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기생충의 세계

[만화로 푸는 과학 궁금증] 기생충의 이해와 그 이용

일반적으로 기생충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래서 일을 안 하면서 남에게 기대어 사는 사람을 비난할 때 ‘기생충’이란 말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생물 세계를 살펴보면 기생충이 비난받아야 할 존재는 아니다. 기생충은 오랜 진화를 걸쳐 생물 세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기생충이란 무엇인가?

생물들은 다른 종의 생물과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산다. 어떤 생물은 다른 종의 생물과 함께 살고, 심지어 다른 종의 생물 몸 안에 들어가 사는 종류도 많다. 이때 두 생물이 이득을 보며 함께 생활하는 경우는 공생이라 하고, 반면에 한쪽 생물만 이득을 보는 경우는 이득을 보는 생물을 기생충이라 하고 이득을 보지 못하는 생물을 숙주라고 한다. 기생충의 정의가 이렇다면, 우리 몸에 사는 세균들을 기생충으로 불러도 문제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미생물은 기생충이 아니다. 최소한 핵막을 가진 진핵생물이어야 기생충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기생충은 그 종수가 얼마나 될까? 생물 대부분은 몸속이나 표피에 기생하는 생물을 갖고 있다. 또한, 기생 생물에 기생하는 생물도 많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기생 생물도 많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기생충의 종수가 어느 정도로 많은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기생하는 생물의 종수가 기생하지 않는 생물보다 많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단세포로 이루어진 원생동물 중 많은 수가 기생충이다. 이런 단세포 기생충을 원충이라 부르는데, 그 대표적인 예로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말라리아 원충이 있다. 다세포 기생충은 편형동물이나 선형동물 등에 많고, 절지동물에 많다. 촌충이나 디스토마가 대표적인 편형동물 기생충이고, 회충, 요충 등이 대표적인 선형동물 기생충이다. 절지동물 기생충으로는 벼룩과 진드기, 머릿니 등을 들 수 있다.

기생충은 원래 자유 생활하는 생물에서 진화했다. 자유 생활을 하던 생물이 어떤 계기로 다른 생물 몸속으로 들어가 생활하면서 기생충이 되었다. 그 후, 기생충은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숙주 몸속 환경에 맞는 몸 구조로 진화하였다. 예를 들어 요충은 인간의 장에 기생하면서 다른 생물을 잡기 위한 기관들이 필요 없어졌고 오로지 영양분을 취하기 위한 소화기와 자손을 남기기 위한 생식기만 필요했다. 결국, 요충은 온몸에 소화기와 생식기로 채워진 모습으로 진화하였다. 회충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장에 기생하는 요충은 온몸에 소화기와 생식기로 채워진 모습으로 진화하였다. ⓒ윤상석

 

기생충과 숙주

기생충은 일반적으로 숙주에게 해를 입히는 일을 하지 않는다. 숙주가 죽으면 자신의 목숨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충이나 요충처럼 인간을 숙주로 오랜 기간 살아온 기생충은 인간 몸에 큰 해를 입히지 않는다. 그런데 그 숙주가 최종 숙주가 아니고 중간 숙주인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종 숙주가 기생충에게 평생 살아야 할 집이라면 중간 숙주는 어쩌다 들른 임시 주거지이기 때문이다. 기생충은 중간 숙주에게 해를 입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말라리아 원충은 최종 숙주가 모기이고 인간이 중간 숙주인데, 인간은 말라리아 원충 때문에 매년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는다.

심지어 기생충은 숙주를 바꾸어 타기 위해서 중간 숙주를 조종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유럽이나 북아메리카에는 달팽이에 기생하는 레우코클로리디움(Leucochloridium)이라는 기생충이 있는데, 이 기생충은 최종 숙주인 새들에게 가기 위해 중간 숙주인 달팽이를 조종한다. 달팽이들은 보통 잎사귀 뒤에 숨어 지내는데, 이 기생충이 기생하는 달팽이는 새들의 눈에 잘 띄도록 잎사귀 표면으로 나온다. 그리고 이 기생충은 달팽이의 더듬이를 조종하여 새들이 잘 먹는 나비와 나방의 애벌레로 보이도록 만든다. 이렇게 해서 달팽이는 새의 먹이가 되고, 이 기생충은 최종 숙주인 새의 몸속으로 들어간다. 또한, 고양이를 최종 숙주, 쥐를 중간 숙주로 기생하는 톡소포자충이라는 기생충이 있는데, 톡소포자충이 기생하는 쥐는 움직임이 둔해지고 위험을 판단하는 능력이 낮아져서 고양이에게 먹히는 경우가 많다.

톡소포자충이 기생하는 쥐는 움직임이 둔해지고 위험을 판단하는 능력이 낮아져서 고양이에게 먹히는 경우가 많다. ⓒ윤상석

 

기생충과 인간 면역 시스템

인간은 기생충과 아주 오랜 기간 함께 해 왔다. 그러다 현대에 와서 위생 시설의 급격한 발달로 인간의 기생충 감염률이 매우 낮아졌다. 그러면서 우리 몸에 기생충이 갑자기 사라지는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는데, 우리 몸은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사실 우리 몸은 일정량의 기생충에 노출되어야 면역 시스템이 건강하게 유지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그래서 늘 침입하던 기생충이 오지 않자 우리 몸 면역 시스템은 적이 아닌 엉뚱한 대상을 공격하거나 내부에서 싸움을 일으키며 문제를 일으킨다. 이로 인해 알레르기나 천식, 각종 자가면역 질환이 우리 몸에 생긴다. 알레르기나 천식은 우리 몸 면역 시스템이 음식이나 꽃가루 등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나타나는 질병이고, 각종 자가 면역 질환은 우리 면역 시스템이 우리 몸 엉뚱한 곳을 공격하면서 생긴다.

그래서 알레르기와 천식, 아토피성피부염과 류마티스관절염 등 다양한 자가 면역 질환을 치료하는 데 기생충을 이용하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치료에 사용되는 기생충은 편충과 구충, 돼지편충 등인데, 이 기생충들은 우리 몸에서 무한 증식하지 않고 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도 않고 나중에 간단하게 약으로 몸에서 제거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는 건강을 위해 이 기생충의 알을 마시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알레르기와 천식, 아토피성피부염과 류마티스관절염 등 다양한 자가 면역 질환을 치료하는 데 기생충을 이용하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윤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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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김이화 2021년 8월 13일12:20 오후

    안녕하십니까 윤상석 작가님 ^^ 성균관대학교 학내언론사 성대신문 김이화 준정기자입니다. ‘성균인 2색만남’이라는 코너를 통해 작가님의 이야기를 후배 성균인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인터뷰 요청 메일을 보내드렸습니다. 한메일 계정으로 메일드렸사오니 확인 한 번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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