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인

성년이 된 공제회, 과학기술 활동 마중물 역할 할 것

[과총 과학과기술 인터뷰대담] 김성수 과학기술인공제회 이사장

글 : 류준영 머니투데이 미래산업부 차장(과학과기술 편집위원)

“유례없는 ‘4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고유가)’ 때문에 조금 전에도 투자전략실장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다행히도 작년 말부터 이런 상황에 대비해 증권 쪽 자산을 선제적으로 조정했지만 중장기적으로 이어지면 수익률 관리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으니 제가 생각하는 마음의 마지노선이 좀 있어야 되겠다고 말씀드렸죠. 철저한 리스크(위험) 전략을 주문하고 논의 중입니다.” 과학기술혁신 본부장 이후 오랜만에 마주한 그는 이렇게 운을 뗐다.

연이은 악재로 경제가 힘든 상황이다.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기준금리 인상 및 전 세계 인플레이션 우려 등 버텨내기 힘든 일로 가득하다. 속단하긴 이르지만 향후 전망이 그다지 낙관적이지도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근 주식·채권 가격의 급락 장세 속에서 약 10조 원에 가까운 자금을 운용해야 하는 과학기술인공제회(이하 공제회)도 속이 타들어가긴 매한가지이다. ‘수익관리 빨간불’이 들어온 가운데 김성수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올해 1월 취임한 김성수 이사장은 취임식을 간소화하고 곧바로 업무 파악에 돌입했다. 경제 상황이 엄중한 시기인만큼 확고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그는 “장세가 한창 좋다가 올해부턴 자고 일어나면 수백억 원씩 떨어지고 있어요. 인플레다, 전쟁이다, 퍼펙트 스톰이 온다 등 대외적인 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향후 10년 앞의 공 제회 밑그림도 그려야 하고 할 일이 산더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맞설 파도가 있고 넘어갈 파도가 있는데, 지금은 슬기롭게 넘어가야 할 시기라고 본다”라고 진단했다.

과학기술인공제회는 2003년 과학기술인에 대한 효율적인 공제제도를 확립하는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다. 현재까지 10만여 명 회원과 10조 원이 넘는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물론 여타 교직원·군인·행정공제회에서 볼 때 큰 숫자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작은 덩치의 과학기술인공제회가 이뤄낸 결과로는 결코 작지 않다.

김 이사장의 리더십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그는 30여 년의 현장 연구와 한국화학연구원장직을 거치며 R&D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쌓아왔다. 동시에, 정부의 조(兆) 단위 연구예산 배분과 과학기술계 혁신 솔루션 도입 등 정책결정자로서의 경험까지 두루 겸비했다. 김 이사장의 이 같은 이력 덕에 과학기술계에선 그를 현 R&D 시장 의 향배를 가늠할 인물로 꼽는다. 그가 내놓을 새로운 경영정책에 대한 관심도 높다. 김 이사장은 우선 인사에 방점을 뒀다. “공제회에서 최근 6년간 자산운용본부장을 외부 공모를 통해 뽑았는데, 이번엔 과감하게 내부에서 뽑았어요. 내부에서도 역량이 충분하면 이를 키워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18년 이상 공제회에서 근무한 분을 본부장으로 승진시켰어요. 어려운 시기일수록 내부 직원들이 함께 뭉칠 수 있는 ‘모티브’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내부 현안을 잘 알면서도 외부 상황을 냉정하고 포괄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이사장은 과학기술인들을 위한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사업화 활성화까지 공제회의 전선이 넓어질 가능성도 내비췄다. 내년 공제회 창립 20주년을 앞두고 공제회관 건립과 공제회의 미래상 ‘N-SEMA 2033’ 수립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끝으로 그는 작년 6월부턴 ‘본질을 보자’를 화두로 삼고 있다며 ‘견월망지(見月忘指)’라는 사자성어를 들어 보였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끝을 보지 말고 달을 쳐다보라는 뜻이지요. 넓게 그리고 멀리 바라보면서 항상 우리 공 제회의 본질을 생각하되 업무는 디테일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생활 안정·복지 증진과 함께 ‘과학기술 활동 활성화’ 목표
“2026년 회원 15만 명, 자산 20조 원…공제회관 필요한 시기”

Q 취임 소감은.

