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산업이 석유와 가스로부터 벗어나려면, 현대 생활을 지탱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연료와 윤활제, 플라스틱과 같은 제품을 만드는 공정에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원천 화학물질을 찾아야 한다.
그런 화학물질을 생물학적으로 제조해 보려는 노력도 이전부터 꾸준히 시도돼 왔다. 그러나 미생물로 만드는 생산물은 화석 연료 탄화수소와 두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먼저 이 생산물들은 너무 많은 산소를 포함하고 있고, 이어 매우 많은 다른 원자들이 탄소에 매달려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미생물 탄화수소가 기존 합성 공정에서 작동하려면 가끔씩 탈산소화(환원) 돼야 하고, 에너지를 잡아먹는 관련 없는 화학물질들을 제거해야 한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대(버클리)와 미네소타대 화학자들이 미생물을 조작해 이 같은 탄화수소 사슬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탄화수소는 기본적으로 박테리아가 먹는 설탕 포도당에 약간의 열을 가한 것으로, 한결 손쉽게 탈산소화를 할 수 있고, 에너지를 덜 소비하는 장점이 있다.
이 공정을 통해 현재 석유와 가스로 만드는 광범위한 화학물질을 미생물을 통해 제조할 수 있고, 특히 사슬에 8~10개의 탄소 원자가 포함된 중간 사슬 탄화수소로 만드는 윤활제 같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는 ‘네이처 화학’(Nature Chemistry) 22일 자에 발표됐다.
UC버클리와, 미네소타대의 NSF 지속 가능 중합체 센터 연구원들은 발효와 화학 정제(그림 중앙)를 결합해 재생 가능한 식물들(그림 왼쪽)로부터 석유와 같은 액체(그림 오른쪽)를 생산하는 화학 기술을 개발했다. Image by John Beumer, courtesy of NSF Center for Sustainable Polymers
박테리아가 중쇄 탄화수소 만들도록 조작
UC버클리 화학과 및 화학 생물분자공학과 미셸 창(Michelle Chang) 교수는 “분자 생산의 공급 원료를 포도당 같은 것으로 옮기거나, 화학산업을 이끌어가는 데서의 문제점 중 일부는 석유화학물질의 화석 연료 구조가 매우 달라서, 통상 아무런 산소 치환 없이 완전히 감소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테리아는 모든 자연 산물처럼 작용기(functional groups)가 튀어나온 복잡한 분자를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으나, 박테리아가 화학산업에서 전구체로 사용되는 석유화학물질을 만드는 것은 약간의 도전”이라고 덧붙였다.
창 교수는 또 “이 과정은 이런 미생물 생산물을 탈산소화하는 하나의 단계로, 더 지속가능하고 재생 가능한 식물 바이오매스의 포도당만 사용해 석유화학 대체품 제조에 착수할 수 있다”며, “이 방법으로 석유화학제품 및 다른 화석 연료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박테리아가 중간 길이의 탄화수소 사슬을 만들 수 있도록 조작했다. 이전 연구에서 다른 연구팀들은 이보다 더 짧거나 혹은 20개까지 연결된 더 긴 사슬을 만드는 미생물 공정을 개발한 바 있다.
창 교수는 이번 연구팀이 개발한 공정은 폴리에틸렌과 같이 가장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의 전구체로 사용되는 단쇄 탄화수소를 포함해, 다른 길이의 사슬을 만드는 데도 손쉽게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쇄 탄화수소 만드는 새로운 효소 확인
화석 탄화수소는 각각의 탄소에 수소 원자가 부착된 단순한 탄소 원자 선형 사슬이다. 그러나 이를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기 위해 최적화된 화학 공정은, 산소화되고 다른 많은 원자와 작은 분자들이 있는 미생물 생산 전구체에는 쉽게 적용되지 않는다.
정유공장에서는 원유를 여러 단계로 처리해 연료나 기타 석유화학제품에 사용되는 탄화수소를 만들어낸다. 석유는 한정된 자원인데다 공해의 큰 원인을 제공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과학자들이 대체 화학물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 WikiCommons
창 교수와 논문 제1저자로 전에 UC버클리 박사후연구원이었던 첸 왕(Zhen Wang)과 헹 송(Heng Song) 박사팀은 박테리아가 이런 화석 연료 전구체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생산하도록 하기 위해 중쇄 탄화수소를 합성할 수 있는 다른 박테리아 효소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했다.
