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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현희 객원기자
2009-08-07

백혈병 걸려도 내 제대혈 쓸 수 없다? 혈액암 치료하는 제대혈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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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출산을 앞둔 임산부들에게 고민 하나가 더 늘었다. 바로 제대혈의 보관 여부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산모 10명 중 1명이 출산 뒤 제대혈을 보관하고 있다.

제대혈은 엄마와 태아를 연결해주는 탯줄 안의 혈액으로 골수처럼 혈액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와 근육, 신경으로 분화가 가능한 성체줄기세포가 들어 있다. 제대혈 조혈모세포는 골수 조혈모세포보다 채취가 쉽고 미성숙해 3개의 유전인자만 맞으면 이식이 가능하며 면역학적인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또 여러 조직과 장기로 발전할 수 있는 줄기세포가 풍부하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면서 암이나 각종 난치성 질환의 치료제로 주목 받고 있다.


이러한 가능성을 보고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혹시 있을지 모를 아이의 질병에 대비하여 제대혈을 보관하려는 예비 엄마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보관 업체들의 마케팅 과열과 과장된 선전 속에 임산부들은 제대혈 활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한 채 헷갈려 하고 있다.

△ 제대혈, 혈액암 치료에 가장 효과적= 제대혈은 주로 혈액암처럼 새로운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데 활용된다. 우리나라 소아암 치료율은 80%로 높은 편인데, 이것은 제대혈 조혈모세포 이식이 활성화됐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한양대병원 소아과 이영호 교수는 “제대혈 안에 있는 조혈모세포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골수 이식으로 치료 할 수 있었던 병들은 거의 이 제대혈로써 거의 치료가 가능하다”며 “완치율은 70%에 이른다”고 밝혔다.

제대혈에 대한 줄기 세포 연구가 급진전되면 난치병에 대한 치료의 새로운 전기가 열릴 것으로 의학계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암이나 에이즈 같은 병의 치료를 위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현재의 제대혈은 혈액암 환자를 치료하는 조혈모세포 이식용으로만 쓰이고 있다.

△ 혈액암, 자가 제대혈 이식은 어려워= 민간 업체에서는 “제대혈은 아이 본인에게 유전적으로 완벽하게 일치하는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이며 준비 완료된 상태에서 냉동 보관되므로 필요할 때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라고 홍보하고 있다.

이를 믿는 산모들은 나중에 아이가 혹시라도 백혈병에 걸리면 미리 맡겨 놓은 자신의 제대혈을 이용해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오해이다. 자신의 제대혈로는 자신의 백혈병 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유전적으로 백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제대혈을 자신의 몸에 이식하면 병이 더 악화되거나 재발할 수 있다는 의학적 판단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구홍희 교수는 “백혈병을 유발시킨 염색체 이상이 언제 어디서 일어났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출생 시 보관된 제대혈이 불안한 면이 있다"며 "환자에게 맞는 타인의 제대혈이 있다면 타인의 제대혈 이식을 권한다”고 말했다.

△ 혈액암 치료에서는 공여 방식이 나아= 실제로 자가 제대혈 이식(자신의 제대혈을 자신에게 이식)은 극히 드물다. 국내의 경우 1996년 처음으로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진단을 받은 7세의 남자 아이에게 동생의 탯줄혈액 조혈모세포 이식이 이루어진 이후 약 300여 건의 탯줄혈액 조혈모세포 이식이 있었다.
 

이 중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타인 제대혈 이식이 96%, 혈연 간 탯줄혈액이식이 4%, 본인의 탯줄혈액이식은 겨우 2건에 불과했다. 결국, 내 아기가 백혈병에 걸리더라도 출산 시 보관한 제대혈은 사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는 아무런 대가 없이 기증하여 누구나 필요하면 꺼내 쓸 수 있는 공공 기증 제대혈의 이식 건수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공공 기증 제대혈 은행의 경우, 2006년 개소 이후 기증된 총 1만개의 제대혈 중 350여 건의 이식을 성공하였다. 반면, 10여 개의 민간 업체들은 총 20만개 보관된 제대혈 중 이식된 경우는 10여 건에 불과하다.

하지만 오히려 한 유명 민간 업체는 300여 개의 공공 기증 은행의 제대혈 이식 사례를 홈페이지에 게재함으로써 풍부한 이식 경험을 갖추었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결국, 소아백혈병과 같은 소아암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제대혈을 보관하는 것보다 제대혈을 공여하는 편이 낫다는 평가다.

김현희 객원기자
hsquare9@naver.com
저작권자 2009-08-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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