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 알파벳을 텍스트로 무선 변환하고, 수화 동작을 모방한 가상 손을 제어하는 ‘스마트 장갑’이 개발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 공학자들이 개발한 이 스마트 장갑은 부품을 시중에서 살 수 있고 조립이 용이한, 신축성 있고 인쇄 가능한 전자부품으로 만들었다. 값이 싼 부품들을 사용해 제조단가도 100달러 이하에 불과하다. 이 제품 개발 결과는 과학저널 ‘플로스 원’(PLOS ONE) 12일자에 소개됐다.
이 연구팀은 현재 미국 수화 제스처를 해독하는 것 외에도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에서부터 원격 수술과 기술 훈련 및 국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는 장갑을 개발하고 있다.

값 싸고 단순하게 설계 혁신
논문 제1저자이자 나노엔지니어링 박사과정생 티모시 오코너(Timothy O’Connor)는 “제스처를 인식하는 것은 이 장갑의 기능을 증명하는 것 중 하나일 뿐”이라며,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앞으로 사람들이 조이스틱과 기존 제어장치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직관적인 가상현실에서 손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똑똑한 장갑’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장치가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장비에서 유용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제로 손 사용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의학 수술에서의 가상훈련 같은 분야”라고 말했다.
신축성 있는 재질로 만든 센서를 장착한 이 장갑은 제조가 간단하고 값이 싼 것이 장점이다. 논문의 시니어저자인 대런 리포미(Darren Lipomi) 나노공학 교수는 “우리는 기성 부품을 사용해 스마트 웨어러블 장치를 값싸고 단순하게 만들 수 있도록 설계를 혁신했다”며, “우리 연구 결과를 보면 다른 연구자들도 값비싼 재료나 복잡한 제작방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유사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화 읽고 쓰는 ‘장갑의 언어’
연구팀은 가죽으로 된 운동장갑의 손가락 관절 뒤쪽에 9개의 신축성 있는 센서를 부착했다. 엄지손가락에 한 개, 다른 네 손가락에 두 개씩 붙였다. 센서들은 전도성 탄소 페인트로 코팅된 실리콘 기반의 얇은 고분자 조각으로 만들었다. 이 센서들을 구리 테이프로 장갑 위에 고정한 다음 스테인레스 실로 각 센서를 손목 뒷면에 부착된 저전력 맟춤형 인쇄 회로기판에 연결했다.
각 센서는 늘어나거나 구부러질 때 전기저항이 변화하게 되는데, 이를 통해 9개의 손가락 관절 위치에 따라 수화 알파벳의 각각 다른 문자들을 코드화할 수 있다. 직선형 또는 이완형 너클은 ‘0’으로, 구부러진 너클은 ‘1’로 인코딩된다. 특별한 글자를 표시할 때는 그 글자로 번역되는 아홉 자리 이진 키를 생성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문자 ‘A’(엄지손가락은 똑바로 펴고 다른 손가락은 구부림)는 ‘011111111’, ‘B’(엄지손가락은 구부리고 다른 손가락은 모두 폄) 코드는 ‘100000000’로 표시된다.
연구팀은 제스처가 다르나 동일한 아홉자리 코드를 생성하는 ‘I’와 ‘J’ 같은 글자를 구별하기 위해 가속도계와 압력센서를 장갑에 추가했다.

“촉각 기능 가진 차세대 장갑 개발 중”
장갑의 저전력 인쇄 회로기판은 9자리 숫자키를 문자로 변환한 다음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 폰이나 컴퓨터로 신호를 전송한다. 이 장갑은 미국 수화 알파벳 26자를 모두 텍스트로 무선 번역할 수 있다. 연구팀은 장갑으로 가상 손을 제어해 수화 알파벳으로 글자를 썼다.
연구팀은 현재 장갑에 감각기능을 부여한 차세대 버전을 개발하고 있다. 목표는 가상 또는 로봇의 손을 제어할 수 있는 장갑을 만든 다음 그 손이 느낀 촉각을 사용자의 손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리포미 교수는 “이번 장갑 개발은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단계의 하나”라고 밝혔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7-07-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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