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가 오는 31일까지 국내외 젊은 사진작가들의 사진작품을 모은 ‘Pictures’전을 개최하고 있다. ‘Pictures’전은 눈을 통해 보는 것과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받아들이는 사물의 객관성을 생각해보자는 기획전으로 토머스 디멘드, 클라우스 고디케, 제임스 카세베르, 비크 뮤니즈 등 세계적인 작가들과 샤론 코어, 더크 브레이크만, 이윤진 등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작가들이 참여했다.
오늘날 사용되는 포토그래피(Photography)라고 불리는 사진의 단어는 이전에 사진술이라는 의미로 사용된 헬리오그래피(heliography)라는 단어가 바뀐 것이다. 그럼 헬리오그래피라는 단어는 어디에서 시작한 것일까. 먼저 사진술의 기본 용어인 사진과 카메라부터 살펴보자. 사진(Photography)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빛(Phos)'과 '그린다(Graphos)'의 합성어로 '빛으로 그린다'. '빛의 그림'이란 뜻이다. 초기의 사진술은 초점거리를 조절할 수 있는 상자형의 싱글 렌즈 카메라에 피사체의 상을 고정시키고, 카메라의 벽면은 빛에 민감한 재료를 칠한 판을 사용했다. 이것은 단 한 장의 사진을 만들 수 있었으나, 19세기 말에 수많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네가-포지(Nega-Posi)형의 셀룰로이드 필름이 발명되었다.
그래서 17세기에 중세의 가마처럼 여기저기 옮겨 다닐 수 있는 이동형 암상자 카메라 옵스큐라가 널리 사용되었다. 화가들은 텐트 안 어둠 속에 꼭대기에 설치된 렌즈와 거울에 의해 만들어진 상을 관찰한 후에 도화지 위에 연필을 이용해 그렸다. 이처럼 16C 중엽부터 18C에 이르기까지, 화가나 고고학자들이 화상을 정확하게 보기 위해 자신들의 용도에 맞게 여러 가지 형태로 개발한 커다란 이동형의 카메라 옵스큐라, 텐트형의 카메라 옵스큐라, 탁상형 카메라 옵스큐라, 테이블형의 카메라 옵스큐라 등이 발명되었다.
독일의 요한 하인리히 슐체 (Johann Heinrich Schulze: 1687-1744)가 처음으로 과학적 방법을 통해서 발광물질 제조 실험을 했다. 슐체는 발광물질을 제조하기 위해서 연금술사 아돌프 발두인의 실험 과정을 반복하는 중 발두인이 1674년에 분필이 왕수 속에서 어떤 화합물로 변하는 현상을 목격한 실험을 눈여겨봤다. 슐체는 1727년 발두인의 실험을 일부 수정하여 순수한 왕수 대신에 은이 혼합된 왕수를 사용해 실험을 실시한 결과 분필이 녹으면서 질산칼슘과 탄산은 화합물이 생겼다. 슐체가 실시한 실험 내용의 일부를 적어보면,
실험에서 생성된 화합물은 불로 가열했을 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태양빛에 노출되었을 때 진한 보랏빛으로 변색되었다. 이를 보면서, 슐체는 빛의 작용이 질산은 용액에 젖은 분필의 색깔을 변화시킨다고 생각했고, 빛에 민감하게 작용하는 화합물을 “스코토포러스”라고 명명했다. 당시의 화학자들은 슐체의 실험을 반복하기 시작했고, 슐체의 실험은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빛의 작용을 이용해 카메라에 잡힌 상을 최초로 기록으로 남기려고 시도한 인물로 유명한 영국 도공 조시아의 아들 토머스 웨지우드 (Thomas Wedgwood: 1771-1805)가 있다. 예술적 소질이 부족한 웨지우드는 도자기 장식을 위하여 스케치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손쉽게 잘 할 수 있을까 고심했고, 그 결과 당시 예술가들의 미술도구였던 ‘카메라 옵스큐라’를 이용하여 손으로 그리지 않고서 이미지를 새길 수 있었다. 또한 웨지우드는 은염류가 빛에 민감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한편 프랑스 중부의 작은 도시에 살고 있던 아마추어 발명가인 니에프스(Joseph Nicphore Nipce, 1765-1833)는 최초의 필름을 만들어 사진을 찍은 사람이다. 처음에 니에프스는 웨지우드가 사용했던 염화은으로 실험을 했으나, 은염류와 마찬가지로 비투먼이라는 아스팔트 형태의 끈끈한 물질이 빛에 민감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니에프스는 비투먼을 이용해서 태양 광선으로 빚어 낸 이미지를 잡아내고 정착시켜 사진을 보존 가능한 상태까지 완성시켰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 중 독일의 토마스 데만트는 건축 구조를 연구하고 공간이나 구조물을 실제 크기와 같은 설치조각으로 만든 뒤 이를 다시 사진으로 촬영하는 작업을 하는 작가로, 이번 전시에 건축가의 제도실과 문서보관소 등을 실물 크기로 재현한 뒤 카메라 렌즈로 포착한 작품들을 출품했다. 그리고 미국의 샤론 코어는 화려한 색상의 케익과 사탕, 빵, 쿠키 등을 만들어 사진으로 표현한 '베이커리 카운터'와 '캔디 카운터'를 내놓았다. 그의 사진작품 속 초콜릿 코팅이나 사탕의 표면은 너무도 생생해 관람객이 한 입 먹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이다.
사진이 발명된 당시와 다르게, 오늘날의 사진은 상황을 재현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작가의 예술적 상상력을 표출하는 도구로 발전해 우리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관람자들은 작품이 회화인지 조각인지 아니면 사진인지, 또한 가짜와 진짜 사이의 간극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전 시 명 : " PICTURES "
전시장소 : 갤러리 현대
전시기간 : 2005.07.06-2005.07.31
관람시간 : 화-토 10:00~18:00, 일요일·공휴일 10:00~17:00, 월요일 휴관
관람요금 :무료, 특별전시 - 유료
교통정보 : 지하철 3호선 안국역/경복궁역, 5호선 광화문역 하차
홈페이지 : 갤러리 현대 http://www.galleryhyundai.com/
문의전화 : 02-734-6111~3
- 공채영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5-07-19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