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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권예슬 리포터
2023-12-27

‘푸바오’가 유튜브 스타가 된 이유 美연구진, “판다는 나무를 SNS처럼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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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푸씨’, ‘푸공주’, ‘푸뚠뚠’ 등으로 불리는 용인 에버랜드의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는 많은 사랑을 받는 국내 1호 아기 판다다. ⓒFlickr

용인 에버랜드의 자이언트판다 ‘푸바오’는 올해 최고의 SNS 스타다. 푸바오는 2020년 자연 번식으로 태어난 국내 1호 아기 판다다. 할아버지인 강철원 사육사에게 팔짱을 끼고 사랑스럽게 몸을 기대는가 하면, 육중한 몸으로 구르며 노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지난 7월에 태어난 푸바오의 쌍둥이 여동생들도 명실상부 인플루언서가 됐다. 푸바오가 언니가 됐다는 소식에 판다 가족을 향한 관심은 식을 기미가 없다. 최근 판다 가족이 인플루언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밝혀졌다. 미국 연구진은 판다가 야생에서 나무를 일종의 SNS로 활용해 소통한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20일 국제학술지 ‘우르수스(Ursus)’에 발표했다.

 

은둔형 동물 판다의 반전미

판다는 오랫동안 은둔형 동물로 여겨졌다. 미국 미시건주립대 시스템 통합 및 지속가능성센터(MSU-CSIS) 연구진은 이전부터 판다가 완전한 고독자가 아닐 것이라는 의심을 해온 연구 그룹이다. 그런데 판다 개체 수가 소수인데다, 산림이 우거진 지역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야생에서 판다가 어떻게 지내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연구를 주도한 토마스 코너 박사는 중국 월롱 국립자연보호구역에 수개월 동안 머물면서 판다가 서식하는 숲에서 흔적을 찾았다. 그러다 나무에서 특이점을 발견했다. 나무가 밀랍 같은 물질로 얼룩진 자국이었다. 코너 박사는 “한번 흔적을 발견하자, 다양한 산책로에서 얼룩진 나무들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며 “관찰 결과 많은 판다가 나무에 흔적을 남겼고, 다른 판다들이 그 냄새를 맡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 월롱 국립자연보호구역에 서식하는 판다의 모습. ⓒFlickr

 

채취가 기록된 나무와 판다의 사회적 구조를 연결하기 위해 코너 박사는 소셜네트워크 전문가인 켄 프랭크 교수와 협력 연구를 시작했다. 나무와 접촉한 판다들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판다의 대변에서 DNA를 추출했다. 하루에 90번가량 배변하는 판다의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그리고 DNA 분석을 통해 나무에 담긴 채취로 소통한 두 판다의 관계를 식별했다.

연구진은 나무로 소통한 판다들을 ‘연합’으로 정의했다. 연합 내에서는 물리적으로 직접 소통하거나 마주치지 않더라도 채취에 담긴 화학적 서명을 통해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이 냄새에는 다양한 정보가 가득하다. 채취의 주인이 누구인지, 이전에 만난 적이 있는지, 성별, 곰의 크기, 교배에 준비된 상태인지 등을 알려준다.

코너 박사는 “판다에게 나무는 일종의 ‘페이스북’”이라며 “페이스북처럼 비동기적으로 동시에 같은 장소에 머물지 않아도 여러 사람에게 소식을 알리듯 자신의 상황을 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푸바오와 강철원 사육사의 ‘케미’가 보여주듯, 판다는 알려진 것보다 사회적인 동물이다. ⓒFlickr

연구진의 분석 결과 판다는 대부분 가족 구성원과 함께 시간을 보냈지만, 교배철이 되면 채취가 담긴 나무를 지도 삼아 다른 판다들과 교류했다. 판다가 기존 오해와 달리 가족 구성원과 친구를 추적하고, 삶에 대한 업데이트를 남기며, 데이트를 하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의미다.

잭 리우 교수는 “판다는 가족 및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나무라는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한다”며 “샘플이 제한적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판다의 서식 환경에 대한 이해를 넓혀 멸종위기 동물인 판다의 보존 정책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바오의 대나무 먹방은 600만 년 전부터 이어온 행동

푸바오의 모습을 보는 묘미 중 하나는 ‘대나무 먹방’이다. 지금까지는 자이언트 판다가 10~15만 년 전부터 대나무를 먹었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가짜 엄지’가 그 증거였다. 가짜 엄지는 손목뼈가 엄지손가락처럼 튀어나온 신체 구조다. 엄지처럼 기능하지만, 실제로는 돌출된 뼈다. 자이언트 판다는 이 가짜 엄지로 대나무를 쥐고 먹기 때문에 자이언트 판다의 식생활을 추정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대나무를 쥐고 먹기 위해 사용하는 판다의 ‘가짜 엄지’는 판다의 식생활 진화를 연구하는 중요한 열쇠다. ⓒFlickr

그런데 지난 6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600만 년 전 자이언트 판다의 조상도 대나무를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서 약 600만 년 전 지구에 살았던 판다의 조상이 가짜 엄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석에서 발견된 가짜 엄지의 현재 자이언트 판다의 가짜 엄지보다 길었다.

한편, 푸바오는 요즘 한국에서의 마지막 겨울을 보내고 있다. 만 4세가 되는 내년에는 짝을 만나기 위해 다시 중국으로 돌아간다. 멸종 취약종인 판다는 소유권이 중국에 있어 푸바오처럼 해외에서 태어난 판다들도 때가 되면 중국으로 반환해야 되기 때문이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저작권자 2023-12-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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