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국민들의 마음은 왠지 뒤숭숭하기만 하다. 북한이 오는 8일에서 25일 사이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계획을 예고하면서,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과 국제해사기구(IMO)에 통보한 북한의 서신을 살펴보면 ‘평화적 우주개발을 위한 위성 발사’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은 장거리 미사일인 대륙간탄도탄(ICBM)의 성능을 점검하기 위해 벌이는 위장 전술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1998년의 대포동 1호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그 중 네 차례가 인공위성 발사를 빙자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미 본토 공격할 정도의 사거리 예상
북한의 ICBM 개발은 지난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도 1998년에 ‘대포동 1호’를 발사하여 완전하지는 않지만, 부분적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대포동 1호는 일본 상공을 통과한 뒤, 태평양에 떨어져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반면에 두 번째로 쏘아올린 2006년의 ‘대포동 2호’는 발사 직후 결함이 발생하여 인근 지역에 추락했다. 그후 한동안 잠잠하던 북한은 3년 뒤인 2009년에 새롭게 개발한 ‘은하 2호’로 재도전하여 발사에는 성공했지만, 탑재 위성을 궤도진입 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이어서 다시 3년 뒤인 2012년에 접어들어 북한은 두 차례에 걸쳐 ‘은하 3호’를 발사했다. 첫 번째 발사는 실패했지만, 12월에 실시된 두 번째 발사 때는 은하 3호의 1·2단 로켓이 정상적으로 분리되면서 탑재 위성인 ‘광명성 3호’가 궤도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대해 당시 군사 전문가들은 “은하 3호의 경우 특히 주 엔진 4개와 자세제어용 소형추력기로 구성된 1단 로켓의 기술 수준이 크게 향상되었다”라고 평가하며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사거리인 1만km급의 ICBM 개발에 한 걸음 다가선 것으로 보인다”라고 우려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 발사한다는 미사일은 어느 정도의 사거리를 보일까? 이 같은 의문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해 10월에 등장했던 사거리 1만km의 KN-08 미사일 능력을 고려해 볼 때 이번 미사일은 미국 본토까지 충분히 공격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군 안팎에서는 이번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를 1만 3000km로 예상하고 있다. 그에 대한 근거로 높아진 발사대의 높이를 제시하고 있다. 북한이 제3차 핵실험 직후인 2013년 여름부터 동창리에 위치한 미사일 발사기지의 증축 공사를 시작했는데, 기존 50m보다 10m 이상 높아진 67m의 발사대를 세운 것이다.
이런 예측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은 조금씩 엇갈리고 있다. 북한의 ICBM 기술 확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전문가들은 그들이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아직 보유하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ICBM의 핵심 기술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분리 및 자세제어 등 미사일을 원하는 방향과 위치로 유도할 수 있는 ‘로켓 유도조종 기술’과 미사일이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안으로 진입하도록 만드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있다.
로켓 유도조종 기술의 경우, 북한은 과거 수차례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이미 상당한 수준의 기술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6000∼7000도의 고열을 견뎌내야 하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다.
미사일이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진입하게 되면 마찰열로 인해 엄청난 고열이 발생하게 되는데,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없다면 미사일에 장착된 탄두에 탑재된 폭탄이 열로 인해 폭발해 버릴 수 있다.
더군다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그들이 주장하는 위성 발사로는 확보가 불가능하다. 위성 발사는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인데, 이처럼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ICBM만이 가진 핵심 기술 중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이나 러시아만 확보한 기술적 수준을 북한이 달성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지난 수십 년 간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이나 러시아 수준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발전을 이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핵탄두의 소형화 능력까지 점쳐
북한이 탄두에 집어넣을 물체의 중량도 주목의 대상이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사한 로켓 탄두에는 30kg인 광명성1호를 비롯하여 100kg인 광명성2호 및 광명성3호가 실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발사에서는 최대 500kg의 물체를 탑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정보당국의 의견이다. 중량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무게가 늘어날수록 핵탄두의 소형화 능력과 결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핵탄두의 소형화 능력까지 보유하게 된다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면 미사일의 동체 중 3단계 부분은 우주 공간으로 올라가게 되고, 이를 보조하던 2단계 동체는 필리핀 인근 해상에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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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2-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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