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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과학
조행만 기자
2009-07-09

내가 무심코 먹는 빵 한조각이… 녹색성장 위해 푸드마일리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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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 사는 구대성 씨(33·가명)는 나홀로족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와서 대학을 졸업한 구 씨는 아직까지 결혼을 안 한 채 서울에 남아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다.

주위에서 “왜 아직도 혼자 사냐?”고 물어보면 “외롭긴 하지만 혼자 사는 것도 그런대로 괜찮다”고 말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사회는 나홀로족이 혼자 충분히 생활을 할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나홀로족의 가장 큰 민생고는 아무래도 식사 문제. 하지만 구 씨는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나홀로족답게 햄버거나 샌드위치 또는 일회용 간편식 등으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 씨는 “김치맛을 잃은지 이미 오래다”고 말한다.

바깥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침을 거르는 구 씨는 점심 때면 직장동료들과 주위의 맛집을 즐겨찾는데 그 중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패스트푸드 전문점이다. 저녁에 술자리가 없는 한 빨리 귀가하는 구 씨는 집에 와서 수입식품을 즐겨 먹는다. 주로 샌드위치, 스파게티, 피자 그리고 수입산 칠레 와인 등이다.

사회 풍조가 많이 변하면서 구 씨와 같은 나홀로족들이 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우리의 식탁은 점점 외국산, 특히 값싼 중국산 수입식품에 점령당하고 있다. 식품 수입은 외화 낭비는 물론 국내 농산물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에는 학교 급식도 거의 수입식품을 쓰고 있다. 또 겉으론 우리나라 농산물이라고 써 있지만 외국의 종자를 사 와서 재배한 식품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진국보다 식품 수입 많아

식품 수입의 증가는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그것은 바로 탄소배출의 증가. 세계 경제가 글로벌화하면서 이미 지구촌은 단일 시장으로 나아가고 있다. 각국의 시장개방에 따른 무역 증대와 육·해·공 수송기술의 발달로 이뤄지는 식품물류로 인해 엄청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있는 것.

교통망과 저장/가공기술의 발달이 오히려 식품의 수송량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서 자급자족해야 할 식품을 해외에 의존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1994년부터 영국의 소비자 운동가 ‘팀랭(Tim Lang)’은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된 식품을 소비해 탄소배출을 줄이자는 ‘푸드마일리지’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푸드 마일리지란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식품 수송량에 수송거리를 곱한 수치로, 식품 수송에 의한 환경부하량 파악에 유용하다.

푸드마일리지 운동은 기후변화가 점차 피부로 다가오고 범지구적으로 녹색성장 운동이 전개되면서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 우리나라의 식품 수입은 선진국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최근에 국립환경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가 조사한 자료(2009년 6월 18일)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영국, 프랑스 등을 대상으로 한 각국의 수입 식품에 대한 푸드 마일리지 및 CO2 배출량 산정 결과에서 한국의 1인당 식품 수입량은 산정 대상국 중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식품 수입량이 가장 작은 프랑스의 1.2배 수준이었다. 이는 2001년(410㎏/인)보다 ’07년(456㎏/인)에 약 11% 증가한 수치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곡물에 대한 수입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07년 기준, 1인당 수입식품 푸드 마일리지는 일본, 한국, 영국, 프랑스 순으로, 한국과 일본은 곡물 푸드 마일리지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한국의 1인당 수입식품 푸드 마일리지는 4개국 중 2위. 이는 프랑스의 5.9배 수준이다. 따라서 식품 수송에 따른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산지 식품을 많이 소비해 수송거리를 단축해야 한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한편 지난 6일 녹색성장위원회는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제4차 회의를 갖고 2020년까지 세계 7대 녹색강국 진입을 목표로 2013년까지 총 107조원이 투자될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향후 5년 동안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2%를 녹색 관련 분야에 투자하고 올해에만 17조5천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이 5개년 계획에는 자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 2012년까지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단계적 시행 방안 마련 등이 들어있다.

녹색성장의 기조는 두 가지다. 탄소 배출의 저감과 이를 통한 경제회생이다. 물론 탄소의 저감 없는 경제회생은 의미가 없다. 그러나 선진국을 능가하는 식품 수입량은 녹색성장을 펼치려는 정부의 노력에 우리의 식탁이 역행하고 있는 안타까운 사실이다.

외국산 식빵 320g에 탄소 배출 16배

솔로인 구대성 씨의 큰 관심사 중의 하나가 바로 마일리지 계산이다. 직접 조리하기보단 시켜먹는 일이 많은 그에게 공짜 쿠폰은 매우 유리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주로 혼자 쇼핑을 하는 그는 신용카드를 비롯한 각종 회원카드 등의 포인트 계산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적립금이 쌓이면 최대 10%의 현금을 인터넷 통장에 넣어주는 ‘캐시백’ 등과 같은 제도로 돌려받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또 공무원인 그는 해외 및 지방출장이 많아서 마일리지 누적도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 구대성 씨가 가장 관심을 갖는 마일리지는 바로 푸드 마일리지다. 최근 들어 녹생성장을 주제로 한 교육을 많이 받는 그는 얼마 전에 한국영양학회가 주최한 ‘녹색성장과 녹색 식생활’ 심포지엄에 참가했다.

한 주제발표에서 그는 외국산 식빵 320g을 먹을 경우, 푸드 마일리지로 계산했을 때, 무려 16배의 이산화탄소를 더 배출한다는 말을 들었다.

다시 말해, 국내산 밀이 376km 떨어진 해남에서 서울로 오면 푸드 마일리지가 0.094km이고 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16g인데 배해 미국산 밀의 경우 2만96km를 건너와서 푸드 마일리지가 5천24km가 된다. 온실 가스배출량은 무려 246g으로 늘어난다.

세미나에 다녀온 이후 그에게 한 가지 변화가 생겼다. 녹색성장 패러다임이 자리를 잡으면서 자신의 생활이 온실가스 배출의 선두에 있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꼈던 것이다. 아울러 공무원인 그가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 역행하고 있다는 사실도 큰 부담이 되었다.

자신이 무심코 먹는 빵 한 조각으로 인해 이산화탄소가 얼마나 배출되고 그것이 누적되면 장차 자신이 설 땅조차 없어진다는 사실은 그에게 이제 잠재적인 부담감으로 자리 잡았다.

먼저, 푸드 마일리지 운동에 적극 동참키로 한 그는 관련 문헌을 열심히 탐독하고 지식 습득에 나선 것은 물론 식생활을 대폭 개선했다. 즐겨먹던 패스트푸드를 대폭 줄이고 식당에서 음식을 고르거나 집에서 조리를 할 때도 수입식품을 썼는지의 여부를 따져보는 습관이 붙었다.

오늘 그는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국내산 유기농산물 시장으로 발걸음을 향하고 있다.
조행만 기자
chohang2@empal.com
저작권자 2009-07-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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