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 코로나19에 취약한 이유는?

[금요 포커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을수록 증상 심각해

여성은 질병 저항성과 관련해서 남성보다 더 강한 면역 체계를 지닌다. 따라서 특정 암에 걸릴 위험도 더 적으며, 특정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저항력도 더 강하다. 여성의 평균 수명이 남성들보다 6~8년 정도 더 긴 이유 중 하나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멘,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태국, 파키스탄 등의 국가에서는 전체 코로나19 사망자 중 3/4이 남성이다. 누적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미국, 브라질, 인도 등의 국가에서도 남성 사망 비율이 훨씬 더 높다. 하지만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은 여성과 남성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다.

혈액 속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남성들일수록 코로나19에 걸릴 경우 더 심각한 증상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SARA MOSER

여성의 치명률이 남성보다 낮은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 생활 방식에 대한 차이에서부터 여성들은 X염색체가 2개이므로 X염색체 연계 질환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추정한다.

또 다른 요인으로 성호르몬의 차이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여성에서 나오는 성호르몬이 코로나19가 중증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아준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여성 호르몬이 많은 임산부의 경우 임신하지 않은 여성보다 사망할 확률이 훨씬 더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비해 남성들이 지닌 성호르몬은 코로나19라는 질병에 더 취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 남성은 여성보다 훨씬 더 많은 테스토스테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은 높은 수준의 테스토스테론이 그 원인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기존 인식과는 반대되는 현상 발견해

그런데 최근 미국 워싱턴대학 의대의 연구진은 이와 정반대의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끌고 있다. 혈액 속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남성들일수록 코로나19에 걸릴 경우 더 심각한 증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코로나19 증상으로 워싱턴대학 반스주위시 병원에 내원한 남성 90명과 여성 62명의 혈액 샘플에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여성 호르몬 에스트라디올, 그리고 성장 호르몬인 IGF-1의 수치를 각각 측정했다.

그중 병원에 입원한 143명의 환자에 대해 수시로 이들 호르몬의 수치를 다시 측정했다. 그 결과 여성들의 경우 질병의 심각도와 호르몬 수치 사이에 어떠한 상관관계도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남성들의 경우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질병의 심각도 사이에 연관성이 높았던 것.

미국 워싱턴대학 의대 아비나프 디완 교수. ©www.diwanlab.com

병원 입원 당시 코로나19 증상이 심각한 남성은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0.1ℓ당 평균 53ng(나노그램)이었으며, 증상이 덜 심각한 남성의 경우 평균 151ng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입원한 지 3일째 되는 날에는 중증을 앓는 남성 환자의 평균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0.1ℓ당 19ng에 불과했다.

즉,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을수록 증상이 더 심해진 것이다. 수치가 가장 낮은 남성은 집중 치료가 필요하거나 사망 위험이 높았다. 실제로 이 연구 과정에서 37명의 환자가 사망했는데, 그중 25명이 남성이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아비나프 디완(Abhinav Diwan) 교수는 “대유행 기간 테스토스테론이 나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우리는 그와 반대되는 현상을 발견했다”며 “병원에 왔을 당시 테스토스테론이 낮은 이들은 집중치료를 요하거나 사망 위험이 훨씬 높았으며, 입원 중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더 떨어진 이들의 경우도 위험성이 높아졌다”라고 말했다.

사망 환자 37명 중 25명이 남성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의학협회 학술지인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5월 25일자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고령화, 비만, 당뇨병 등 코로나19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다른 요소들도 낮은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코로나19에 걸리는 남성은 전반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성인 남성의 경우 혈중 테스토스테론이 0.1ℓ당 250ng 이하이면 수치가 낮은 것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 코로나19 입원 환자 중 증상이 덜 심각한 남성의 평균 혈중 테스토스테론도 151ng밖에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심각한 코로나19로 인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하락했는지 아니면 애초부터 낮은 수준의 테스토스테론이 더 심각한 코로나19를 유발하는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들 환자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코로나19에 걸리기 전에는 측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이 연구는 낮은 테스토스테론이 심각한 코로나19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하지는 못한 셈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코로나19에 걸린 남성을 위한 치료제로 테스토스테론을 차단하거나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증가시키는 등의 호르몬 치료법을 연구 중인 임상실험의 경우 주의를 요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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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김동균 2021년 5월 28일11:49 오전

    서로 아무 관련이 없을것 같았던 호르몬과 감염성 질병 사이에 특정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곳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를 통해 감염성 질병을 치료하는데 호르몬을 사용할 수 있다면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많은 시간과 자본을 소비하는 정도가 줄어들고 빠르게 많은 사람들에게 치료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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