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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행만 기자
2010-11-26

시공간 초월하는 유전자 과학수사 유전자 분석 통해 과거 범죄 속속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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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우리나라 경찰의 과학수사 예산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내년도 증액되는 경찰예산안 가운데 DNA 데이터베이스은행 등 첨단 과학수사장비 보급에 17억1천300만원이 배정된 것. 이를 통해 잔악한 살인자 검거는 물론, 경찰 수사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과학수사가 도입된 이후 DNA 과학수사는 강력범죄 해결의 일등공신으로 자리 잡아왔다. 더욱이 최근에는 시공간을 초월해 과거의 범죄나 무죄 여부를 밝히는 데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올해 9월 두 명의 성폭행 범인이 경남 진주경찰서에 붙잡혔다. 이 범인들은 새벽에 자신의 집에서 잠든 여성에게 몰래 접근해 성폭행을 저지르고 금품까지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 범인들이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시기는 지난 2001년 8월. 경찰은 무려 9년 전의 범인을 잡았다. 경찰이 범인을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DNA 데이터베이스의 활용이었다. 올해 7월 또 다른 절도혐의로 구속된 범인의 구강 세포를 채취한 경찰은 이를 국과수에 의뢰했으며, 범인의 DNA와 9년 전 성폭행 피해 여성으로부터 채취한 용의자의 DNA가 일치함을 밝혀냈다.

DNA 신원확인정보는 경찰의 데이터베이스에 수록·저장되기 때문에 향후 용의자가 추가 범죄를 저지를 경우 DB상에서 곧바로 비교·대조할 수 있다. 이런 연유로 과거에 검거되지 않은 범죄자와 억울한 피고인의 무죄를 밝히는데도 유용하게 쓰인다. 

무죄 입증하는 해결사로 등장 

지난 2008년 미국 댈러스 모닝뉴스지 톱기사에는 한 재소자의 억울한 이야기가 실렸다. 기사의 주인공은 중년의 흑인 남성 ‘찰스 알렌 쳇맨(47세)’. 그는 20세 때인 1981년도에 백인 여성 간호사를 강간한 범인으로 붙잡혔다.

미국 경찰이 쳇맨을 범인으로 지목한 이유는 그의 직업이 타인의 집에 들어갈 수 있는 배관공이란 점, 성폭행 피해 장소가 그의 집 근처란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피해자인 백인 여성의 몸에서 발견한 혈흔의 혈액형이 쳇맨과 동일하다는 점 등이었다.

DNA 과학수사가 발전하지 못한 당시의 법의학 수사에는 혈액형 판정법이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었다. 이는 성폭행 피해여성에게서 나온 정액과 용의자의 혈액이나 정액을 비교해 혈액형이 같을 경우 범인으로 확증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는 피해 여성의 질액과 용의자의 정액이 섞였을 경우 범인 확증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대해 일부 법의학자들은 “적은 시료로는 판정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더욱이 시간이 오래 지난 경우에는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결국 쳇맨은 경찰 수사에서부터 법원 판결에 이르기까지 줄곧 무죄를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사건 판결을 맡은 텍사스 주 댈러스 카운티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 무려 99년형을 선고했다.

이에 3번의 특별 사면마저 “죄가 없으니 사면받을 이유도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은 쳇맨은 혹독한 미국 교도소 생활을 견디며 무죄 입증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던 그에게 하나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건 바로 새로 개발된 ‘Y-STR’라 불리는 DNA 감식법이었다. 결국 쳇맨은 ‘Y-STR’의 도움으로 무죄를 인정받게 되고, 무려 27년 만에 석방이 됐다.

현대판 솔로몬의 지혜 ‘DNA’ 과학수사

80년대 이후 눈부시게 발전한 생명공학에 힘입은 DNA 과학수사는 기존의 방법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기법들을 개발해냈다. 효소중합연쇄반응 기술(PCR)과 STR 유전자좌의 자동 대립형질분석기법 등이다.

PCR 기술은 특정 DNA 절편만을 선택적으로 복제해 증폭시키는 기술로, 시험관 내에서 효과적으로 DNA를 탐색하고 분리할 수 있는 기법이다. PCR 기법을 통해 용액 속에 떠다니는 유전자 한 조각을 수백만 배로 증폭시킬 수 있다. 따라서 시간이 많이 경과한 범죄의 경우에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특징이다. 

STR(유전자좌) 자동 대립형질분석기법은 염색체내의 STR 유전자좌가 순차적으로 반복되는 특징을 이용한다. Y-STR 유전자 감식법의 경우, Y-염색체의 DNA는 남성만이 갖고 있는 특이 정보를 갖고 있어, 범죄 해결을 위한 DNA 과학수사에 많이 이용된다. 특히, Y-염색체 상의 STR 부위는 일정한 염기서열이 반복되는 구간으로 개인마다 틀려서 특정인을 분석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전문가들은 “인간은 누구나 DNA 지문을 갖고 있는데, 동일한 패턴이 반복하는 구간이 있다”며 “DNA 지문으로 가시화된 염기서열 중 13개 구간의 반복패턴을 분석, 이 13개 수치가 완벽히 일치하면 동일 인물로 판정된다”고 설명한다.

한편 올해 4월 서울대 의대 이숭덕 교수팀은 공동 연구로 ‘17 STR 마커 동시분석 기법’을 개발, 특허 출원하기도 했다. 기존에는 인간 염색체 23쌍에 포함된 13개 유전자를 동시에 비교분석해 범인을 밝혀냈지만 앞으론 17개의 STR 반복패턴을 한 번에 분석·대조할 수 있어 범인 확증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

이렇게 날로 발전하는 DNA 과학수사는 잔악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길거리를 활보하는 범죄자를 검거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또한 쳇맨과 같은 억울한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하는 데 있어서도 시공간을 초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조행만 기자
chohang2@empal.com
저작권자 2010-11-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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