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셋으로 물건만 잘 집어서 옮겨도 전 세계 과학자들의 찬사를 받고, 기업으로부터 엄청난 돈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물론 아무 물건이나 옮긴다는 것은 아니다.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미세한 분자를 레이저 광선으로 만든 핀셋으로 옮길 때 찬사도 받고, 돈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기술 예측 전문매체인 'Futurism'은 2일 자 기사를 통해 미국의 과학자들이 10나노미터(nm) 미만 크기의 분자를 집을 수 있는 ‘광학 핀셋(optical tweezer)’을 개발했다고 보도하면서,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의료 분야에서 혁신적인 연구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기대했다.

광학 핀셋은 분자 크기 입자를 잡을 수 있는 광선
분자 크기의 입자를 집을 수 있는 광학 핀셋은 미 밴더빌트대의 전기공학과 교수인 ‘저스터스 엔두카이프(Justus Ndukaife)’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이 개발하고 있다. 이들 연구진이 개발 중인 분자 크기의 입자를 포획하는데 사용하는 핀셋의 정식 명칭은 ‘광·열·전기 유체역학 핀셋(OTET, opto-thermo-electrohydrodynamic tweezers)’이다.
OTET가 첫 번째 광학 핀셋은 아니다. 이미 마이크로미터(㎛) 규모의 광학 핀셋이 사용되고 있지만, 포획할 수 있는 입자의 크기에 제한이 있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기존 광학 핀셋은 집게 역할을 하는 레이저 광선이 특정한 직경, 즉 레이저 광선 파장의 절반 정도 크기 이상에만 광선을 집중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파장이 700나노미터(nm)인 붉은색 광선을 사용하는 기존의 광학 핀셋은 직경이 약 350nm 이상인 입자만 포획하고 조작할 수 있다. 100nm 크기의 바이러스나 10nm 미만의 DNA 및 단백질과 같은 더 작은 크기의 입자는 잡을 수 없는 것이다.
반면에 OTET 광학 핀셋은 레이저 광선의 기능을 향상시켜 10nm 정도의 입자 정도는 거뜬히 포획할 수 있다. 더군다나 기존의 광학 핀셋은 레이저 광선을 비추는 과정에서 빛의 강도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해 입자 표면이 손상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OTET 핀셋은 그런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 엔두카이프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포획하려는 입자의 기능을 손상시킬 수 있을 정도의 강한 레이저 광선은 OTET 핀셋에 적용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하며 “그런 높은 강도의 레이저 광선에 노출시키지 않고도 작은 입자를 집어 옮길 수 있는 것이 우리 연구진이 보유한 비결”이라고 밝혔다.
엔두카이프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분자 크기의 입자를 필요할 때 포착하여 적재적소에 옮길 수 있는 능력은 DNA나 다른 생물학적 분자가 작동하는 과정을 과학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OTET 핀셋으로 단백질 분자를 분리하여 조사하고 이를 다시 응용할 수 있는 곳으로 옮기는 등의 조작기술을 수행할 수 있다면, 알츠하이머성 치매나 신경퇴행성 질환의 원인을 조사하여 치료방법을 연구하는 의료진에게 엄청난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알츠하이머 같은 질병 치료에 활용 가능
OTET 핀셋 이전에도 분자를 분리할 수 있는 방법은 있었다. 다소 원시적인 방법이라면 원심분리기를 사용하는 것이고, OTET 핀셋과 유사한 방법이라면 ‘아서 애슈킨(Arthur Ashkin)’ 박사가 개발한 광학 핀셋을 꼽을 수 있다.
원심분리기 방법은 튜브를 고속으로 회전시켜 담겨 있는 세포나 분자 등을 분리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원심분리기는 가격이 비싸고 원하는 분자나 세포만을 분리할 수 없다는 단점 때문에 현재는 거의 사용을 하고 있지 않다.
반면에 애슈킨 박사의 광학 핀셋은 이 기술의 원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실제로 지난 2018년에는 이 기술의 가치를 인정하여 노벨위원회가 당시 96세의 고령이었던 애슈킨 박사에게 노벨물리학상을 수여한 바 있다.
그의 광학 핀셋 기술은 엔두카이프 교수의 것과는 닮은 것 같으면서도 다른 차이를 갖고 있다. 미세한 입자에 레이저 광선을 비췄을 때, 산란하는 광자(光子)들에 의한 운동량의 변화로 인하여 광선 근처에서 입자를 붙잡아 두는 힘을 이용하도록 설계되었다.
애슈킨 박사는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70년에 벨 연구소에 재직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광학 핀셋의 원리를 발견하고는 이론적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이를 검증할 수 없어서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광학 핀셋 기술의 수준은 여기서 머무르지 않았다. 애슈킨 박사와 같은 벨 연구소에 재직 중이던 ‘스티븐 추(Steven Chu)’ 박사는 애슈킨 박사의 원리를 원자물리학에 적용하고 레이저 냉각 기법을 발전시켜 매우 낮은 온도에서도 미세 입자를 포획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런 성과를 통해 추 박사는 1997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수상 당시에도 추 박사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애슈킨 박사가 수상자 명단에 없다는 사실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긴 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애슈킨 박사는 광학 핀셋 기술의 적용 범위를 바이오 분야에도 적용시켜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까지 포획하는 눈부신 업적을 기록했다.
최근 들어 광학 핀셋의 용도가 바이오 분야에서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이 같은 애슈킨 박사의 집념 어린 연구가 뒷받침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DNA나 단백질, 효소 등 분자생물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광학 핀셋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역사적으로도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발전해 온 광학 핀셋 기술에 대해 엔두카이프 교수는 “바이러스를 포획하여 병원체를 탐지하거나 알츠하이머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을 치료하는 단백질 연구에 사용될 수 있다”라고 소개하며 “앞으로 OTET 핀셋은 생물 형광 및 분광법과 같은 다른 분야로도 확장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20-09-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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