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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이예진 객원기자
2023-11-22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석유 파헤치기 석유의 특성과 장단점, 그리고 석유가 현대사에 미친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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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남부 캘리포니아의 석유 산업 붐을 그린 업튼 싱클레어의 <석유!>(원제: Oil!)를 최근에 완독했다. <석유!>는 부패한 오일머니와 더불어 부와 탐욕으로 얼룩진 당시의 시대상을 자세히 그린다. 영화관에서는 마틴 스코세지 감독의 <플라워 킬링 문>(원제: Killers of the Flower Moon)이 흥행 중이다. 이 영화는 동명의 책을 바탕으로, 1920년대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부를 이룬 오클라호마주의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 오세이지족의 의문스러운 죽음과 비극을 다룬다. 우리의 일상을 획기적으로 바꾼 석유와 석유의 긍정적이자 부정적인 영향은 심심치 않게 미디어에서 계속 다루어져 왔다.

 

우리 일상 속의 석유제품

우리가 매일 착용하는 속옷, 양말, 옷장 속의 스웨터, 티셔츠, 바지는 대부분 원유로부터 만들어진 나일론, 폴리에스터 등의 합성섬유로 이루어져있다. ⓒgettyimages

미디어 뿐만이 아니다. 늘 곁에 있어서 잊고 지내지만 얼마나 우리 일상의 많은 것들이 석유를 사용하고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우리의 하루를 생각해보자. 우리가 매일 착용하는 속옷, 양말, 옷장 속의 스웨터, 티셔츠, 바지는 대부분 원유로부터 만들어진 나일론, 폴리에스터 등의 합성섬유로 이루어져있다. 화장실의 칫솔, 치약, 샴푸 또한 예외가 아니다. 심지어 노트북이나 휴대폰에 사용되는 코팅제 또한 석유제품이다. 집을 나서면 수많은 차들이 도로에 분주하다.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의 중요성이 점점 대두되고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여전히 90% 이상의 차들은 휘발유 및 경유 차량이다.

 

석유란?

앞으로 살펴 볼 다양한 에너지원 중 석유를 가장 먼저 소개하기로 한 것은 현대사에서의 석유의 중요성 때문이다. 우리 일상 속 곳곳에 자리한 만큼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원을 찾는 것이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석유를 사용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우리 세대가 해결해야할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한 가지이기 때문에 –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생각으로 – 석유의 특성과 장단점, 석유가 현대사에 미친 영향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석유는 동물 시체와 같은 유기물이 땅 속 깊은 곳에서 열과 압력으로 인해 변하면서 만들어진 탄화수소의 혼합물이다. 탄소(C)와 수소(H)로 이루어져 분자 구성을 다양하게 변화시킬 수 있어서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 용도에 맞게 가공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또한, 액체이기 때문에 취급이 간편하고 부피당 열량이 높을 뿐만 아니라 불순물이 적어서 부피를 적게 차지하고 가벼워야 하는 수송 부문에 딱 맞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지하 저류층에 모여 있어 경제적으로 대량생산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석유화학 공업의 다양한 원료로 사용되기에도 적합하다.

 

현대사에서의 석유

현대 석유 산업의 시작은 미국 펜실베니아주에서 에드윈 드레이크(Edwin Drake)가 첫 산업적 유정을 굴착하여 원유를 채취한 1859년이라고 일컬어진다. 이후 “석유왕” 존 데이비슨 록펠러(John Davison Rockefeller)에 의해 석유 산업이 발전되고 그가 세운 스탠더드 오일(Standard Oil)이 세계 최대의 석유 회사가 되면서 한동안 석유 산업의 중심은 미국에 자리하고 있었다. 1940년대에 들어서면서 석유 개발이 중동으로 확대되는데, 이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석유가 전쟁 승패의 결정적인 요소로 여겨지면서 미국이 마침내 해외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보다도 전인 제 1차 세계대전에 이미 석유의 중요성을 알아본 선견지명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바로 영국의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이다. 당시 영국 해군 장관이었던 처칠은 1911년에 독일과의 해군력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해군 함대의 연료를 석탄에서 모두 석유로 바꾸는 승부수를 띄운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액체인 석유는 고체인 석탄보다 부피를 적게 차지하고 부피당 에너지 함량이 거의 2배에 가까이 높아 영국의 해군력을 극적으로 키우고 영국의 승리에 큰 기여를 한다. 처칠의 결정이 석유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만든다.

 

우리나라와 석유

현재 우리나라에서 석유는 총 에너지 소비량의 43%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석탄(23%), 천연가스(18%)와 원자력(12%)이 그 뒤를 잇는다. 태양광 에너지 등을 포함하는 신재생에너지는 4%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석유 의존도가 가장 높았던 1994년에는 석유 비중이 무려 65%에 달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석유가 생산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석유 소비량 세계 8위라는 높은 석유 의존도는 놀라울 정도이다. 40% 정도로 의존도가 떨어졌던 2011년에 비해 오늘의 석유의존도는 살짝 증가했지만, 크게는 석유와 석탄의 총 에너지 소비량 비중이 줄어들고 가스의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는 98%의 석유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여기서 60% 이상을 중동지역으로부터 수입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에너지 섹터는 국제정세 및 지정학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중동의 정세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장거리 운송으로 운송 비용이 크다는 문제 때문에 우리나라는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를 다양화하려는 시도를 통해 안정적으로 석유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이제는 한발짝 더 나아가 에너지원의 다양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것이 우리나라 에너지 안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석유의 미래?

위에서 살펴봤듯이 석유는 우리 일상의 큰 획을 그은,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 중 하나이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다가오면서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이 시급해진 오늘, 석유의 미래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늘어나면 석유의 총 수요는 감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태양광과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와 석유는 대체재가 아니다. 신재생에너지는 대부분 전력 발전에 많이 쓰이는 반면, 석유는 보통 절반이상이 휘발유, 경유 등의 수송 연료로 쓰이고, 약 1/5이 합성섬유,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로 쓰인다. 이는 석유 수요 혹은 석유 사용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치밀한 준비와 정책이 필요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국가들이 모여 약속했던 2015년 파리협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순 온실가스 배출량이 0이어야 한다. 이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경우 2030년의 석유 소비량은 오늘에 비해 20% 감소되어야 한다. 석유 사용을 줄이기 위한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 gettyimages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에 따르면 현 소비 패턴 및 정책 기조를 유지할 시, 석유소비량은 2030년에 현재보다도 5% 정도 증가할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국가들이 모여 약속했던 2015년 파리협약(“2100년 세기말까지의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기온대비 1.5 도 이내로 제한하는 노력을 다한다”)을 지키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순 온실가스 배출량이 0이어야 한다 (Net Zero, 탄소중립). 이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경우 2030년의 석유 소비량은 오늘에 비해 20% 감소되어야 한다. 석유 사용을 줄이기 위한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의 석유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당장 석유 사용을 중단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큰 충격을 가져올 것이다.

한국의 탄소중립 경로는 아직 명백하지 않다. 장기적으로는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을 준비하면서 단기적으로는 오늘의 석유 수급에 관심을 가지는, 에너지 안보와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 동시에 힘 써야할 때이다.

이예진 객원기자
저작권자 2023-11-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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