이와 함께 탄화수소의 한쪽 끝에 특별한 화학 그룹인 카복실산을 추가해 이를 지방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효소를 찾았다.
연구팀은 대장균 박테리아에 모두 다섯 개의 개별 유전자를 삽입해 박테리아가 당을 발효시켜 연구팀이 원하는 중쇄 지방산을 생성하도록 했다. 추가된 효소 반응은 박테리아 고유의 효소 경로로부터 독립적이거나 직접 연결돼 박테리아의 복잡한 대사 네트워크를 조정하려는 시도보다 더 잘 작동했다
창 교수는 “우리는 실제로 이런 중쇄 탄화수소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효소를 확인했는데, 이 효소는 직교적이어서 박테리아에 의한 지방산 생합성과 분리된다”며, “개별적 실행이 가능하고, 고유의 합성 경로를 사용하는 것보다 에너지가 적게 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포는 생존하기에 충분한 포도당을 소비하지만, 그 외에 더 높은 전환율과 수확량을 얻기 위해 모든 설탕을 소모해 버리는 경로가 있다”고 덧붙였다.
루이스 산 촉매작용으로 올레핀 생산
중쇄 지방산을 만드는 마지막 단계는 제품이 효소 반응에 의해 폴리머와 윤활유의 전구체인 올레핀(olefins)으로 쉽게 전환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UC버클리 팀은 폴 다웬하워(Paul Dauenhauer) 교수가 이끄는 미네소타대 그룹과 협력해, 루이스 산 촉매작용(Lewis acid catalysis)라는 간단한 산성 기반 촉매 반응이 최종 미생물 생산물로부터 카르복실산-3하이드록시옥탄산과 3하이드록시데칸산-을 쉽게 제거해 각각 올레핀 헵텐(heptene)과 노넨(nonene)을 생산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네이처 화학’ 22일 자에 게재된 논문. © SPRINGER NATURE / Nature Chemistry
루이스 산 촉매작용은 일반적으로 순수한 탄화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천연 제품에서 산소를 제거하는 데 필요한 산화 환원 반응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이런 전구체 분자를 바이오 석유(bio-petroleum)라고 부르는 다웬하워 교수는 “창 교수팀이 만든 생체 재생(biorenewable) 분자는 촉매 정제를 위한 완벽한 원료”라고 말하고, “이 분자들은 금속 나노입자 촉매를 사용해 더 크고 더 유용한 분자들로 손쉽게 전환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산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생 가능한 자원을 사용한다는 점을 제외하고 이를 통해 기존의 석유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필요에 따라 분자 제품들의 배분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생가능한 완전히 새로운 폴리머를 향해
7개의 탄소를 가진 헵텐과 9개의 탄소를 가진 노넨은 윤활제로 직접 사용할 수 있다. 또 작은 탄화수소로 쪼개 폴리에틸렌이나 폴리프로필렌 같은 플라스틱 폴리머의 전구체로 사용하거나, 왁스나 디젤 연료에서와 같은 장쇄 탄화수소로 만들 수 있다.
창 교수는 “이는 사슬 길이와 관계없이 표적 화합물을 만드는 일반적인 과정”이라며, “화합물의 기능 그룹이나 사슬 길이 혹은 분지 방식을 바꾸기를 원할 때마다 효소 시스템을 조작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창 교수는 대사 공학의 큰 발전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이며 더 지속 가능한 목표를 위해서는 플라스틱을 포함한 산업용 탄화수소 합성 공정을 완전히 재설계함으로써 미생물 제품을 기존의 합성 공정에 맞도록 변경하기보다는, 미생물이 일반적으로 생산하는 유형의 화학물질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공정을 최적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완전히 새로운 폴리머 구조가 나온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며, “당을 발효시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과 속성은 비슷하되 재활용이 쉽지 않은 폴리에틸렌이나 폴리프로필렌 같은 구조를 갖지 않는 플라스틱용 단량체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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