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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이지연 기자
2010-10-01

“비닐 쇼핑백 대신 장바구니 쓰세요” 10월1일부터 대형마트에서 비닐봉투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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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본지 기자가 취재한 대형마트 안은 장을 보는 가족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그 중 많은 이가 물건을 산 후 비닐봉투가 아닌 폐종이상자를 사용했지만 일회용 비닐봉투 이용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비닐 쇼핑백은 한해 약 160억장으로, 국민 1인당 년간 소비량이 자그만치 320여장에 이른다. 그러나 한번 사용된 비닐 쇼핑백은 완전히 분해되기까지 최소 20년의 시간이 걸리는 등 환경 문제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환경부는 비닐봉투의 사용 증가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하에 지난 8월 25일, 5개 대형 유통업체와 ‘일회용 비닐 쇼핑백(비닐봉투) 없는 점포’ 협약을 체결했다.

따라서 이달 1일부터 롯데마트, 메가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하나로 클럽 등 5개 대형 쇼핑몰, 전국 350여개의 매장에서는 더 이상 일회용 비닐 봉투를 볼 수 없게 된다.

그동안 편리성을 앞세워 사랑받았던 일회용 비닐 쇼핑백은 어쩌다 이런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을까?

환경오염의 주범, 비닐 쇼핑백

비닐봉투는 고밀도 폴리에틸렌(High Density Polyethylene) 등 석유화학소재로 제작된다.

앞서 얘기했듯이 비닐 쇼핑백을 완전히 분해하기 위해선 2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비닐봉투가 분해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여건이 안돼 대부분 매립하거나 소각한다. 그러나 매립시 잘 썩지 않아 비닐이 토양에 방치되는데 이는 수분의 이동을 방해하고 작물이 뿌리를 뻗지 못하도록 해 결국 땅은 황폐해지고 만다.

비닐봉투를 소각할 경우에는 이산화탄소와 다이옥신을 비롯한 환경오염 물질이 발생된다. 특히 다이옥신은 공기 중에 섞여 토양과 물, 식물 표면에 정착해 그것을 먹은 소나 닭, 물고기 등의 지방조직에 축적된다. 이는 이 고기를 먹은 인간의 체내에 바로 축적돼 몇 세대에 걸쳐 피해를 입힌다.

만약 다이옥신이 우리 몸 안으로 들어올 경우, 다이옥신 분자는 세포조직 내에 있는 수용체 부위에 달라붙는다. 때문에 정상적인 호르몬 또는 효소들의 활동이 어려워 비정상적인 호르몬 작용을 비롯해 발육과 면역기능, 생식 등에 장애를 일으킨다.

한해 대형매장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비닐 쇼핑백의 사용량은 1억 5천만장에 달해 환경부는 “이번 협약으로 연간 6천 390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비닐봉투의 원료인 2.4톤의 고밀도 폴리에틸렌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75억 원에 이르는 사회적 비용이 절감될 것이다”라며 그 효과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이번 조치 이전 이마트 몇몇 점포에서 비닐 봉투 사용 중단을 시범적으로 실시해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양재와 남양주 등 주요 도시 25개의 이마트 매장이 7월부터 비닐봉투 판매를 전면 중단했는데, 그 결과 비닐 봉투가 없는 점포에서는 장바구니 사용고객이 기존의 29.8퍼센트에서 46퍼센트로 늘었고, 폐종이상자를 이용하는 자율포장대 이용률이 10.3퍼센트에서 21.7퍼센트로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던 것.

그러나 비닐봉투 사용 중지로 소비자들이 겪을 불편함 또한 적지 않을듯 싶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비닐봉투 판매 중단으로 시행초기에 다소 불편이 예상되지만, 장바구니 사용이 지구 환경을 보전하는 실천운동으로 정착하기 위해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이해를 바란다”며 동참을 부탁했다.

비닐봉투 퇴출 대책 고심하는 대형마트

대형마트들은 비닐봉투 사용 중지로 소비자들이 겪을 불편함을 예방키 위해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각 대형마트에서는 다양한 재질과 규격의 장바구니를 제작, 보급하고 빈 박스 제공 등의 대체수단을 마련해 고객의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마트는 이달 1일부터 이틀동안 전국 129개 점포에서 11만개의 장바구니를 선착순으로 무료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보증금 3천원에 장바구니를 대여해 주는 서비스를 기존 72개점에서 전점으로 확대한다.

