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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공채영 객원기자
2005-07-19

사진 속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 봐요 갤러리현대, 'PIC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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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생활 곳곳에서 진짜와 가짜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 단어들은 어느 순간 별 거부감 없이 우리들의 일상어가 되었고, 삶 속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일도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되었다. 실제로 조그만 모형으로 만들어낸 인공물을 이용해 탄생한 사진 속 모습들이 가짜가 아닌 진짜로 오해받는 경우도 있다. 그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들은 ‘정말 진짜는 무엇일까’라는 물음을 던지는 경우도 있다. 그럼 잠시 동안 사진으로 표현된 예술 세계를 통해서 진짜와 가짜 사이의 간극을 찾는 여행에 동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가 오는 31일까지 국내외 젊은 사진작가들의 사진작품을 모은 ‘Pictures’전을 개최하고 있다. ‘Pictures’전은 눈을 통해 보는 것과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받아들이는 사물의 객관성을 생각해보자는 기획전으로 토머스 디멘드, 클라우스 고디케, 제임스 카세베르, 비크 뮤니즈 등 세계적인 작가들과 샤론 코어, 더크 브레이크만, 이윤진 등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작가들이 참여했다.


이번 전시회는 기획의 의도만큼이나 진짜와 가짜 그리고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출품작들이 많아서 관람자들에게 진짜와 가짜 그리고 사진과 회화 사이의 간극이 무엇일까 고심하게 만든다. 이렇듯 오늘날의 사진이 회화를 아우르는 경지에 이르렀지만, 1800년대의 사진은 카메라의 상조차 기록하는 것이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 카메라의 상이 어떻게 기록으로 보존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사진술의 발전을 위해 끝없이 노력한 연금술사 혹은 화학자 등의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오늘날 사용되는 포토그래피(Photography)라고 불리는 사진의 단어는 이전에 사진술이라는 의미로 사용된 헬리오그래피(heliography)라는 단어가 바뀐 것이다. 그럼 헬리오그래피라는 단어는 어디에서 시작한 것일까. 먼저 사진술의 기본 용어인 사진과 카메라부터 살펴보자. 사진(Photography)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빛(Phos)'과 '그린다(Graphos)'의 합성어로 '빛으로 그린다'. '빛의 그림'이란 뜻이다. 초기의 사진술은 초점거리를 조절할 수 있는 상자형의 싱글 렌즈 카메라에 피사체의 상을 고정시키고, 카메라의 벽면은 빛에 민감한 재료를 칠한 판을 사용했다. 이것은 단 한 장의 사진을 만들 수 있었으나, 19세기 말에 수많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네가-포지(Nega-Posi)형의 셀룰로이드 필름이 발명되었다.


그리고 카메라(Camera)의 어원은 '방(Camera)'과 '어둠(Obscura)'의 그리스어 합성어로 '어두운 방'을 의미하는 ‘카메라 옵스쿠라’에서 유래했다. 15세기 레오바티스타 알베르티가 피렌체 동료들인 필리포 브루넬레스키와 함께 기하학적 선원근법 개념을 정립시키고 한 세기가 지난 후에, 카메라 옵스쿠라는 실제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카메라 옵스쿠라는 팔면의 어두운 방의 한쪽 벽면에 뚫린 작은 구멍에서 들어온 빛에 의하여 반대편의 벽면에 바깥 풍경이 상하좌우가 바뀐 상으로 기록되었고, 16세기경 화가들이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도구로 이용되었다. 그리고 초기에 카메라 옵스쿠라에 더욱 선명한 상을 얻기 위해서 작은 구멍대신 오목렌즈가 부착되었고, 그림 그리는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상당히 큰 크기에서 이동이 가능한 크기로 발전했다.


