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는 땅 속에 묻힌 채 외부에서 압력이나 자극을 받으면 폭발하는 무기다.
전쟁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한 만큼 오랜 전통을 갖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비인도적 무기라는 이유로 많은 지탄을 받고 있다.
지탄을 받는 이유는 한 가지다. 군인보다 더 많은 수의 민간인들이 지뢰로 인해 희생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민간기구인 ‘지뢰금지국제운동(ICBL)’의 조사에 따르면 매년 2만 6000여 명의 사람들이 지뢰로 인해 죽거나 다치는데, 이 중 대다수의 사람들이 민간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묻혀 있는 지뢰를 안전하게 제거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미군이 레이저로 지뢰를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군사 및 수송관련 전문 매체인 더드라이브(The Drive)는 미군이 지뢰나 폭탄 같은 위험물을 원거리에서 제거할 수 있는 레이저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더드라이브는 현재 진행 중인 현장 테스트가 마무리되면 이 기술은 조만간 실전 배치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관련 기사 링크)
탱크나 로봇 이용한 지뢰제거는 많은 시간을 필요
그동안 지뢰 제거를 위한 기술은 탱크를 중심으로 꾸준히 개발되어 왔다.
국내의 경우 방위사업청이 개발한 ‘장애물 개척전차’가 대표적 사례다.
이 전차는 커다란 집게발이 달려 있어 폭발물 발견 시 솎아내는 역할을 한다. 또한 전차의 앞부분은 기존 전차의 2배가 넘는 두꺼운 철판이 부착되어 있어 웬만한 폭발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탱크 뿐만 아니라 로봇도 지뢰 제거에 활용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가 개발한 지뢰제거 로봇인 ‘우란-9’은 시리아 내전에도 실전 배치됐을 정도로 지뢰 제거에 특화된 기능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탱크나 로봇을 사용해 지뢰를 제거하는 작업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일례로 한반도 비무장지대(DMZ)에 묻혀 있는 지뢰를 모두 제거하려면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더라도 200년 정도가 소요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런 점 때문에 미군은 오래 전부터 레이저를 이용해 지뢰를 제거하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일일이 지뢰 앞에서 하나하나 제거 작업을 벌이지 않고 원거리에서 지뢰를 제거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온 것.
그 결과 탄생한 시스템이 바로 라드보(RADBO)다. 라드보는 3㎾급 출력의 레이저로 폭발물을 가열해 파괴할 수 있는 무기다. 정확하게 목표물을 타격하면서도 발사 비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장점을 갖고 있다.
‘지뢰 같은 폭발물로 인해 접근이 어려운 항공기지를 회복시키는 시스템’이라는 의미를 가진 RADBO(Recovery of Airbase Denied by Ordnance)는 리모콘 하나만으로도 멀리 떨어져 있는 폭발물을 제거할 수 있다. 그 거리는 약 300m에 이른다.
이 같은 이름이 붙여진 이유는 적군이 아군의 활주로를 한동안 사용하지 못하도록 뿌려놓은 지뢰나 폭탄 등을 짧은 시간에 제거하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폭발물 해체를 전담하는 전문가들이 두꺼운 방호복을 입은 채 일일이 제거하는 위험천만한 작업을 벌였다.
이와 관련하여 미 공군 관계자는 “활주로에 뿌려진 지뢰의 폭발력은 크지 않다. 하지만 이를 제거하는 작업에 사람이 다칠 수 있고, 해체 과정에서 또 다른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라고 지적하며 “그렇게 되면 활주로를 제 때 사용하지 못하는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불발탄이나 지하에 매설된 지뢰 제거에 효과적
레이저는 개발 초기부터 화약 무기를 대체할 수 있는 신개념 무기 시스템으로 각광 받았다.
살상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출력이 부족했지만, 관련 연구가 지속되면서 최근에는 작은 규모로도 고출력을 내는 레이저 기술이 선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고출력 레이저 기술의 선두주자는 미 육군의 미사일공학연구센터(AMRDEC)다. 라드보는 AMRDEC와 미 공군이 운영하는 레이저연구센터가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한 끝에 확보한 연구성과다.
공동 연구진은 3년 전부터 라드보 테스트를 시작했고, 그동안 실전 배치를 위한 성능 개선에 매진해 왔다.
실제로 라드보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실시한 현장 테스트에서 폭발물 제거에 유용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에 대해 육군과 함께 라드보 테스트를 공동 진행했던 공군의 제프리 게이츠(Jeffrey Gates) 대령은 “레이저는 좁은 장소에 높은 열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곳에 유용한 매개체”라고 밝히며 “따라서 대량 살상과 같은 공격적 용도보다는 지뢰 제거 같은 방어적 용도에 더 적합한 무기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비의 구조는 간단하다. 지뢰방호장갑차(MRAP)위에 고출력의 레이저를 발사할 수 있는 포(cannon)를 장착해 운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라드보는 한번에 25kg 정도의 흙과 파편을 감아올릴 수 있는 로봇팔(robotic arm)도 갖추고 있다.
게이츠 대령은 “앞으로 라드보가 상용화되면 도로나 활주로에 떨어진 불발탄이나 지하에 매설된 지뢰 등을 인명 피해 없이 해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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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9-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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