 있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반도체 소재와 관련, 첨단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을 때 일본이 지금처럼 소재 공급 제한 조치를 취하며 한국을 위협하지 못한다는 것.
그는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한국이 독자적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은 제한적”이라며, “신기술을 새로운 첨단 제조기술로 빠르게 전환시켜 세계를 움직이는 글로벌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또 “첨단 제조업을 위한 새 판을 짜기 위해 국가 산업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기업 간의 기술을 공유하고, 기술 표준화를 앞당기며, 세계적 추세인 공유 경제, 순환 경제 등 외부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수 있도록 제조업 플랫폼을 구축해, 강대국의 기술 발목 잡기 움직임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스마트 제조업(Smart Manufacturing)’을 한국 제조업의 발전 모델로 제시했다.
‘스마트 제조업’이란 4차 산업혁명에 있어 제조업의 모습을 상징하는 말이다. ICT,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을 적용, 고객 맞춤형 제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가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박진우 명예교수는 “2002년 동‧서독의 통일로 ‘유럽의 환자’란 별명이 붙었던 독일이 ‘스마트 제조업’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마트 공장’과 관련, 지멘스 최유순 부장은 ‘스마트 팩토리’가 인간 중심의 디지털화(Digitalization)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 등 놀라운 기능의 첨단 기술이 동원될 수 있지만 경쟁력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는 것.
최 부장은 “지멘스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인간 중심의 디지털화에 모든 노력을 기울였고, 이를 통해 지난 10여 년 간 직원 수는 크게 늘지 않았지만 13배에 달하는 생산성 향상을 도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멘스 생산라인에서는 사람이 없어도 제품이 통과되는 완전 자동화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인간 중심의 디지털화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면 “이런 성과가 기계나 기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남 삼성 부회장 등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
한편 이날 ‘2019 대한민국 과학기술연차대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2019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과 장석복 한국과학기술원(KAIST) 특훈교수를 시상했다.
김기남 부회장은 시스템 반도체 제조공정 및 설계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기술을 확보해 국내 시스템 반도체 산업을 도약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세계 최초로 14나노 핀펫 및 극자외선 적용 7나노 제조공정 기술, 고성능 시스템온칩 설계 기술, 첨단 이미지 센서를 개발했으며, 3차원 버티컬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상용화했다. 또한 1세대 10나노급 D램 및 2세대 10나노급 D램을 양산하는데 큰 업적을 남겼다.
장석복 교수는 기초과학 분야인 ‘탄소-수소 결합 활성화 촉매반응개발’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 결과를 ‘사이언스’, ‘네이처’ 등에 발표해 한국의 자연과학 위상을 높인 업적을 인정받았다.
2008년 탄소-수소 결합 활성화를 이용한 탄소-탄소결합 형성 반응을 발표했으며, 탄소-수소 결합 활성화를 통한 질소그룹 도입 반응을 개발했다. 아울러 감마-락탐을 얻을 수 있는 획기적인 비대칭화 이리듐 촉매반응을 개발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은 업적이 뛰어난 과학기술인을 발굴해 연구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두 명의 과학자에게 대통령 상장과 상금 3억 원을 각각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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