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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형근 편집위원
2006-08-15

“지구환경은 결코 실험대상이 아니다” 미국의 기후환경 저술가 유진 린덴, LA 타임즈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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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기상이변은 결국 같아”

요즘 기후와 기상은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기상(weather)이 비가 오고 눈이 오고 태풍이 부는 날씨를 일컫는다면, 기후(climate)는 열대 기후, 냉대 기후 등의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주로 온도를 중심으로 말한다. 기후는 일정한 지역의 여러 해에 걸친 기온, 비, 눈 등의 상태를 종합한 것이다. 다시 말해 기상을 장기간에 걸쳐 종합한 것이 기후인 것이다.


문제는 기후변화(climate change)와 기상이변(unusual weather)이다. 지금 우리나라를 휘감은 더위, 지난 장마기간에 내린 유례없는 엄청난 비 등은 기상이변으로 생긴 현상이다. 또 지난해 미국의 남부 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아프리카나 방글라데시에 몰아 닥친 가뭄도 기상이변이다.


인간이 배출하는 각종 온실가스로 지구온도가 해마다 높아지는 지구 온난화 현상은 기후변화다. 북극의 얼음이 녹아 해면수위가 낮은 섬이 물에 잠기고 알프스의 설빙이 녹는 것은 기후변화에 의한 것이다.


반면 기상이변은 자연재해(natural disaster)로 많이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장마기간에 비가 많이 올 수도 있고 적게 올 수도 있다. 큰 태풍이 와서 농작물이 파괴돼 엄청난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고 어떤 때는 곱게 넘어가기도 한다.


이런 기상이변은 이집트의 나일강을 비롯해 중국의 황하,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에서 매년 반복됐던 일이다. 이들 유역에서 발생한 홍수가 비옥한 농토를 형성해 이를 토대로 세계 4대 문명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비단 문명의 발상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수도 서울의 젖줄인 한강이나 낙동강에서도 꼭 같이 일어난 사건이다.


천체물리학의 모태가 된 점성술이나 천문학이 고대에 발달했던 이유도 주기적으로 변화하는 별자리를 관측해 다음해의 홍수를 예견하는 일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기상이변이 온 것은 결코 아니었다.



“줄기세포와 기후변화는 부시가 제일 싫어하는 이야기”

따라서 현재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상이변이 기후변화에 의한 것이라는 가설은 지나치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다.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의 상관관계를 주장할 마땅한 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를 진단하기 위해선 장기간 방대한 지역의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입증이 어렵다 보니 그 상관관계를 부정하는 학자들의 입김이 더 세게 작용한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교토 의정서를 탈퇴한 배경에는 이러한 주장에 동조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이 자동차가 많아 이산화탄소배출이 많은 것은 안다. 그런데 그 가스가 지구 온난화와 기상이변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이냐”는 거다.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은 하늘의 변화고 언제든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자연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독일 환경부 장관이 미국의 교토 의정서 탈퇴를 비난하면서 “도대체 미국은 카트리나와 같은 방망이로 몇 번 맞아야 정신이 들어 의정서에 가입할 것이냐?”고 압박해도 미국은 묵묵 부답이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은 각종 기후변화 연구지원에 냉담하다. 미 행정부는 최근 NASA의 기후변화 연구자금 30억 달러 지원을 중단한 바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한 언론은 부시를 이렇게 평가했다. “부시 대통령이 제일 싫어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줄기세포와 관련한 생명과학에 대한 지원이다. 다른 하나는 온실가스, 지구 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에 대한 것이다. 이 두 가지는 부시의 아킬레스 근과 마찬가지다. 백악관의 직원들이 대통령에게 가장 올리기 난처한 서류도 이 두 가지다.”



“해안가 주민들의 생명보험료 더 비싸”

The Winds of Change: Climate, Weather and Destruction of Civilization(가칭; 기후변화와 문명의 몰락)이라는 저서로 밀리언 셀러의 작가가 된 유진 린덴(Eugene Linden)은 최근 LA 타임즈에 기고한 글을 통해 “사람의 인생을 다시 시험할 수 없는 것처럼 지구의 환경도 다시 시험할 수 없다”며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학기술과 환경과 관련해 작가로 활동해 온 린덴 박사는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은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라고 말하며 “인간의 문명이 계속 존속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 앞에 중요한 것은 이론의 논쟁이 아니라 생존의 논쟁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린덴에 따르면 미국의 보험 회사들은 해안(특히 남서부)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생명보험료를 인상하려 해 계약자와 마찰을 빚는 경우가 생겼다고 한다. 또 어떤 주택은 보험 가입을 거부한다. 집값이 터무니 없이 하락해 파산한 사람도 생기고 있다.


“사라진 의문의 문명들, 환경의 시각에서 볼 필요 있어”

한 때 지구상에서 화려한 문명을 누렸던 모체(Moche, 안데스 중심), 노스(Norse, 노르만 조상으로 스칸디나비아), 아나사지(Anasazi, 미국 남서부 코로라도 지방), 아카디안(Akkadian, 수메르인보다 더 앞서 티그리스 강에 살았던 부족)은 어느날 흔적 없이 사라졌다.


그 이유에 대해 린덴은 “그들이 발달된 과학기술로 인한 기후변화(climatic chaos) 때문에 하루 아침에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들의 문명의 몰락이 기후변화와 전여 관계없는 에피소드나 농담거리로 넘어갈 문제만은 아니다. 그들의 몰락은 역사가와 환경 연구가들이 연구해야 할 분야다”라고 적고 있다.


그는 이어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 인간의 삶과 죽음을 실험할 수 없듯이 인간의 문명인 지구의 삶과 죽음을 실험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그렇다면 지구와 인간문명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후는 기상의 역사를 묶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기상이변과 기후변화는 별개가 아니다. 세계 기상이변을 초래하는 엘리뇨는 기후변화의 산물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상이변은 천재지변과 같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지구온난화인 기후변화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hanmail.net
저작권자 2006-08-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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