그래서 17세기에 중세의 가마처럼 여기저기 옮겨 다닐 수 있는 이동형 암상자 카메라 옵스큐라가 널리 사용되었다. 화가들은 텐트 안 어둠 속에 꼭대기에 설치된 렌즈와 거울에 의해 만들어진 상을 관찰한 후에 도화지 위에 연필을 이용해 그렸다. 이처럼 16C 중엽부터 18C에 이르기까지, 화가나 고고학자들이 화상을 정확하게 보기 위해 자신들의 용도에 맞게 여러 가지 형태로 개발한 커다란 이동형의 카메라 옵스큐라, 텐트형의 카메라 옵스큐라, 탁상형 카메라 옵스큐라, 테이블형의 카메라 옵스큐라 등이 발명되었다.


감광성을 가진 사진 재료와 카메라 옵스큐라의 만남은 사진의 역사에서 흥미로운 사건이었다. 사진술은 카메라에 맺힌 상을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물질 위에 고착시키는 방법으로, 이에 대한 연구는 연금술사 및 화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화학자들은 빛의 노출에 의해 할로겐 화합물이 급격한 반응을 보이면서, 광택이 없어지고 검게 변하는 대부분의 은(銀) 화합물을 사진으로 알았다.


독일의 요한 하인리히 슐체 (Johann Heinrich Schulze: 1687-1744)가 처음으로 과학적 방법을 통해서 발광물질 제조 실험을 했다. 슐체는 발광물질을 제조하기 위해서 연금술사 아돌프 발두인의 실험 과정을 반복하는 중 발두인이 1674년에 분필이 왕수 속에서 어떤 화합물로 변하는 현상을 목격한 실험을 눈여겨봤다. 슐체는 1727년 발두인의 실험을 일부 수정하여 순수한 왕수 대신에 은이 혼합된 왕수를 사용해 실험을 실시한 결과 분필이 녹으면서 질산칼슘과 탄산은 화합물이 생겼다. 슐체가 실시한 실험 내용의 일부를 적어보면,


“빛이 자유롭게 통과하도록 극히 작은 부분만을 남겨두고 유리병을 검은 물질로 감싼다. 이어서 따로 준비한 종이 위에 문장이나 이름을 쓰고, 잉크가 묻은 그 글씨 부분만을 예리한 칼로 도려낸 뒤, 글씨 부분만 파낸 종이를 유리 위에 왁스로 촘촘히 두들겨 붙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빛은 종이의 도려낸 부분을 통해 유리에 가 닿았고, 병 안에 채워진 분필 위에 그 글씨들을 응결시키며 써 내려가는 것이었다.”


실험에서 생성된 화합물은 불로 가열했을 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태양빛에 노출되었을 때 진한 보랏빛으로 변색되었다. 이를 보면서, 슐체는 빛의 작용이 질산은 용액에 젖은 분필의 색깔을 변화시킨다고 생각했고, 빛에 민감하게 작용하는 화합물을 “스코토포러스”라고 명명했다. 당시의 화학자들은 슐체의 실험을 반복하기 시작했고, 슐체의 실험은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빛의 작용을 이용해 카메라에 잡힌 상을 최초로 기록으로 남기려고 시도한 인물로 유명한 영국 도공 조시아의 아들 토머스 웨지우드 (Thomas Wedgwood: 1771-1805)가 있다. 예술적 소질이 부족한 웨지우드는 도자기 장식을 위하여 스케치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손쉽게 잘 할 수 있을까 고심했고, 그 결과 당시 예술가들의 미술도구였던 ‘카메라 옵스큐라’를 이용하여 손으로 그리지 않고서 이미지를 새길 수 있었다. 또한 웨지우드는 은염류가 빛에 민감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웨지우드는 1800년 직후 빛에 민감히 반응하도록 질산은에 적신 흰 종이나 하얀 가죽을 사용하여 상을 만들어 내는 실험을 실시했다. 그는 물체의 반전된 자국을 만들어낼 수 있었으나, 종이 위에 표현된 상은 밝은 곳에 놓아두면 모두 검게 변해서 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웨지우드는 정착시키지 못한 인화지의 변색을 방지하려고 암실에 보관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했고, 인화지를 사람들에게 보여줄 때 촛불 밑에서 조심스럽게 슬쩍 꺼냈다가 보여준 후 재빨리 집어넣어야 했다. 웨지우드는 병 때문에 카메라 상의 정착과정을 해결할 수 없었다. 웨지우드 이외에 이에 대한 실험은 1800년과 1802년 사이에 많이 실시되었고, 웨지우드의 친구인 험프리 데이비는 왕실협회저널에 그에 관한 기사를 싣기도 했다.


