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복서 중 한명인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가 했던 말인 ‘나비처럼 조용히 다가가 벌처럼 쏜다’는 말은 조만간 미군이 실전 배치할 군용 오토바이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실전 배치될 군용 오토바이라면 기존 오토바이와 뭐가 다를까?
일단 오토바이 하면 떠오르는 요란한 엔진 소리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험한 지형의 전쟁터에서도 소음없이 달리면서 정찰 임무 등을 수행하거나 때로는 적진 깊숙히 침투할 수 있는 ‘스텔스’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특수전 병사들의 기동성을 개선하기 위해 소리가 거의 나지 않고, 다양한 연료 사용이 가능한 일명 ‘스텔스 오토바이’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개발에 성공한다면 미래 전장(戰場)의 새로운 공격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화하는 정도의 소음을 내는 스텔스 오토바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 육군에서 사용하는 오토바이는 순찰 용도나 주요인사의 경호 용도, 또는 의전 행사의 지원 용도 같은 업무에 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지난 2014년에 미 특수전 부대는 DARPA에 새로운 개념의 오토바이를 개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자신들의 임무인 적 후방에 은밀하게 침투할 수 있으면서도 기동성을 높일 수 있는 장비를 희망한 것.
이에 DARPA는 방위산업체 및 오토바이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계 공모전을 개최했다. 그리고 충족해야 할 설계 기준으로 △소리가 거의 나지 않을 것 △다양한 연료 사용이 가능할 것 △배터리만으로도 시속 42∼80㎞의 속도를 낼 수 있을 것 △언덕이나 자갈밭과 같은 험한 길도 주파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을 것 등을 제시했다.
여러 업체들이 공모전에 지원했지만, DARPA가 제시한 조건을 충족한 모델은 로고스테크놀로지스社의 ‘사일런트호크(Silent Hawk)’와 LSA오토노미社의 ‘나이트메어(Nightmare)’ 등 단 두 종류였다.
두 모델의 공통점이라면 기존 오토바이와는 차원이 다른 작은 소음과 다양한 연료를 활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DARPA의 관계자는 “두 모델 모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했기 때문에 연소기관으로 작동할 때는 80dB 정도고, 전기모터로 전환하면 55dB까지 소음 규모를 낮출 수 있다”라고 소개하며 “이 정도 소음은 음식물분쇄기에서 나는 소리와 비슷하므로 방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의 일상적 소음이라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하이브리드 연료 시스템도 탁월한 성능을 갖고 있다. 두 모델 모두 리튬배터리나 LPG 등으로 작동할 수 있고, 군용유로도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휘발유나 등유도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는 올리브유로도 가동할 수 있어서 보급 물자를 제대로 공급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활동해야 하는 특수부대 오토바이로 안성맞춤이다.
반면에 두 모델의 차이점이라면 무게를 꼽을 수 있다. 약 160㎏ 정도의 무게가 나가는 사일런트호크에 비해 나이트메어는 20kg 정도가 더 나가는 180㎏다. 민첩성에서는 사일런트호크가 뛰어나지만, 수송 능력은 나이트메어가 한 수 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DARPA 관계자는 “두 모델 모두 의료장비와 추적장비, 그리고 통신기기 등 외부 장치에 대한 동력까지 제공할 수 있다”라고 설명하며 “두 기종 중에 어느 것이 최종 선정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범죄자 체포 및 추적용으로 사용될 전기모터 오토바이
소리를 최대한 줄인 채로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스텔스 오토바이의 능력은 군사 분야외에도 범죄자 체포 같은 치안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의 전기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제로모터사이클즈(Zero Motorcycles)社가 선보인 스텔스파이터(Stealth Fighter)라는 이름의 경찰 전용 오토바이는 소리없이 범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미래형 경창 오토바이로 주목받고 있다.
스텔스파이터가 소리없이 범죄자에게 접근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엔진을 단 채 굉음을 내며 도로를 질주하는 기존 오토바이들과는 달리 전기모터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경찰이 타고 내릴 때 나는 소리나 오토바이가 달릴 때 나는 마찰음 정도 외에는 별다른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에 뛰어난 청각을 가진 범죄자가 아니라면 경찰이 다가오는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 개발사측의 설명이다.
설사 이런 예민한 청각을 가진 범죄자를 만난다 하더라도 경찰들은 그다지 염려할 필요가 없다. 스텔스오토바이는 전기로 작동하는 만큼 눈깜짝할 사이에 속도를 시속 158km까지 올릴 수 있어서 빠르게 현장을 탈출할 수 있고, 반대로 범죄자가 도망가면 즉시 쫓아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스텔스파이터는 미 로스앤젤레스시 경찰국에서 실전용으로 가능한 지 여부를 검증받기 위한 테스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스트가 순조롭게 마무리되어 스텔스파이터가 본격적으로 배치되면 이를 따라 하려는 움직임도 미 전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편 신개념 오토바이 중에는 스텔스 기능 외에도 절대로 넘어지지 않는 기능을 가진 오토바이도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넘어지지 않으면 부상의 위험성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재미 한국인 사업가인 대니얼 김(Daniel Kim)이 개발한 ‘C-1’이라는 이름의 오토바이는 자이로스코프(gyroscope)가 밑바닥에 장착되어 있어 절대 넘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자이로스코프란 좌우 균형을 유지하는 데 활용되는 시스템으로서 우주선이나 선박 등에 활용되고 있지만 스마트폰에도 장착되어 있는 장치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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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7-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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