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지구상에 모습을 나타낸 뒤 열대지역에서부터 한대지역에 이르기까지 생활할 수 있는 모든 곳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 특히 산업을 발전시키면서 지구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크게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인간이 지구의 모든 기후대에서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을 현저하게 변경시켜왔다는 사실은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된 최근 연구로 입증됐다.
독일 바이로이트대 마누엘 슈타인바워(Manuel Steinbauer) 교수와 영국 사우샘프턴대 산드라 노게(Sandra Nogué) 박사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은 지난 5,000년 동안 서로 다른 지역의 27개 섬에 있는 식물상(flora)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조사해 ‘사이언스’ 4월 30일 자에 발표했다.
조사 결과 거의 모든 곳에서 인간의 도래는 이전 원시 생태계에서의 종 구성에 커다란 변화를 촉발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역동적 변화는 특히 지난 1,500년 동안 사람들이 정착해 살기 시작한 섬들에서 두드러졌다.

고립된 섬 생태계에 인간이 끼친 영향 확인
이번 연구를 위해 선정된 27개 섬은 본토와 연결된 적이 없고, 연구 기간 이전부터 이미 사람들이 들어와 살고 있었다.
섬들 안에는 바람에 의해 꽃가루받이를 하는 식물들의 꽃가루가 1,000년 전부터 호수와 습지의 퇴적물에 쌓여 있었고, 연구팀은 퇴적층으로부터 꽃가루들을 추출해 연대를 기록하고 각각의 식물종으로 분류했다.
논문 교신저자인 슈타인바워 교수는 “이번 연구는 27개 섬 각각에 대해 지난 5,000년 동안 식생(vegetation) 구성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준다”라며, “이전에는 처녀지였던 섬에 대한 인간의 식민화가 이 기간에 이뤄졌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인간이 섬에 들어와 살게 되면서 자연계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추적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자연 상태로부터 인간 지배 시스템으로의 이런 변화는 이들 섬에서 잘 관찰할 수 있다고 봤다.

대륙에서 인간은 매우 오랫동안 생태계를 광범위하게 변화시켜 왔기 때문에 종종 순수했던 자연 생태계가 과연 어떻게 생겼었는지를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게 슈타인바워 교수의 설명이다.
슈타인바워 교수는 바이로이트대 생태 및 환경연구센터(BayCEER) 회원으로 여러 해 동안 인간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왔으며, 지질학적 시기의 기후 변화가 종의 멸종 위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하는 독일연구재단(DFG)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생태계, 인간의 간섭에 기후변화 영향까지 더해져”
연구팀은 꽃가루 분석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인간이 처음 섬에 정착한 시기를 알려주는 고고학적 발견과 비교했다. 비교 결과는 명확했다.
연구 대상 27개 섬 중 24개 섬에서 인간의 도래는 식생이 바뀌는 전환점으로 나타났다. 이 시점부터 식생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바뀌었고, 변화의 속도는 11배나 빨라졌다.

종 구성은 특히 지난 1,500년 동안 식민화된 칠레의 갈라파고스섬과 로빈슨 크루소섬과 같은 곳에서 변화 양상을 나타냈다. 반면 최초의 인간 정착이 더 오래전에 이뤄진 곳에서의 종 변화율 증가는 덜 두드러졌다.
저자들은 이런 차이가 농업 기술의 노하우 증가와 이것이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사람들의 이동성이 증가하면서 본토에서 식물 종을 들여와 섬의 토착종이 외래종과 경쟁해야 했던 점도 이유의 하나로 꼽는다.
슈타인바워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우리 인간이 생태계에서 야기한 광범위한 변화를 부각한다”라며, “이번 연구에서 꽃가루 성분의 변화는 지난 1,000년 동안 인간의 토지 사용을 반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인간이 초래한 생태계 변형은 더욱 가속화됐고, 여기에 덧붙여 생태 시스템은 이제 인간이 유발한 기후 변화의 영향을 추가로 받게 됐다”라고 진단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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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1-05-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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