한편 프랑스 중부의 작은 도시에 살고 있던 아마추어 발명가인 니에프스(Joseph Nicphore Nipce, 1765-1833)는 최초의 필름을 만들어 사진을 찍은 사람이다. 처음에 니에프스는 웨지우드가 사용했던 염화은으로 실험을 했으나, 은염류와 마찬가지로 비투먼이라는 아스팔트 형태의 끈끈한 물질이 빛에 민감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니에프스는 비투먼을 이용해서 태양 광선으로 빚어 낸 이미지를 잡아내고 정착시켜 사진을 보존 가능한 상태까지 완성시켰다.


니에프스는 1827년 6월에 유리판 대신에 비투먼 감광판으로 코팅한 카메라 옵스큐라를 사용해 자연을 대상으로 한 세계 최초의 사진촬영에 성공하였다. 카메라에 잡힌 상을 기록한 니에프스의 사진은 ‘르 그라(La Gras)'의 위층 창에서 잡은 풍경으로 현재 남아있는 니에프스의 사진이고, 이 방법은 태양광선으로 그리는 그림이라는 뜻으로 헬리오그래피(heliography)라고 불리었다. 이 사진은 약 8시간의 긴 노출 시간동안 태양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인 자리만 남아 있고, 실제 해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건물의 양편을 비추었을 때, 그 이미지도 왼쪽과 오른쪽이 바뀌어 있다. 이후 연금술사와 화학자들의 노력의 결과 탄생한 사진술은 오늘날 우리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 중 독일의 토마스 데만트는 건축 구조를 연구하고 공간이나 구조물을 실제 크기와 같은 설치조각으로 만든 뒤 이를 다시 사진으로 촬영하는 작업을 하는 작가로, 이번 전시에 건축가의 제도실과 문서보관소 등을 실물 크기로 재현한 뒤 카메라 렌즈로 포착한 작품들을 출품했다. 그리고 미국의 샤론 코어는 화려한 색상의 케익과 사탕, 빵, 쿠키 등을 만들어 사진으로 표현한 '베이커리 카운터'와 '캔디 카운터'를 내놓았다. 그의 사진작품 속 초콜릿 코팅이나 사탕의 표면은 너무도 생생해 관람객이 한 입 먹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이다.


그리고 영국의 제인과 루이스 윌슨 자매는 큰 공장이나 연구소 풍경, 배관시설들을 찍어 모던하고 미니멀한 추상화 같은 사진을 연출했으며, 패션잡지나 광고 속의 이미지를 차용해 콜라주 작업을 하는 미국 태생의 로우 에트리지는 빛과 사진테크닉을 이용한 고요한 풍경사진을 출품했다. 이번에 전시된 대부분의 작품들은 일상의 사물이나 건축물, 내부 공간, 음식물 등을 작가가 먼저 실제와 똑같은 모습으로 설치하거나 회화와 같은 표현양식으로 재현한 뒤 사진으로 촬영한 것들이다.


사진이 발명된 당시와 다르게, 오늘날의 사진은 상황을 재현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작가의 예술적 상상력을 표출하는 도구로 발전해 우리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관람자들은 작품이 회화인지 조각인지 아니면 사진인지, 또한 가짜와 진짜 사이의 간극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전 시 명 : " PICTURES "

전시장소 : 갤러리 현대

전시기간 : 2005.07.06-2005.07.31

관람시간 : 화-토 10:00~18:00, 일요일·공휴일 10:00~17:00, 월요일 휴관

관람요금 :무료, 특별전시 - 유료

교통정보 : 지하철 3호선 안국역/경복궁역, 5호선 광화문역 하차

홈페이지 : 갤러리 현대 http://www.galleryhyundai.com/

문의전화 : 02-734-6111~3

공채영 객원기자
저작권자 2005-07-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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