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수학 실력은 타고나는 것일까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수학 천재 유전자 찾기 프로젝트

개는 한 자리 수 정도의 간단한 산술 능력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일정 수량의 먹이를 잠시 보여준 후 일부를 빼거나 추가해서 줄 경우 먹이를 더 오랫동안 바라보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이 실험 결과 밝혀졌다.

훈련 받은 원숭이들은 간단한 덧셈을 할 수 있다. ⓒ morgueFile free photo

훈련 받은 원숭이들은 간단한 덧셈을 할 수 있다. ⓒ morgueFile free photo

훈련을 받지 않은 원숭이의 경우 3 이하의 수를 구분할 수 있다. 사과 2조각이 담긴 그릇과 3조각이 담긴 그릇을 주었을 때 어김없이 3조각이 담긴 그릇을 고르는 것. 하지만 수가 3이 넘을 경우 헷갈리기 시작한다.

미국 루이지애나대학 연구팀의 실험 결과에 의하면 양서류인 도롱뇽도 원숭이처럼 3까지의 수를 구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때문에 연구팀은 동물의 수학 능력이 수천만년 전부터 진화했을 거라고 추정했다.

원숭이가 훈련을 받으면 9까지의 수도 구분할 수 있다. 정밀한 실험 결과 그 같은 능력이 단순한 암기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간단한 수학적 규칙의 인지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놀라운 것은 비둘기도 원숭이와 똑같이 훈련을 받을 경우 1~9까지의 수를 구분하고 정렬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침팬지는 한 자리 숫자의 덧셈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은 숫자에 대한 감각이 모든 동물의 기초적인 능력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초식동물의 경우 과일이나 견과 등의 식물을 찾을 때, 그리고 육식동물은 어디에 가야 더 많은 먹잇감이 있는지를 숫자에 대한 감각을 이용해 판단한다는 설명이다.

원숭이들은 작은 숫자보다 큰 숫자에 주목해

그러나 인간이나 동물들의 뇌가 숫자를 인식하는 방법과 덧셈을 하는 방법을 과학계에서는 아직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 같은 두 가지 의문의 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연구결과가 최근에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 하버드 의대의 마거릿 리빙스턴 교수팀이 3마리의 히말라야원숭이를 실험실에서 훈련시킨 결과, 2개의 숫자를 더한 값과 제시된 하나의 숫자 중 어느 것이 더 큰 수인지를 구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사용된 숫자는 아라비아 숫자 0~9까지와 16개의 문자로서, 연구팀은 원숭이들에게 이 26개의 상징을 0부터 25까지의 값과 결부시키도록 만든 후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원숭이가 가능한 조합의 모든 수를 단순 암기한 것이 아닌지 검증하기 위해 기존의 숫자와 문자로 이루어진 상징 대신 게임 블록 같은 완전히 다른 상징을 제시한 결과에서도 기본적인 덧셈 연산을 척척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런데 실험 데이터를 더욱 자세히 분석하는 과정에서 연구진은 원숭이가 100% 정확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즉, 원숭이들은 ‘2개의 숫자를 더한 값’과 ‘하나의 숫자값’이 비슷한 경우 2개의 숫자를 더한 값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예를 들면 ‘8+6’보다는 13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과소평가는 상당히 체계적인 것으로 드러났는데, 연구진이 확인한 원숭이들의 덧셈 규칙은 먼저 둘 중에서 큰 숫자값에 주목한 다음 작은 숫자값의 일부만을 큰 숫자에 합산하는 것임이 밝혀졌다. 즉, 원숭이들은 작은 숫자보다 큰 숫자에 더 신경을 쓴다.

이는 “뇌는 큰 숫자를 항상 체계적으로 저평가한다”는 기존의 ‘대수적 부호화 이론’과 배치되는 결론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연구진은 뇌가 덧셈을 할 때 숫자를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한 단서를 이 연구결과가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 동물들에게서도 발견되는 이 같은 ‘숫자에 대한 감각’이 인간의 수학 능력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수학 실력이 월등한 이들은 천부적으로 뛰어난 수학적 재능을 갖고 태어난다는 의미가 된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연구팀은 지난 2011년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200명의 취학 전 어린이들(평균 나이 4세)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은 이들의 숫자에 대한 감각과 초기 수학적 능력을 측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숫자 추정 능력은 수학 성적과 연관 있어

예를 들면 5개의 노란 점과 6개의 푸른 점을 아주 짧게 보여주며 어느 것이 더 숫자가 많은지를 테스트하는 방식이었다. 또 100에서 얼마나 많은 10의 세트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숫자 개념 및 뎃셈과 뺄셈 문제 풀기, 아라비아 숫자를 읽는 능력 등에 대한 테스트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연구팀은 각기 다른 색깔의 점의 숫자를 세고 비교하는 과제에서 우수한 실력을 보인 어린이들이 아라비아 숫자와 간단한 산수를 더 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태어나면서부터 얻은 숫자 추정능력이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 성적과도 연관된다는 의미이다.

이 같은 연구결과 덕분인지는 몰라도 지금 미국에서는 ‘수학 천재를 만드는 유전자’ 찾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억만장자 기업가인 조너선 로스버그(Jonathan Rothberg)가 출범시킨 ‘아인슈타인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그는 MIT의 물리학자인 맥스 테그마크와 공동으로 미국의 일류 대학에 재직 중인 약 400명의 수학자와 이론물리학자들을 등록시킨 후 자신이 개발한 이온토렌트(Ion Torrent)라는 장비를 사용해 수학 천재의 공통 유전체를 분석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수학 천재의 유전자를 찾아내기 위한 이 프로젝트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천재적 재능이란 많은 유전자에 의해 영향을 받는 매우 복잡한 특징이므로 그 같은 소규모 집단의 샘플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편에서는 윤리적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만일 수학적 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유전자가 발견된다면 태아를 선택적으로 낙태시키거나 체외수정을 통해 탄생한 배아를 선별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반대로 수학 천재를 만드는 유전자가 밝혀지더라도 천재를 선별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기보다는 자녀의 적성을 발견해 발전시키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긍정적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조너선 로스버그는 프로젝트를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의 추진 목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아인슈타인은 언젠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우주와 관련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나는 우주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천재적 유전자를 찾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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