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로 알아보는 냉동인간 원리

2012 주니어닥터, ‘미꾸라지 해동실험’

먼 우주로 탐사를 떠나기 위해 2년 반의 동면을 취하는 팀원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프로메테우스’의 첫 장면을 보면 프로메테우스 호의 팀원들이 냉동인간 상태로 기나긴 동면을 취한 뒤 깨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안드로이드 로봇인 ‘마이클 패스벤더’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2년 반 동안 저온 상태에서 생체시계를 멈춘 후, 다시 원상태로 복구되는 과정이 매우 생생하게 영상에 담겨 있다. 갑작스런 생체리듬을 회복한 이들은 구토를 하며, 심한 두통을 호소하곤 한다. 또한 빠른 회복을 위해 약물을 섭취한다.

우리에겐 SF영화의 소재에서만 가능할 것 같은 냉동인간. 사실 냉동인간은 전 세계적으로 수백 명이 존재하고 있다. 냉동인간 제1호는 간암에 걸려 사망선고를 받은 미국 심리학자 베드포드 박사다. 그는 1967년(당시 75세) 암으로 생을 마감해야 한다는 판정을 받은 후, 냉동인간이 되기를 자원해 현재 동면 상태로 보존되고 있으며 미래 사회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주최한 ‘미꾸라지 해동실험’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이 실험을 하기 위해 설명을 듣고 있다. ⓒ황정은


이처럼 대중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인 냉동인간의 원리를 듣고 미꾸라지를 통해 해동실험을 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2012 주니어닥터’ 프로그램 중 하나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미꾸라지 해동실험’이 그것. 지난 6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본관동 대회의실에서는 순식간에 얼었다가 물 속에서 되살아나는 미꾸라지를 보며 신기해하는 아이들의 탄성으로 가득했다.

“냉동인간이 정말 있어요?”

“여러분, 이 세상에 냉동인간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없어요!”
“아니요. 우리 생각보다 많은 냉동인간들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어요.”

영화 속에서가 아닌, 현재 우리 사회에서 실제로 냉동인간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에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저 영화적 상상이라고만 생각했는지 아이들은 냉동인간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이야기에 한 번 놀라고, 냉동인간을 만드는 과정을 들으면서 또 한 번 놀랐다.

“현대의학으로는 치료할 수 없는 병을 가진 사람들이 먼 훗날, 기술이 발달했을 때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냉동인간으로 보관돼 있어요. 냉동인간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얼리는 과정이에요. 빠르게 냉동시키는 게 중요한 거죠”

강의를 진행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최상행 박사는 사람을 냉동시킨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호기심으로 가득찬 아이들에게 그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우리의 몸은 70% 이상이 수분이기 때문에 인간의 몸을 얼릴 경우 부피가 커져 세포막이 얇아진다. 따라서 수십 년 후 해동될 경우 세포막이 터질 수도 있으며, 이 외에도 다양한 변수가 존재해 냉동인간을 만들기 전에는 복잡한 절차를 거치게 된다.

먼저 전신마취 후 심장에 항응고제를 주입시켜 피가 굳는 것을 막아준다. 이후 영하 72℃의 환경에서 체온을 떨어뜨려 전신의 혈액을 뽑아낸 다음 특수용액을 삽입한다. 이렇게 준비가 되면 영하 196℃의 액체질소 속에 ‘예비 냉동인간’을 보존하게 된다.

이날 수업에서는 냉동인간에 사용되는 액체질소 속에서 미꾸라지를 냉동시킨 후, 상온의 물 속에 다시 넣어 해동되는 과정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미꾸라지 해동실험을 통해 냉동인간의 원리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 것이다.

실험에 들어가기 전, 최 박사는 학생들에게 몇 가지 주의사항을 당부했다. 미꾸라지 냉동법과 해동법, 액체질소를 다루는 가운데 필요한 점 등에 대해서다. “미꾸라지는 최대한 빠르게 냉동시켜야 해요, 그리고 냉동시킨 후에도 물속에 빨리 담가야 미꾸라지의 생존율이 더욱 높아집니다.”