A 저는 공제회 이사장이기 전에 개인적으로는 공제회에 다년간 연금을 납입하고 있는 회원이기도 합니다. 퇴직금을 비롯한 모든 자산이 공제회에 들어 있기 때문에 공제회가 잘 돼야 제 노후도 든든하게 지킬 수 있습니다(웃음). 공제회는 올해 1월 회원 10만 명이 넘어섰습니다. 자산 10조 원이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도 거뒀습니다. 지금까지 공제회가 과학기술인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앞으로는 공제회의 또 다른 설립목적인 ‘과학기술 활동 활성화’를 위해 내·외부 전문가, 회원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공제회의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나갈 것입니다. 공제회의 시작부터 발전 과정을 모두 지켜본 회원으로서 제가 쌓아온 인연과 경험들을 연결지어 앞으로 공제회의 새로운 미래를 그려나가겠습니다.

Q 과학자 출신으로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원장, 과기정통부 혁신본부장 등 다양한 조직 경험을 쌓았는데.

A 연구자 출신으로 R&D를 30년가량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많은 분들의 도움을 얻어 한국화학연구원 원장까지 올라갈 기회도 얻었습니다. 또 연구자 출신으로는 드물게 정부에 가서 일해본 경험이 약 3년 반 정도 됩니다. 2007년부터 1년 4개월간 과학기술부 과학기술혁신본부 생명해양심의관으로 일한 경험이 있고, 그것이 인연이 돼 혁신본부장으로 2년 1개월간 일했으니 다 합치면 약 3년 5개월 정도 됩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축 하나는 과학기술인으로서의 경험, 또 다른 하나는 정부에서의 정책 경험일 겁니다. 이를 연결짓는 데에서 제게 부족한 경험이 뭘까 생각해봤습니다.

혁신본부장직을 맡았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사태’ 때 거의 3조 원씩 매년 예산이 늘었습니다. 이전과 비교하면 약 10조 원 정도 차이가 납니다. R&D 비용이 이렇게 많이 늘었다면, 그 결과가 산업 쪽에서 나와야 합니다. 특히 소·부·장에서 이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고민을 끝없이 했습니다. 그래서 부처 간 이어달리기, 함께 달리기, 오래달리기 등 ‘달리기 3종 세트’를 내놨지 않습니까.

성과에 대해 고심하다가 투자의 개념까지도 한번 고려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연구결과가 성과로 이어지려면 우선 민간 자본이 들어와줘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중간에 ‘투자 브릿지’가 있어야 합니다. 거기서 제가 어떤 역할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려면 금융을 공부해야 했습니다. 금융 쪽에는 ‘R&D가 이렇습니다’라고 설명해주고 R&D 하는 분들껜 ‘금융하는 분들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며 중간에서 ‘매칭’시켜주는 겁니다.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 여기 오게 됐습니다.

Q 임기 내 꼭 추진하고 싶은 목표는.

A 내년 5월이면 공제회가 설립된 지 20년이 됩니다. 공제회는 지금까지 이곳저곳 이사를 다녀야 했습니다. 공제회관이 없다는 것은 사람으로 생각하면 자기 집이 없다는 말과 같습니다.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하면 큰 목돈이 들어갈 일이 남아 있어 투자에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공제회가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게 뿌리 내릴 수 있는 기반인 공제회관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공제회는 오는 2026년 회원 15만 명, 자산 20조 원의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큰 도약을 하려면 공제회관은 꼭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공제회관에 대한 논의는 설립시기부터 꾸준히 있었습니다. 2018년에는 세 차례 회관 매입 입찰에 참여하기도 하고 2020년에도 회관 매입 자문사를 선정해 진행했지만, 코로나19를 비롯한 부동산 및 금융 환경의 변화로 쉽지 않았습니다.

공제회 숙원사업이기도 한 공제회관을 창립 20주년이 되는 내년이나, 늦어도 임기 동안에는 마련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제회관은 회원들을 위한 복지공간으로도 활용하면서 오피스 빌딩으로서 적정한 투자가치도 있는 곳으로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임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습니다.

 

‘기준금리 상승·인플레이션·지정학적 리스크’ 변동성 높지만 
올해 10.6조 원 투자, 수익률 4.90% 등 공격적 포트폴리오

Q 2003년 공제회 설립 후 자산·순회원수 측면에서 꽤 굵직한 성과가 나왔다.

A 공제회의 자산과 회원 규모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에 맞춰 2022년 자산운용 목표는 전략적 자산배분 방향에 따라 투자금액 10조 6,000억 원, 수익금 4,852억 원, 수익률 4.90%로 설정했습니다.

기준금리 상승,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작년 대비 글로벌 시장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 4.90%를 실제로 달성한다면 진짜 잘한 겁니다. 작년에 목표를 짤 때 고금리는 예측을 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악재가 동시에 몰려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운용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안정적이면서 도전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 예로 지수 반등 시 펀드 내 현금비중 조절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으며, 일정 수준의 매출이 확보되는 장기 계약 및 규제기반 자산에 투자하는 기조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또 금리 상승에 따른 수혜를 누릴 수 있는 대안 상품에 대한 신규 투자를 검토함으로써 수익률을 제고할 계획입니다. 국내외 투자환경이 급변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자산운용 인력 개개인의 능력이 중요합니다. 자산운용 인력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투자 분야별 전문가 양성을 위해 교육, 세미나, 포럼 참석을 독려해 재무적인 투자시각과 기술을 보는 안목도 향상시킬 계획입니다.