환경부와 각 유통업체도 이에 발맞춰 일회용 비닐쇼핑백이 없는 점포의 조기정착을 위해 다양한 규격과 재질의 재사용 종량제 봉투를 제작, 보급키로 했다. 재사용 종량제봉투는 매장에서 구입해 쇼핑백 대용으로 사용하고 가정에서 쓰레기 종량제봉투로 사용이 가능하도록 10, 20, 30리터 등의 다양한 규격으로 두께를 강화했다. 이는 손잡이가 있어 운반이 용이하게 제작됐으며 가격은 기존의 쓰레기 종량제봉투와 동일하다.


앞다퉈 비닐쇼핑백 줄이는 각 나라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어떨까. 덴마크는 1994년부터 이미 포장세를 도입해 종이와 비닐봉투 소비량의 66퍼센트를 줄이는 효과를 얻었다. 그 후 2002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는 캠페인이 확대됐다.

지난 2005년에는 프랑스 의회 의원들은 2010년까지 생물 분해되지 않는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영국 세인즈베리 슈퍼마켓(Sainsbury’s Supermarket)은 ‘나는 비닐봉투가 아닙니다(I’m not a plastic bag)’라고 적힌 영국 유명 백 디자이너 엔야 힌드마치(Anya Hindmarch)가 만든 가방을 제공해 큰 성공을 거뒀다.

더불어 유명 할인매장인 테스코(Tesco)와 막스 앤 스펜서(Marks & Spencer), 월마트 같은 영국의 주요 소매상들은 소비자들에게 비닐봉투는 물론 종이봉투를 덜 쓰게 하자는 데 합의해 재활용 가방을 제공했다. 이로써 1년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약 5만 9천톤을 감소시켜 도로에서 1만 8천대의 차량을 줄인 것과 같은 효과를 봤다.

또한 북대서양의 아일랜드에서는 비닐 쇼핑백에 플라스텍스(Plastax)라는 비닐봉투 세금을 15센트 부과해 비닐 사용의 90%가 감소되는 효과를 얻었고 히말라야의 부탄(Bhutan) 왕국은 원래의 원시 환경을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해 일회용 비닐 봉투 사용을 전면 금지해왔다. 그 결과 부탄 왕국은 아직도 천혜의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지중해 섬나라인 몰타(Malta)도 환경을 깨끗하게 보호하기 위해 2005년 초, 비닐봉투에 환경세를 매겼다. 그에 힘입어 일회용 비닐 쇼핑백이 2년 내에 2,500만 장 감소하는 등 큰 효과를 얻었다.

비닐봉투 사용이 범죄인 곳도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003년 5월부터 얇은 비닐봉투의 사용을 불법화해 만약 이를 어기면 미화 약 1만 4천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징수하거나 징역 10년을 선고하는 중형을 내린다.

시민이 자발적으로 비닐봉투 퇴출시켜

반면 정부의 정책이나 대형마트간의 협의가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고 지역 사회 내에서 자발적으로 일회용 비닐 쇼핑백을 금지하는 곳들도 있다.

영토의 40퍼센트 가량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태고적 아름다움을 간직한 호주의 섬, 태즈메이니아(Tasmania)의 소도시인 콜스베이(Coles Bay)에서는 2003년 초부터 모든 소매점의 비닐 봉투 사용이 금지됐는데 이는 현지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벤 커니(Ben Kearney)씨의 활동에서 시작됐다. 도시의 모든 소매상들이 비닐봉투를 대체할 천 가방과 종이봉투를 각 가구마다 무료로 5개씩 배포하는 등 열렬한 지지를 보내 성공적인 결과를 거뒀다.

영국 데본(Devon)에 있는 모드버리(Modbury)의 상인 전원 43명 또한 자발적으로 비닐봉투를 제공하지 않기도 했다. 이는 영국 공영방송 BBC의 야생 동물 카메라맨인 레베카 호스킹(Rebecca Hosking)이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본 이후의 일이었다. 그들은 하와이에서 폐비닐 쓰레기가 해양 생물에게 끼친 심각한 피해를 보고 유기농 공정으로 만든 재사용 가능한 가방을 판매하는 것을 비롯해 친환경 대체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했다.

이렇듯 세계 각국에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비닐 쇼핑백 줄이기 운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제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비닐 쇼핑백 퇴출 캠페인, 우리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를 기대해본다.
이지연 기자
ljypop@kofac.or.kr
저작권자 2010-10-0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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