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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재형 객원기자
2011-04-01

과학의 거짓말? 프린지 사이언스 비주류 과학, 믿을 수 없는 사이비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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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항상 우리에게 진실만을 말할까? 물론 그래야 하는 것이 옳으며 많은 과학자들이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는 쉬운 일은 아니다. 과학은 종종 거짓을 말하기도 한다. 혹은 지금 우리가 진실이라 알고 있는 과학이론 중 거짓인 것이 있을 수도 있다. 인간의 눈으로 우주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인류의 역사만 보더라도 지금은 터무니없게 들리는 여러 가설들이 존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새로운 가설이 등장했을 때, 그것이 이미 사실이라고 인정된 이론들과의 큰 충돌 없이 비교적 명확한 근거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면 하나의 이론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들은 그 사회의 주류 과학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류에서 밀려난 가설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거나 증명이 어려운 것, 기존의 이론들과 부합되지 못하는 것, 혹은 사회적인 문제로 인해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가설들이 그대로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니다. 누가 봐도 쓸모없는 사이비 가설이 아닌 이상에야 그것들을 계속해서 연구하고 증명하려 노력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신뢰성의 결여로 그 시대의 정설 이론과 동떨어진 채 하나의 독립된 연구 분야로써 탐구되는 과학, 이를 비주류 과학(Fringe Science) 또는 의사 과학(pseudoscience)이라고 한다.

인정되지 못한 과학, 프린지 사이언스

비주류를 의미하는 ‘프린지(Fringe)’라는 말에 익숙한 사람들도 있다. 이는 미국 폭스 사에서 제작한 드라마의 제목이기도 하다. 비주류 과학이라 불리는 갖가지 미스터리들을 주제로 그에 대한 비밀을 풀어가는 내용이다.

이는 국내에서 방송이 되며 넓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을 정도로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대중은 이처럼 비주류 과학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다. 현재 과학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 신비감을 주며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

지금이야 이런 내용의 매체나 연구 자체가 인정받고 있지만 과거 역사에선 그렇지 않았다. 종교적·사회적인 이유로 비주류 과학에 대한 연구 활동 등은 단호한 배척의 대상이 돼왔다. 그런 과거가 있었기 때문인지 비주류 과학은 어둡고 비밀스러우며 금지된 것이라는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비주류 과학엔 많은 것들이 있다. 점성술, 텔레파시, 초심리학, 바이오리듬 등이 대표적인 예이며 특히 국내에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되는 ‘혈액형에 따른 성격차이’도 비주류 과학의 하나라 볼 수 있다. 이들은 모두 현대인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임에 분명하지만 비판도 많이 받고 있다. 그럴듯한 이야기로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비주류 과학 중 의도적으로 대중을 현혹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도 있겠지만 미래에 주류과학이 될 수도, 혹은 주류과학의 발전에 큰 도움을 줄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들도 있다. 주류가 아니라 해서 감옥에 가두고 추방하거나 심지어 처형까지 시켰던 과거와는 달리 현대에 와서 비주류도 하나의 연구 분야로 인정하고 독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주류로부터 발달한 주류

예로부터 존재했던 비주류 과학들 중엔 그 시작을 가늠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도 있다. 인류의 기본적인 욕구로부터 시작했기 때문인데, 각종 미신에 대한 것이 그것이다.

현대에 와선 심리적 안정을 위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기도 하지만 개중엔 과학 발전에 큰 영향을 준 것도 있다. 바로 점성술이 그것이다. 과학적 지식이 없던 시대에 어두운 밤하늘에 가득한 별들은 신비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그 신비한 존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돼 점을 치는데 이용됐다. 이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정밀한 천체 관측이 이뤄졌고 기록들이 쌓여갔다. 그리고 그 현상들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천문학이 발달하게 됐다.

이 뿐만 아니다. 현재는 비주류지만 당시엔 주류로 여겨졌던 연금술도 마찬가지다. 중세 시대, 쓸모없는 돌덩이나 금속을 금, 은과 같은 귀금속으로 변환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일반적인 방법으론 불가능했기에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갖가지 물질을 가지고 실행했던 실험과 그로부터 알아낸 결과들은 현대 화학의 시초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연금술 자체를 순수한 과학적 호기심과 우주를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혹은 비주류에 속했던 것이 주류 과학이 된 경우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다. 천동설을 주장하는 종교의 압박 속에서 코페르니쿠스는 종교재판에 회부됐으며, 마찬가지로 지동설을 주장하던 갈릴레오 갈릴레이 또한 종교재판을 통해 추방을 당했다. 진실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분위기 속에 비주류로 여겨졌던 것이다.

큰 지진이 발생할 때마다 거론되는 판 구조론도 처음 가설이 나왔을 당시엔 비주류 과학에 속했다. 독일의 지구물리학자 알프레드 베게너는 1915년 처음으로 대륙 이동설을 주장했다. 하지만 거대한 고체 덩어리로 이뤄진 대륙들이 움직인다는 것이 당시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가설이 제안된 지 50여년이나 지난 후에나 인정이 됐으며 이것이 판 구조론으로 발전했다. 그 당시는 이미 베게너가 사망한 뒤였다.

주류로의 변신을 꿈꾸는 저온 핵융합

현대 들어 나타난 비주류 과학이론 가운데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바로 저온 핵융합이다. 이는 에너지 문제가 점점 심각해져가는 가운데 매우 획기적으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원리로 한때 세계를 집중시켰다.

핵융합은 원자핵이 융합하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 현상으로 태양과 같은 별(항성)들이 그 엄청난 에너지를 내는 원리이기도 하다. 최근 안전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는 핵분열을 이용한 것이다.

이는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같은 무거운 원소들을 재료로 사용해야 한다. 물론 효율이 높지만 원료가 한정돼 있는 것. 하지만 핵융합은 이에 비해 원료가 무한하다. 게다가 핵분열에 비해 방사선, 낙진과 같은 피해가 거의 없어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다.

하지만 태양을 봐도 알 수 있듯 핵융합을 위해선 1천만℃~1억℃에 이르는 엄청난 고온이 필요하다. 이런 온도를 내는 일은 매우 힘들기 때문에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얻는 것이 힘들다. 만약 저온에서 핵융합이 가능하다면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것이며 이는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 될 것이다. 이에 도전한 학자가 프랑스의 루이스 켈브란(Louis Kervran). 그는 생명체 내에서 이뤄지는 핵융합 반응들을 예로 들며 저온에서 핵융합이 가능하다는 것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많은 과학적 오류를 포함하고 있다며 인정되지 않았다. 결국 루이스 켈프란은 1993년 황당한 연구를 한 사람에게 주는 이그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비주류라고 모두 비(非)과학은 아냐

하지만 이 저온 핵융합은 최근에도 계속해서 연구되고 있는 분야다. 실현만 된다면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무한하기 때문이다. 이에 영화나 소설 등에 단골로 등장하기도 한다. 여기저기서 이뤄지는 연구들을 통해 가까운 혹은 먼 미래에라도 저온 핵융합을 실현할 수 있는 획기적 기술이 개발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과거 사례들이 보여주듯 비주류 과학이라 할지라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주류 과학이 될 수 있으며 그 연구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되기도 한다. 과학을 탐구하는 모든 연구 활동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에 비주류라 해서 배척하거나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볼 수만은 없다. 물론 비주류에서 가치를 찾기 위해선 전혀 근거가 없거나 악의적인 목적을 가진 것들에 대해서는 구분할 줄 아는 안목을 길러야 할 필요도 있다.

조재형 객원기자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1-04-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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