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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핵심종’, 비버의 귀환이 시작된다 잉글랜드, 웨일즈 지역을 중심으로 생태계 ‘핵심종’의 귀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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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전역에서 비버 새끼의 개체가 눈에 띄게 늘다

영국의 하천과 습지에 오랜만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400년 전 멸종된 줄 알았던 ‘영국의 비버’가 돌아온 것이다. 올해 여름, 영국과 웨일스 곳곳에서 새끼 비버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런던과 노섬벌랜드 같은 도시는 물론, 자연보호구역에서도 비버 가족들의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이는 비버 개체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다.

사실 비버는 수백 년 전 멸종 위기에 놓여있었다. 그 후 프랑스, 벨기에 등에서는 개체 수가 꽤 회복되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부 지역에 한정되어 있었고 영국에서는 비버를 찾아보기 매우 힘들었다.

영국의 하천과 습지에 오랜만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 GettyImages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과 웨일스 전역에서 들려오는 새끼 비버의 목격담은 기쁜 소식이 분명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들을 자연 속으로 반갑게 맞아들여도 괜찮은가’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이 작은 동물의 귀환을 둘러싼 여러 상황들이 단순하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생태계 복원의 희망과 농업 피해에 대한 우려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영국 사회는 비버와의 공존을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야생동물 자선단체들의 네트워크를 이끄는 와일드라이프 트러스트(Wildlife Trusts)는 이러한 현상을 ‘새끼 비버 붐’이라고 부르며 영국과 웨일스 정부에 비버 재도입 전략을 공식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와일드라이프 트러스트의 경관 복원 이사인 롭 스톤맨(Rob Stoneman)은 “자연은 비버를 필요로 하지만 현재 이 포유류들은 울타리 안에 갇혀 있거나, 불법적으로 방출되어 적절한 관리 계획 없이 살아가고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왜 비버에 집착할까?

비버가 이토록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비버가 생태계에서 특별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종을 일컫는 ‘핵심종(keystone species)’이기 때문이다. 비버는 댐을 만들고 수로를 변경함으로써 주변 환경을 적극적으로 바꾸는 ‘생태계 엔지니어’로 알려져 있다.

비버는 생태계에서 특별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종으로 ‘핵심종(keystone species)’이다. © GettyImages

연구에 따르면 비버는 수질 개선, 홍수 및 가뭄 완화, 다양한 야생동물의 서식지 제공 등 여러 가지 이점을 가져다준다. 비버의 댐 건설 활동은 물의 흐름을 조절하여 홍수를 예방하고, 가뭄에는 물을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뿐만아니라 비버가 건설하는 댐은 수질을 정화하고 다양한 수생 생물과 육상 동물들에게 서식지를 제공한다.

그러나 비버의 재도입은 아직 법적으로 완전히 허용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영국과 웨일스에서는 스코틀랜드를 제외하고 비버를 야생에 합법적으로 방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하천에는 수백 마리의 야생 비버가 ‘불법적으로’ 살고 있으며, 스코틀랜드에는 1,000마리 이상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

영국에서 비버는 2022년에 토착종으로 인정받았지만 아직 공식적인 재도입 전략은 발표되지 않았다. 3년간의 협의와 장관들의 긍정적인 신호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웨일스의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웨일스에서는 아직 비버가 토착종으로 인정받지 못해 공식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비버 재도입에 대한 열망에도 불구하고 이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일부 농부와 토지 소유자들은 야생 비버가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국지적인 홍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재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일부 농부와 토지 소유자들은 야생 비버가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국지적인 홍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재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 GettyImages

데본 와일드라이프 트러스트의 자연 복원 이사인 피트 버제스(Pete Burgess)는 비버의 성공적인 재도입을 위해서는 지역사회가 비버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비버 재도입이 단순히 동물을 풀어놓는 것 이상의 복잡한 과정임을 시사한다. 전문가들 역시 비버와의 공존을 위해 농업-환경 계획(agri-environment schemes)을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비버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토지 소유자들에게 보상이 따르도록 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지역사회가 비버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영국 정부의 계획은?

이러한 상황 속에 영국 정부는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환경식품농촌부(Department for Environment, Food and Rural Affairs) 관계자는 “정부는 자연을 복원하고 보호하는 데 전적으로 헌신하고 있으며 잉글랜드의 비버 재도입에 대한 접근 방식을 개발하기 위해 자연 잉글랜드(Natural England)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비버 재도입이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농업, 수자원 관리, 지역 경제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사안이기에 아직 구체적인 계획과 일정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비버의 귀환은 단순히 과거의 복원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 GettyImages

분명한 점은 비버의 귀환은 단순히 과거의 복원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지 충분한 탐구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인간이 다시 비버와의 공존에 성공한다면 이는 단순히 한 종의 복원을 넘어, 생태계 전체의 건강과 회복력을 증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4-09-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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