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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9-09-20

DNA로 데니소바인 얼굴 복원 현생인류‧네안데르탈인과 매우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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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소바 인(Denisovan)은 8만~3만 년 전까지 시베리아와 우랄알타이 산맥, 동남아 등에 생존했다고 추정되는 화석 인류를 말한다.

2008년 7월에 시베리아의 알타이 산맥에 위치한 데니소바 동굴에서 30~50세 가량으로 추정되는 손가락뼈와 어금니 화석이 발견되면서 그 존재가 알려졌다.

화석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한 과학자들은 이들이 이 유골의 주인들이 현생인류와는 다르지만 네안데르탈인과 매우 닮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지금 화석에서 채취한 DNA를 사용해 실제 모습을 복원했다.

데시소바인의 얼굴을 재구성하기 위해 DNA를 채취한 데니소바인의 치아 화석, 현대인, 네안데르탈인과의 DNA 비교분석을 통해 데니소바인의 얼굴이 매우 넓고, 치아열과 턱이 매우 긴 것으로 확인됐다. ⓒWikipedia
데니소바인의 얼굴을 재구성하기 위해 DNA를 채취한 데니소바인의 치아 화석, 현대인, 네안데르탈인과의 DNA 비교 분석을 통해 데니소바인의 얼굴이 매우 넓고, 치아열과 턱이 매우 긴 것으로 확인됐다. ⓒWikipedia

DNA 사용한 복원은 처음 있는 일 

20일 ‘사이언스’, ‘가디언’, ‘CNN’ 등 주요 언론들은 이스라엘 히브리대학 연구진이 손가락뼈 화석에서 채취한 DNA를 사용해 데니소바인을 복원했다고 전했다.

복원 작업을 이끈 히브리대학 리란 카멜(Liran Camel) 교수는 “데니소바인의 DNA가 현생인류보다 네안데르탈인과 닮아있는 만큼 실제 모습도 네안데르탈인을 더 닮았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멜 교수는 “실제로 어느 것도 닮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모습을 통해 데니소바인이 어떻게 환경 변화에 적응했으며, 그들의 유전자 흔적이 현대인에게 도달하게 됐는지 인류 초기의 역사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데니소바인이 네안데르탈과 매우 닮았을 것이라는 고고학계의 주장을 부인하는 것으로 향후 선사시대 인류사 연구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연구논문은 20일 자 ‘사이언스’ 지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Face of the mysterious Denisovans emerges’이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그동안 발굴한 데니소바인의 화석이 손가락뼈와 어금니, 턱뼈 등에 국한돼 있어 고고학계를 비롯한 많은 과학자들이 데니소바인의 두개골에 대해 큰 의문을 품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환경과 DNA와의 관계를 추적해들어갈 수 있는 후생유전학(epigenetics)의 발전으로 데니소바인의 화석에서 채취한 DNA를 통해 살아있던 시기 얼굴을 복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DNA 메틸화(DNA methylation)’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7만 5000년 전 시베리아 데니소바 동굴에 살고 있었던 어린 소녀의 얼굴 모습을 조형했으며, 그 얼굴 모습 속에서 현대인과 네안데르탈인과 다른 폭넓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56개 신체 부위에서 큰 차이 보여 

그동안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류 역사에 있어 데니소바인은 약 1만 5000년 전부터 현대인에게 유전자 흔적을 남겨놓았다.

DNA 분석 결과 말레이시아인과 호주 원주민 DNA의 약 6%가 데니소바인과 일치하고 있으며, 동아시아인, 아메리카 원주민, 폴리네시아인 등에게도 유전자를 일부 전해준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데니소바인이 지금의 인류 조상인 현생인류와 함께 살면서 서로 교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고학계는 기원전 6만 년 경 이후 유라시아로 이동한 현생인류에 데니소바인이 흡수됐고, 이어 동남아시아로 이주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시베리아에 남아있던 데니소바인은 3~4만 년 전에 사멸했지만, 또 다른 데니소바인은 멜라네시아인, 호주 원주민인 애보리지니들과 합류해 6%의 유사한 DNA를 남겨놓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사실에 근거해 히브리대 카멜 교수 연구팀은 ‘DNA 메틸화’ 기술을 적용해 데니소바인과 네안데르탈인, 현생인류의 DNA를 복원해 비교 분석을 시도했다.

그리고 데니소바인의 유전자가 네안데르탈인, 현생인류와 다른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더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데니소바인의 유전자 정보를 현대인의 두개골을 비롯해 다양한 부위 유전자 정보가 들어있는 의료용 데이터베이스에 링크해 DNA 구조상 현대인과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비교 분석했다.

그리고 데니소바인의 유전자활동 패턴(gene activity patterns)이 현대인과 현대인의 유전자 속에 섞여 있는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와 매우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데니소바인의 56개 신체 부위가 현대인과 네안데르탈인의 것과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그중 34개 부위의 유전자는 데니소바인의 두개골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재현한 데니소바인의 두개골을 보면 현대인과 비교해 훨씬 더 넓은 얼굴에 매우 긴 치열과 척, 그리고 치아 사이의 넓은 간격을 볼 수 있다.

반면 닮은 점도 발견됐다. 연구팀은 데니소바인이 네안데르탈인처럼 넓은 골반뼈를 지니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데니소바인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으며, 환경 변화에 따라 그들의 유전자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오늘날까지 현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추적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9-09-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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