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업은 화학비료, 화학살충제 등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법으로 녹색기술의 상징처럼 각광받고 있다. 농업이 인류 문명사에 등장한 이래, 인류는 화학비료를 사용하기 전까지는 줄곧 유기농업을 해왔다.
농업혁명의 촉발로 화학비료, 각종 살충제 등이 개발되면서 인류는 유기농업의 종언을 선언한 것처럼 얼핏 보였다. 화학비료의 등장은 농업생산량을 비약적으로 늘리면서 식량공급이 인구증가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맬서스의 비관론을 극복하는 첨단 기술로 인식됐다. 하지만 화학비료, 살충제, 유전자조작식물 등의 사용에 따른 부작용으로 점차 회의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유기농업이다. 유기농업은 화학비료와 농기계 사용을 자제하는 농법을 일컫는다. 최근 유기농산물을 찾는 소비자가 점점 늘어나고 각종 식품매장에서도 유기농 상품이 인기를 누리면서 이제는 유기농이 대세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런데 정말 유기농은 기존 농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인류의 건강과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혁신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유기농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꼭 그렇지만은 않아 보인다.
유기농이 아프리카 빈곤 가속
지난 4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유기농 운동 때문에 아프리카 농민들이 더 가난해지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아프리카 농업의 문제는 가난한 아프리카 농민들에게 더 생산적인 농업을 위해 과학이 필요하다는 점”이라고 FP는 지적했다. 그런데 선진국의 유기농 운동가와 환경운동가들이 화학비료 보급과 종자 개량 등에 반대하면서 아프리카 농촌 지원 규모가 줄어들었다.
농업혁명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아프리카 국가에 대해 이미 농업혁명의 혜택을 누릴 만큼 누린 선진국들이 유기농을 전파하는 것은 이들 국가가 농업혁명을 통해 부국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원천봉쇄하는 이른바 ‘사다리 걷어차기’와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FP는 또한 “미국의 농경지를 100% 유기농으로 전환하면 유기농 비료 생산을 위해 지금보다 5배나 더 많은 가축과 농작물이 필요하다”며 “이들 가축과 농작물도 유기농법으로 기르려면 미국 국토의 대부분이 농장으로 바뀌어야 할 판”이라고 꼬집었다.
친환경 그린농법으로 각광받는 유기농업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짚어보자.
토양 광물 고갈, 질소고정 문제, 토양생태계 파괴 초래
환경단체들이 유기농을 주장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화학비료 사용이 각종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천연의 자원을 사용하자는 주장과 동일하다.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면 토양의 광물성 영양분은 고갈될 수밖에 없다.
이는 토양 속 인, 칼륨, 황, 칼슘, 마그네슘 등이 점차 씨가 마른다는 것을 뜻한다. 이에 대한 유일한 대책은 어디선가 부족한 영양분을 토양에 공급해주는 것이다. 즉 광석을 부수거나 생선을 그물로 잡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농업에는 질소고정이 필요하다. 현재 대다수의 농업에서 질소고정은 공장에서 화석연료를 이용해 질소를 공기에서 직접 추출하는 방법을 응용한다. 유기농은 이 같은 방법을 포기하고 대신 식물을 통해 공기로부터 질소를 고정하는 방법을 이용한다. 또는 이들 식물을 소에게 먹여 나온 배설물을 예전 농부들이 그랬듯이 쟁기질을 통해 땅에 파묻는 방법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콩과 식물을 재배하고 소를 먹이고 키울 추가적인 토지를 요구한다. 바꿔 말하면 유기농을 할 경작지와 이에 필요한 질소를 공급할 경작지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므로 결과적으로 경작지가 두 배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인류가 농업할 수 있는 경작지는 점점 줄어드는데, 유기농은 반대로 경작지를 더 필요로 한다는 얘기다.
유기농산물을 비롯한 모든 농산물은 일반인의 식탁까지 올라와야 상품으로써 가치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산지에서부터 파종, 수확, 냉장, 수송, 상품화 등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는 어쩔 수 없이 화석연료가 필요하다. 도대체 얼마만큼의 화석연료가 필요할까. 이는 유기농으로 재배하지 않은 농산물과 비교할 때 그렇게 많은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자조작식품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 안정성을 놓고 찬, 반 논란이 격렬했다. 이 같은 논박은 지금도 존재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부작용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 현대인들이 먹고 있는 식량은 돌연변이 작물들이다. 유기농가에서 인기 있는 보리 품종 골든 프로미스는 1950년대 영국의 원자로를 통해 만들어진 돌연변이 품종이다.
유전자조작작물은 환경에 좋은 영향을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유전자조작작물을 키우는 지역에서는 살충제 사용량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토양 생태계가 향상된다. 땅을 갈아엎을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오늘날 전체 목화의 1/3을 차지하고 있는 목화는 bt목화이다. bt목화는 바실루스 투린기엔시스(Bacillus thuringiensis)라는 박테리아의 독소 생성 유전자를 목화에 형질전환해 만든 유전자 조작 목화다.
이 목화의 장점은 살충제가 죽이기 힘든 목화 내부의 벌레를 죽인다는 점과 목화를 먹지 않는 무해한 곤충들은 죽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bt목화는 생산량과 환경성에 있어 모두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bt는 앞서 프랑스에서 스포렌이라는 명칭의 생물학적 살충제로 개발된 바 있다. 스포렌은 화학적 살충제가 아니라 생물학적 살충제라는 이유로 대다수의 유기농가에서 해충박멸에 사용됐다. 하지만 이를 작물에 적용한 bt목화는 유기농 운동가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살충제로서는 가능하지만 작물로써는 불가능하다는 이분법적 논리이다.
유기농은 제초제 사용도 금한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람이 손으로 직접 뽑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는 농지를 갈아엎거나 불을 질러야 한다는 의미인데, 이는 토양 생태계를 황폐화한다.
화학 비료와 농기계를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은 결국 과거로 회귀하자는 주장과 동일하다. 과거 농업의 어떠한지 오늘날 아프리카의 현실을 고려해본다면 유기농을 고집하는 것이 인류의 미래을 위해 옳은 것인지 한 번 곱씹어 볼 문제다.
- 이성규 객원기자
- henry95@daum.net
- 저작권자 2010-09-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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