그 밖에 공제회의 지속가능한 수익 창출과 공적 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고자 책임투자를 적극 실천하도록 하겠습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에너지 전환 등 사회적 핵심 가치로 떠오르고 있는 트렌드를 반영한 투자를 추진할 것입니다. 전략적·지역적 투자 부문 다각화를 통해 포트폴리오 위험을 분산하고, 성장산업 투자 확대를 통해 투자를 다변화할 계획입니다. 무엇보다도 투자를 결정, 집행하는 과정에서 신속하고 공정한 의사결정을 통해 우량자산을 선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우수 기술 투자 통해 공공 기술 사업화 점진적 확대
긴 호흡으로 기다려줄 과학기술 발전 마중물 펀드 결성

Q 최근 주력하고 있는 사업은.

A 출연연 등 국가R&D 연구성과의 결과물인 우수 기술에 투자해 과학기술 활동이 활성화되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우리 공제회가 타 공제회와 다른 특색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은 ‘과학기술’의 활성화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학기술 활동 활성화’라는 문구는 과학기술인공제회법 제1조에 나와 있는 설립목적이기도 합니다. 공제회는 내년이면 20살이 됩니다. 성년이 되는 공제회는 회원들이 있는 연구 현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공제회는 수익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회원들의 연구성과 결과물인 우수 기술 투자를 위해 공공 기술 사업에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특히 투자가 비교적 활발한 바이오나 ICT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소·부·장 기업에도 관심을 가질 생각입니다. 단기 성과를 요구하는 펀드가 아닌 정부의 R&D 지원사업처럼 긴 호흡으로 기다려줄 줄 아는 펀드를 결성하여 과학기술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면 소·부·장 분야에서도 유니콘 기업을 기대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울러, 더 많은 복지혜택을 회원분들에게 드려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매년 회원 수가 1만 명 이상 늘어나는 공제회는 ‘성장하는 조직’입니다. 최근 10만 명으로 빠르게 늘어난 회원분들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회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복지 서비스는 여름·겨울 성수기 리조트입니다. 최근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리조트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회원 리조트 선호도 조사를 해보니 약 25%에 해당하는 회원이 설문에 참여하는 등 관심과 호응이 매우 높게 나타났습니다. 5월 중 회원 선호도 결과를 바탕으로 약 70억 원 수준의 리조트를 구매하여 올해 여름 성수기부터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 성수기 이용 현황을 분석하여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한 뒤 지속적으로 이를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설립 후 20년간 경영성과 분석·진단 및 시사점 도출
미래 10년 준비할 ‘N-SEMA 2033’에 모두 담을 것

Q 창립 20주년 관련해 다른 추진 계획이 있다면.

A 지난 20년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10년을 만들기 위해 ‘N-SEMA 2033’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N-SEMA 2033을 통해 공제회 창립 20주년을 맞이해 미래 10년을 준비하기 위한 미래상을 설계하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는 게 우리의 계획입니다. 우선적으로 공제회가 과학기술인 복지 및 생활 안정의 대표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대내외 환경분석 및 기관 역량을 진단하고 새로운 경영목표를 설정할 것입니다.

N-SEMA 2033을 추진하며 공제회 설립목적부터 되짚어보고 공제회가 놓치고 있는 것, 소홀히 여기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부터 고민할 계획입니다.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은 회원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지, 아울러 과학기술 활동 활성화와 과학기술 분야의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N-SEMA 2033에 담도록 하겠습니다.

세부적으로는 △ 설립 후 20년간의 경영성과 분석·진단 및 시사점 도출 △ 2033년 비전 수립과 경영목표 및 전략, 핵심 가치 도출 △ 연금·공제급여 분석·평가 후 신규상품 제시 △ 차별화된 복지사업 방향 설정과 발전방안 수립 △ 회원관리·복지서비스 개선방안 수립 및 실행과제 도출 △ 성과관리 및 보상체계 개선방안 마련 △ 인력, 조직 등 경영관리 선진화 및 고도화 방안 △ 조직문화 진단을 통한 개선방안 및 실행과제 도출 △ 윤리경영 및 사회공헌활동 추진방안 수립 등 각 분야별 현안 진단과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N-SEMA 2033은 공제회가 더 크게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겁니다.

 

 

* 이 글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발간하는 ‘과학과기술’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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