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한 과학자들의 대결] (41) 엘리자베스 블랙번과 캐럴 그라이더
중국에서는 황제를 하늘을 대신하여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 ‘천자(天子)’라 칭했다. 중국 진나라 시 황제는 실제로 자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양 인간의 죽음에 관여하고자 했다. 그는 전국 각지의 방사들과 약제상을 수소문해 늙지도, 죽지도 않는 불로초를 구해 영생을 얻고자 했다. 하지만 신의 영역에 접근하고자 했던 어리석은 황제는 결국 불로초를 구경하기는커녕 애꿎은 책만 불태우고 유학자들을 산 채로 구덩이에 파묻은 역사상 최악의 왕이 되어버렸다.
인도 카필라 국의 왕자 고타마 싯다르타도 마찬가지다. 그는 ‘사람은 왜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어 고행을 자처했다. 싯다르타는 수십 년 간 고행하며 얻은 깨달음으로 ‘붓다(buddha, 궁극적인 진리를 깨달은 사람)’가 됐으나 그 또한 늙고 죽는 문제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 없었다. 즉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인간의 힘으로 조절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인간은 지금도 끊임없이 ‘생로병사’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유전자 기술로 인간의 출생을 관여하고, 안티 에이징 기술로 늙는 것을 예방하며, 각종 질병에서 벗어나는 치료법을 개발하고, 종내(終乃)는 과학기술로 영원히 죽지 않는 삶을 꿈꾸고 있다.
노화의 비밀, 텔로미어의 기능을 밝혀낸 엘리자베스 블랙번
엘리자베스 블랙번(Elizabeth Blackburn, 1948~)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교수와 캐럴 그라이더(Carol Greider, 1961~)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교수는 바로 그 늙지 않는 욕망의 꿈을 실현시켜 줄 ‘존재’를 연구해 세포의 노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이들이 찾아낸 인체의 노화 시계를 멈춰줄 구원 투수는 염색체 끝에 있는 DNA 조각 ‘텔로미어’(telomere)였다.
엘리자베스 블랙번은 ‘테트라하이메나(Tetrahymena)’라는 작은 원충류의 DNA를 연구하고 있었다. 블랙번은 테트라하이메나의 텔로미어를 분석해 염기서열이 매우 독특하다는 것을 발견한다. 생물은 탄생과 함께 수많은 세포의 분열이 시작된다. 세포가 분열하면서 염색체 말단의 염기서열인 텔로미어의 길이는 짧아진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말단의 손상을 막고 근접 염색체와의 융합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텔로미어가 짧아지면 염색체 끝에 달려있는 DNA가 노출된다. 세포는 이러한 상태가 되면 분열하지 않았다. 블랙번은 텔로미어의 길이가 일정 수준 짧아지면 염색체가 제대로 복제되지 못하고 세포도 분열을 멈추며 노화가 시작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블랙번은 텔로미어가 마치 운동화 끈 끝에 달린 보호용 플라스틱(aglet)이라고 말했다. 이 플라스틱 조각이 신발 끈을 보호하고 있는 것처럼 텔로미어도 염색체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텔로미어를 합성하는 단백질 효소를 밝혀낸 캐럴 그라이더
그동안 텔로미어에 대해 풀리지 않았던 비밀 중 하나는 텔로미어 DNA는 어떻게 형성되며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왜 짧아지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캐럴 그라이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교수는 박사 과정 시절 지도교수였던 블랙번 교수와의 연구를 통해 해답을 찾았다. 바로 텔로미어 DNA를 만들어내는 효소를 발견한 것이다.
캐럴 그라이더는 인공적으로 합성된 텔로미어에 세포 추출물을 넣어 텔로미어가 추가로 합성되는 것을 밝혀냈다. 그 신비의 물질은 바로 ‘텔로머라아제(telomerase)’ 혹은 ‘텔로머레이스(telomerase)’라고 불리는 단백질 효소였다. 이 효소 덕분에 세포가 분열을 해도 텔로미어의 길이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텔로머라아제가 현대인의 ‘불로초’가 될 수도 있을까. 텔로미어의 길이에 따라 세포 분열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밝혀지면서 텔로미어는 인체의 노화를 지연시키거나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개념인 ‘안티 에이징(anti-aging)’을 가능하게 하는 해결책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텔로머라제를 이용해 세포를 계속 분열하게 할 수만 있다면 노화를 막고 질병 없이 장수할 수 있는 신약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아직 그런 신약이 개발됐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왜냐면 세포가 늙지 않고 계속 분열하면 오히려 암세포가 되기 때문이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비상적으로 길어진다면 암 발생 유발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진시황이 죽는 순간까지 찾아 헤맨 ‘불로초’는 아직도 시기상조인가 보다. 하지만 이들의 연구를 통해 거의 모든 암세포에 텔로머라아제가 활성화되어 있으며 분열을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텔로머라아제로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길이 열렸다. 즉 암세포의 텔로머라아제 기능을 억제하거나 텔로미어의 DNA를 제거하면 암세포의 세포 분열을 막아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뜻이다.
노화 방지 신약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지만 신약이나 불로초를 이용하지 않고서도 노화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블랙번 교수는 텔로미어의 길이를 유지하는 방법이 스트레스를 피하고 풍부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심호흡 및 명상 등을 통해 편안하게 몸과 마음을 유지하기, 심혈관 운동, 7시간의 충분한 수면, 세포에 좋은 음식을 먹기 등이 텔로미어를 마모시키지 않아 젊음을 유지하는 방법이었다. 즉 늘 우리가 잘 알지만 하기 어려운 건강상식이 텔로미어에도 적용됐다. 공부를 잘하려면 교과서를 철저히 보라는 말과 비슷한데 기본 원칙을 지킨다는 것은 사실 그래서 어려운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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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억제 목표인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상 오르면 절정을 찍고 다시 떨어진다고 해도 이후에도 수십년에 걸쳐 생물다양성을 위협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왔다. 지구촌이 합의한 기온 상승 억제 목표를 최종적으로 달성해도 중간 과정에서 이를 넘어서면 파괴적 영향이 이어지는 만큼 일시적으로라도 이를 넘어서지 않도록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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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학교는 허민 교수(지구환경과학부·한국공룡연구센터장)연구팀이 익룡의 군집 생활을 증명해 주는 발자국 화석을 세계 최초로 발굴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팀은 최근 중생대 백악기에 만들어진 전남 화순군 서유리 공룡 화석지에서 2∼6㎝ 크기의 익룡 발자국 350여개가 무더기로 남아있는 화석들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익룡 발자국들은 거의 빈틈이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밀집돼 있으며, 앞·뒷발이 선명하게 보일 만큼 보존 상태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북서쪽으로 약 40㎞ 떨어진 '스테르크폰테인(Sterkfontein) 동굴'은 인류의 공통 조상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屬) 화석이 가장 많이 발굴돼 '인류의 요람'으로 알려져 있다. 1936년 첫 발굴이후 '미시즈 플레스'(Mrs. Ples)와 '리틀 풋'(Little Foot) 등 인류사 연구에 중요한 단서가 된 화석들이 잇달아 나왔으며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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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처럼 몸에서 나는 냄새가 비슷한 사람끼리 서로 알아보고 친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과학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친구를 맺은 사람들이 낯선 사람들보다 체취가 비슷할 가능성이 높으며, 냄새 판별 기기인 전자코(eNose)를 통해 체취를 확인하면 서로 낯선 두 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는지도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케미가 맞는다'라는 말을 많이 해왔는데 실제로 후각 차원에서 화학(chemistry)이 작용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