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게는 몸의 외표면이나 위·장과 같은 창자, 체강, 기도 등의 안쪽을 둘러싸고 있는 상피조직(上皮組織)이 있다.
그 안에 솔세포(Tuft cells)가 있다. 브러쉬 셀(brush cells)이라고도 하는데 세포들로부터 미세한 융모(microvilli)들이 솟아나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들이다.
이 세포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것은 1920년대 당시 소련에서부터다. 이후 이 납작하고 이상한 모양을 한 세포에 대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됐지만 그 기능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 정체가 밝혀지기 시작한 것은 8년 전이다.

100년 간 풀지 못한 수수께끼 해결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상하게 생각한 스탠퍼드 대학의 면역학자인 마이큰 호윗(Michael Howitt) 교수는 2011년 연구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탐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연구 성과가 지지부진했다. 연구 결과 일부 솔세포들이 혀에 있는 미각수용기처럼 화학적 감각 기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알아냈다.
그러나 장‧허파‧췌장‧요도‧쓸개‧비강 등 혀나 비강이 아닌 다른 부위에 화학적 감각 기능을 지닌 솔세포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할 수 없었다. 실제로 사람의 장기 내 공간이 있는 부분에는 어김없이 솔세포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동안 솔세포 연구에 참여해온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UCSF)의 면역학자 마크 앤더슨(Mark Anderson) 교수는 ‘사이언스’ 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특히 췌장과 요도에서 이들 솔세포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이 수수께끼가 밝혀지고 있다.
29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이 솔세포와 관련, 그동안 미지에 싸여 있던 기능을 밝혀내고 있다.
인체에 병원균이나 알레르기 유발 항원인 알레르겐(allergens) 등이 침투했을 때 그 통로를 지키고 있다가 화학적 감각 기능을 발휘해 이들의 침투 사실을 확인한 후 면역 시스템 등에 고지하는 보초병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상피조직 속에 들어 있는 솔세포는 면역세포, 신경세포가 아니다. 그러나 공격성 침투가 이루어졌을 경우 이를 재빨리 감지해 면역‧신경조직에 고지하는 식으로 협력하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생물학계는 물론 의료계 등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다른 세포들과 상호 신호를 주고받는 이 솔세포의 보초병 기능을 발전시켜 손상된 세포조직을 적기에 치료하고, 암을 조기 진단하며, 특히 면역세포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면역세포 역량 강화, 암 조기진단 가능해
관련 논문은 29일 ‘사이언스’ 지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Taste for danger’이다.
UCSF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수십 년 간 풀리지 않았던 이 신비한 세포의 수수께끼가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마침내 풀렸다고 말했다.
장기 내 빈곳마다 어김없이 조직돼 있는 솔세포가 허파‧비강‧췌장‧창자 등 각 부위에서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으며 특히 비강에서는 이웃 세포들로 하여금 박테리아를 소멸시킬 수 있는 화합물을 방출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세포조직 치료를 증진시키며, 가슴샘(thymus) 안에서 면역세포의 성장을 돕고 있으며, 췌장 내에서는 암세포의 발달을 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작용도 상존하고 있다.
어떤 부위에서는 암 세포를 억제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암을 돕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세계적으로 식중독의 원인이 되는 노로바이러스(norovirus)가 인체 내에 정착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천식과 같은 염증성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UCSF의 이번 연구 결과는 그동안 미지에 싸여 있던 솔세포의 정체를 밝혀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솔세포가 어떤 화학적 감각 기능을 적용해 어떤 병원균을 감지하고 있는지, 또 어떤 질병에 관여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에서 솔세포의 수수께끼가 밝혀진 것은 물고기 덕분이었다.
연구팀은 물속에 사는 어류들이 외표면에 화학성분들을 감지할 수 있는 솔세포가 발달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 세포들을 사람의 솔세포와 비교해가면서 연구를 진행했다.
면역학자인 리처드 록슬리(Richard Locksley) 교수는 “과거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포유류 동물들이 해안가로 퍼져나가면서 지금의 물고기들처럼 솔세포가 발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록슬리 교수는 “혀에서 다양한 맛과 향 등을 감지하고 있는 것처럼 물고기의 솔세포 역시 매우 뛰어난 기능을 지니고 있었다”며 “이런 비교 연구 방식을 통해 솔세포 내부 구조와 그 세부적인 기능들을 확인해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난 2016년 발표된 하버드대 연구 결과도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쥐 실험을 통해 보통 쥐보다 무균 쥐의 솔세포 수가 약 20배 가량 더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실험 결과를 통해 솔세포와 병원균 간의 상호작용을 확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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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3-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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