▲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주최한 ‘미꾸라지 해동실험’ 수업에 참여한 학생이 직접 미꾸라지를 해동시키고 있다. ⓒ황정은


실험을 하기 위해 두 줄로 길게 늘어선 아이들은 과학자가 된 듯 결연한 표정으로 뜰채에 미꾸라지를 집은 후 액체질소에 들어가는 미꾸라지를 유심히 바라본다. 이후 냉동된 미꾸라지를 신기한 듯 계속 응시하다가 어서 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상온의 물 속에 재빨리 빠뜨렸다.

실험을 체험한 오성은(내동초, 1) 학생은 “미꾸라지가 금방 얼었다가 살아나는 것이 신기했다”며 “냉동인간이 실제로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오늘 배운 게 모두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이야기했다.

자녀와 함께 수업을 찾은 황윤하(대전 내동) 씨는 “생명이 소중하고 귀하다는 것을 많이 배운 것 같다”며 “아이도 오늘 수업에 매우 재미있어 하면서 만족해하는 것 같아 유익하고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수업을 진행한 최 박사는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살아 있는 생물을 갖고 직접 실험함으로써 생명공학 분야에 재미를 느끼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아이들은 미꾸라지가 금방 얼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보면서 많은 흥미를 갖는다. 더 나아가 직접 원리를 찾아보는 학생들이 있다면 더욱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험실 쥐, 직접 보고 왔어요

미꾸라지 해동실험 이후에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내에서 동물실험을 하는 곳인 자원동으로 이동, 흔히 실험용 쥐로 불리는 임상실험 쥐들의 모습을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에어워셔로 몸의 먼지를 털어낸 후 쥐가 진열된 곳에 들어섰다. 이곳에서는 서동철 연구원의 설명으로 투어가 진행됐다.

서 연구원은 “이 곳에 있는 쥐들은 사람과 매우 동떨어진 반면,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며 “많은 임상실험에 사용되고 있어 인간생활에 도움을 주는 동물이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서 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사람의 질환을 갖고 있는 쥐는 전 세계에서 약 5천 종으로 파악된다. 현재 국내 연구소에는 150~180종, 5만 마리의 쥐가 있으며 이 중 1만 마리가 대전에, 나머지 4만 마리는 오창연구소에 있다.

▲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주최한 ‘미꾸라지 해동실험’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이 연구소 투어를 하고 있다. ⓒScienceTimes


진열된 쥐들은 비만·당뇨에 걸린 쥐와 면역력이 없는 쥐, 신경이 파괴된 쥐 등 다양한 질환을 갖고 있었다. 이 중 비만·당뇨 쥐는 인간의 많은 부분과 흡사하다. 사람에게도 암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 비만·당뇨로 전해지는데, 지나치게 살이 찌면 사람도 불임이 발생하는 것처럼 쥐 역시 비만일 경우에는 임신이 잘 되지 않는다.

누드마우스는 면역력 실험에 사용된다. 서 연구원은 “누드마우스는 면역기능이 없기 때문에 암 덩어리를 주입할 경우 자기 세포인 줄 알고 그대로 받아들여 암이 커진다. 이것으로 백신 약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포고(POGO) 마우스의 경우는 신경이 파괴된 쥐다. 신경이 파괴돼 계속 넘어지며 걷는 모습이 놀이기구 중 하나인 포고스틱(Pogo Stick)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포고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이를 통해 뇌 치료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이날 투어를 마친 후 김동현(용산초, 4) 학생은 “쥐가 우리 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하니 신기하고 고맙다”며 “얼었다 살아난 미꾸라지를 보는 것도, 진열된 쥐를 보는 것도 모두 신기했다”며 이날 수업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생명공학은 미래사회에서 바이오융합과 바이오신약 개발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분야이다. 특히 나노기술을 통한 병의 치료법 개발과 다양한 질병의 원인을 규명한다는 점에서 미래 사회에서 필수 역할을 담당하는 과학 분야 중 하나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수업을 통해 많은 학생들이 생명공학과학자의 꿈을 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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