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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8-21

고구려, 조선시대 로켓의 우수성 채연석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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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교 객원기자] 로켓은 언제부터 만들어졌을까? 아마도 우리의 선조가 로켓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한 때가 서기 500년대부터라고 본다. 그때면 삼국시대다.

지난 방학에 즈음해 서울에서 열린 고구려 벽화 전시회에 가본 적이 있다. 그 벽화들 중 나의 눈길을 가장 끈 것은 밝은 보름달 양 옆으로 남녀 신선이 학을 타고 달로 올라가는 그림이었다. '아! 저게 바로 죽어서도 달로 가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최무선, 아버지 돕고자 화약무기 개발

1,500여 년 전인 6세기 고구려 시대에는 로켓처럼 사람을 지구 밖으로 움직이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새를 이용해 달로 가고자 하는 그림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고구려 시절, 혹은 그 이전부터 달에 가고자 하는 꿈과 의지를 불태웠던 것이다.

고려시대의 최무선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화약을 사용한 사람으로 널리 알려진 이 사람이 우리나라 최초의 로켓과학자다. 당시 세무공무원격의 직위를 갖고 있던 최무선의 아버지는 곡식으로 세금을 받아 수도인 개성까지 이송하는 중간에 왜구에 의한 피해를 자주 입었다고 한다.


최무선은 아버지를 돕기 위해 화약을 만들었다. 그 결과 현재까지 그가 만든 18가지의 화약무기가 전해지고 있다. 그 중 '주화(走火)'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화살대와 같이 날아가는 방향을 안정시키는 지지막대가 120cm, 화약이 들어가는 약통은 길이 10~15cm, 직경 2~3cm의 종이통이었다. 이 종이통에 불을 붙이면 화살이 날아가는 것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로켓'이라고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세계 최대 로켓개발

이런 것이 조선시대 세종으로 이어져 '신기전'으로 발전했다. 1474년에 기록된 '국조오례서례'의 '병기도설'에 보면 당시의 화약병기는 20종에 달했다. '귀신같은 기계화살'이란 뜻의 신기전(神機箭)은 종이를 말아 만든 종이통 속에 화약을 넣고 긴 막대의 끝에 화약이 든 약통을 붙인 모습이다. 약통 속의 화약에 불을 붙이면 화약이 타들어 가면서 생기는 연소가스가 뒤로 분출하며 동체는 앞으로 날아간다. 약통 옆에는 대나무와 가죽으로 만든 긴 안전막대가 달려있어, 로켓이 똑바로 비행하게 해준다.

신기전은 크기에 따라 세 종류로 나뉜다. 小신기전은 길이 1.2m, 사정거리 150m이고, 中신기전은 길이 1.4m에 비행거리는 200m였다. 가장 큰 대신기전은 길이 5.5m에 사정거리 2km로 당시 ‘세계 최대 로켓’이었다. 대신기전은 세종 때인 1448년 만들어졌는데 19세기 초까지도 세계 최대를 자랑했다. 또 중신기전과 대신기전은 작은 발화통을 달아 þ 炷弧þ상공에 도착할 때쯤이면 폭발하도록 제작되었다.


발사 최적각인 45도 조선시대 이미 풀어내

로켓만 만들어진다고 발사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발사장치와 발사방법이 필요한데 당시의 발사대로 '화차'라는 것이 있었다. 이것으로 중신기전이나 소신기전 100발을 한꺼번에 끼워 발사할 수 있었다. 길이가 2.3m 폭이 1.2m인 크기로 300여 개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화차의 최대 발사각도는 43도였다. 현대과학에서 로켓이 가장 멀리 날아갈 수 있는 발사각도를 45도로 계산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미 당시에 발사와 관련된 수학적 물리학적 계산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화차는 세종의 아들 문종 왕으로 있는 동안 만들어졌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당시로서는 부속품이 많았던 편인데 문종은 재위기간이 2년에 불과했지만 700여대의 화차를 만들었고 동래부에도 20여대를 배치해 왜구를 격퇴하는 데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로켓은 얼마나 정밀하게 만드는가가 중요하다. 조선시대에 이런 신기전이 만들어 질 수 있었던 것에는 이유가 있다. 혹 한국 사람들이 손재주가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그만큼 정밀하다는 이야기다. 당시 길이를 재는 단위는 '척(尺)', '촌(寸)', '분(分)', '리(釐)'였다. 1척은 약 30cm, 1촌은 3cm, 1분은 3mm, 그리고 1리는 0.3mm다.


세종시대 세계 최정밀 자, 로켓개발의 근간이었다.

최소의 단위랄 수 있는 리는 현재 우리가 쓰는 1mm눈금의 단위를 3분의 1로 나눠 쓰는 길이이다. 이렇게 정밀한 자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당시에 신기전이 만들어 질 수 있었던 것이다. 이미 1,400년대부터 우리는 '리'라는 단위를 사용해 로켓의 형태를 지닌 무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긴 단위를 사용하거나 손재주가 좋지 않은 나라에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자를 이용한 손재주가 뛰어난 민족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1480년대 세계적인 인물로 꼽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로켓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에 앞서 1450년 세종 대에 우리는 상상을 현실로 실현해 무기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세종시절 우리 과학의 수준이 세계 최고이고 최고의 손재주를 가지고 있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21세기에 살아 남으려면 우리의 장점을 키워야 한다. 우리의 좋은 손재주를 키워나가야 한다. 우리는 지금 반도체로 100억 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벌어들인다. 불량률이 가장 낮기 때문인데 우리의 손재주가 그 만큼 좋다는 증거다. 몇 년 전 만해도 전 세계 기능 올림픽에서 12연승을 하기도 했었다. 우리의 자랑스런 손기술을 잘 계승해 나가야 한다.

저작권자 2003-08-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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