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국영수를 잘 해요. 인간은 이제 다른 걸 해야죠."
휴머노이드 로봇 '똘망'을 만든 로봇공학자 한재권 교수(한양대 융합시스템학과)는 26일 인터넷진흥원 주최로 서울 역삼동 메리츠타워에서 열린 '2045, 미래사회@ 인터넷' 북 컨퍼런스에서 30년 후 로봇과 살아가는 미래사회를 전망하며 다각도에서 본 로봇학에 대해 이야기했다.
로봇학을 하면서 많은 실패를 경험했던 그는 로봇학이야 말로 실패를 먹고 성장하는 학문이라고 말하고 또 그 실패를 통해 놀랄 만큼 진화해 인간의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을 펼쳤다. 그가 말하는 로봇은 무엇이며 30년 후 로봇과 인간은 어떤 모습일까?
실패의 위대함, 로봇공학은 실패를 먹으며 성장한다
그가 소속되어 있던 로보티즈(Robotis)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똘망'(Thor-Mang)은 지난해 6월 미국에서 열린 국제 재난대응로봇 경진대회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DARPA Robotics Challenge)에 국가 대표로 출전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록히드마틴, 카네기 멜론대 연구팀, MIT 대학 연구팀, 일본산업기술연구소 등 미국, 일본, 독일 등 내노라 하는 글로벌 기업 및 대학 24팀이 출전한 대회였다.
하지만 수많은 로봇들이 미션으로 주어진 '차에서 내리기', '밸브 돌려서 열기', '계단 오르기' 등을 못해 볼썽 사납게 넘어지고, 나동그라져 찌그러졌다. '똘망'도 예외는 아니였다. 하지만 그 바보같이 넘어지는 로봇들은 실패를 통해 커다란 성장을 하게 되었다. 실패는 로봇을 만드는 데 있어 최고의 자양분이었다.
우스꽝 스러운 모습을 연출하며 나동그라졌던 로봇들은 불과 6개월 만에 진일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교수는 로봇개발사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이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을 설명했다.
이 로봇은 실험실에서 나와 손잡이 밸브를 돌려 열고 건물 밖으로 걸어나간다. 미끄러운 눈 길에서도 넘어지지 않고 걷는다. 누구와 걷는가에 따라 보폭이나 보행 속도도 조절할 수 있다. 무거운 택배상자를 들고 정확한 지점에 옮겨놓는다. 큰 막대기를 이용해 로봇을 쓰러뜨리면 다시 발딱 일어서서 다시 임무를 묵묵히 수행한다.
30년 후 2045년, 로봇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
"처음에는 로봇이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웃어요. 신기해 하기도 하고 애완 동물처럼 귀여워 하기도 하죠. 하지만 저렇게 사람 보다 잘 걷고 잘 뛰고 심지어 사람의 물리적 힘을 압도하는 로봇을 보면 그 다음에는 저런 로봇을 왜 만드냐며 두려워 해요. 로봇에게 빼앗기는 일자리를 이야기 하며 더 불편한 마음을 표현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봇은 계속 만들어진다. 로봇공학은 계속 발전될 것이다. 실패를 자양분 삼아. 그렇다면 로봇을 왜 만들까? 한재권 교수는 노동력이 부족해지는 세상, 사람이 점점 줄어들어서 생산가능성이 없어질 때를 대비해 로봇을 만든다고 답했다.
그는 고령화 사회에 주목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접어드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에 따른 생산력 저하는 미래 사회에 필연적인 과정이 될 것이다. 하지만 사회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생산 노동력이 필요하다. 그는 로봇이 바로 그 노동력 부족함을 채울 솔루션이라고 내다 봤다.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30년 후 미래에는 지금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었던 많은 직업들은 사라질 것이다. 일자리는 로봇에게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직업으로 대체될 것이다. 한 교수는 일자리가 없어진다고 걱정하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일자리가 나왔을 때를 지금 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영수는 로봇에게 맡겨라
"로봇에게 빼앗기는 직업과 로봇이 만들어내는 직업 사이에서 양과 질에 주목해야 해요. 새로 나올 직업을 지금 부터 생각해서 사회를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 무슨 직업이 새로 나올 지는 몰라요. 하지만 로봇이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면 길이 보이죠. 로봇이 할 수 없는 것, 바로 '휴머니티'가 아닐까요?"
로봇이 가장 잘 하는 것은 '국영수'이다. 로봇은 언어능력, 수리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인간에게 없는 부족함이 있다. 로봇이 인간을 닮으려고 하면 할수록 가장 아쉬운 2%는 바로 '인간다움'이었다.
로봇공학자들은 처음 로봇을 만들고 걸으면 환호성을 지른다. 말을 걸었는 데 대답을 하면 또 환호성이 나온다.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 때 뿐이다. 너무 인간같은 로봇이기에 인간처럼 대했다가 실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30년 후 로봇과 공존하는 미래사회에는 휴머니티를 선점하는 사람이 최고의 부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그것이 바로 로봇과 함께 살아갈 우리의 30년 후 미래의 지향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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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4-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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