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익을 앞에 놓고 사람들이 서로 다투는 모습을 보고 앞으로는 ‘박테리아만도 못 하다’는 말이 나올 것 같다.
국내외에서 흔히 휴양지 콘도는 공동 소유자들이 사용할 날짜를 미리 예약해 교대로 활용함으로써 효율을 높인다. 멋진 휴양지에서 콘도를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방식은 수십년 전부터 부동산계에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박테리아 공동체는 비슷한 전략을 이미 수백만 년 전부터 사용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무리 형성한 박테리아는 역동적
미국 UC샌디에이고대 분자생물학자 귀롤 쉬얼(Gürol Süel) 교수와 스페인 폼페우 파브라대 공동연구진은 먹이가 부족할 때 박테리아 공동체는 어떤 행동을 취할까 하는 호기심에서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 결과 먹이가 제한되면 박테리아 무리는 소비 효율을 최대화하기 위해 번갈아가며 먹이를 먹는 우아한 시분할(timesharing) 전략을 펼친다는 사실을 발견해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6일자에 발표했다.
샌디에이고 시스템 생물학센터 부소장인 쉬엘 교수는 “흥미로운 것은 작고 단순한 단세포 생물인 박테리아가 모여서 무리를 형성하면 더 고등한 생물이나 사회관계망에서나 볼 수 있는 매우 역동적이고 복잡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는 점”이라며, “이는 컴퓨터 과학이나 휴가용 주택 그리고 많은 사회적 응용분야에서 사용되는 시분할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신호로 행동 동기화
지난 1월 쉬엘 교수팀은 박테리아의 구조화된 공동체 혹은 ‘생물막’(biofilms)이 전기신호를 사용해 가까이 있는 박테리아 종들과 통신하고 무리에 끌어들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 새 연구에서 두 생물막 공동체가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수학적 모델과, 미세유체 기술 및 저속(time-lapse) 현미경으로 증거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가까이 있는 생물막 공동체들이 전기신호를 통해 동기화된 행동을 취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실험에서 연구팀은 생물막들이 먹이 제한에 직면하면 경쟁을 줄이고 먹이 다툼에 따른 ‘교통 혼잡’을 피하기 위해 번갈아 가며 먹이를 먹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논문 공동저자인 조르디 가르시아-오할보(Jordi Garcia-Ojalvo) 폼페우 파브라대 교수(시스템 생물학)는 “생물계는 조화를 이뤄 일관되게 행동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사례애서는 일관된 동기화를 벗어난 (교대로 하는) 작동이 오히려 생물학적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20억년 전 출현한 박테리아가 시분할 전략 개발
쉬엘 교수는 “이 박테리아들은 치아에서부터 토양, 배관 파이프 등 거의 모든 곳에 존재한다”며, “20억년 전에 출현한 단순한 유기체가 현재 인간이 여러 분야에 활용하고 있는 것과 같은 시분할 전략을 개발했다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발견은 UC샌디에이고 미생물군 혁신센터(Center for Microbiome Innovation)의 최신 연구 결과로, 이 센터는 임상의학과 생물공학, 컴퓨터 과학, 생물 및 물리학, 데이터 과학 등의 강점을 활용해 미생물군에 대한 연구를 조직화, 가속화하고 있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7-04-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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