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국의 보건 전문가들이 세계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그래서 생명을 위협하는 줄기세포 치료가 성행하고 있다며, 각국 정부에 더 엄격한 규제와 법률을 제정해줄 것을 촉구했다고 7일 ‘가디언’ 지가 보도했다.
이들은 의·약학 저널 ‘사이언스 트랜스레이셔널 메디신(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을 통해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잘못된 줄기세포 치료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각국 정부 차원에서 공동 기준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벨기에, 이탈리아, 일본, 호주 등 15개국 보건·법률 전문가들은 ‘Marketing of unproven stem cell–based interventions: A call to action’이란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통해 그릇된 줄기세포 치료가 성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 입증되지 않은 줄기세포 치료 성행
이들은 “일부 의사들이 줄기세포 치료가 만능인 것처럼 선전하면서 안전 및 효능을 위해 임상실험이 실시되지 않은 매우 위험한 줄기세포 치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망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주에 거주하던 여성, 쉴라 드라이스델(Sheila Drysdale)은 시드니에 있는 한 병원에서 지방 흡입을 위한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후 부작용이 발생해 집에서 치료를 받던 중 결국 사망했다.
그녀를 시술한 의사 랄프 브라이트(Ralph Bright)는 경찰 심문 과정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하다 보면 동반질환(comorbidities)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특정 부위의 줄기세포 치료로 인해 심장, 폐, 뇌로 인한 심리적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경찰 검시관인 휴 딜런(Hugh Dillon)은 사망원인을 조사하면서 작성한 검시 보고서를 통해 “의사인 브라이트 박사가 어떤 근거로 이처럼 안전과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줄기세포 시술을 했는지 그 명확한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드라이스델의 죽음이 있은 후 뉴사우스웨일즈 주정부의 의료위원회는 줄기세포 치료를 규제하기 위한 다수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드라이스델을 시술한 브라이트 박사는 줄기세포 치료를 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퇴행성 관절염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에 권위자로 인정을 받고 있으며, 의료윤리위원회로부터 인정받은 줄기세포 치료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연구보고서는 러시아에서 발생한 또 다른 부작용 사례를 기술하고 있다.
퀸즈랜드에 거주하고 있던 여성 켈리 반 뭬르(Kellie van Meurs)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희귀성 신경질환을 앓고 있었다. 그러다 2013년 러시아에서 그 병을 고칠 수 있는 줄기세포 시술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으로 건너가 시술을 받았다.
“정부 차원에서 보다 명확한 기준 제정해야”
그녀가 받은 시술은 그녀의 줄기세포를 채취해 시술을 행하는 자기 줄기세포 치료였다. 그러나 시술 후 갑작스럽게 심장마비가 발생해 결국 사망했다. 호주식약청(TGA)은 그녀가 사망한지 3년이 지난 2016년 관련 시술 규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TGA 측은 관련 규정을 고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일반 대중과 의료계 견해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자 개인의 줄기세포를 채취해 시술을 행하는 자가 줄기세포 치료에 대해 반대 여론이 많지 않아 시술을 계속 허용하고 있다.
15개국 보건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줄기세포 치료에 대한 환상이다. 논문 공동저자인 멜버른 대학의 줄기세포 과학자 메건 뮌지(Megan Munsie) 박사는 “줄기세포 치료가 마치 요술치료처럼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편견 때문에 정작 줄기세포 치료가 발전하지 않은 채 요행을 바라는 치료가 성행하고 있다”며 큰 우려를 표명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대다수가 매우 심각한 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줄기세포 치료로 인한 사망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각국 정부가 보다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줄 것을 주문했다. 현재 각국 정부는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모순된 기준을 적용하는 사례도 발견되고 있다.
보고서는 “지금 상황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공동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국제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제 기준을 통해 의료계에 성행하는 상업주의를 배제하고, 또한 나라간의 정보 교류를 통해 줄기세포 치료를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체에 존재하는 200개 세포 유형 중 하나로 자체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줄기 세포는 당뇨병, 백혈병, 파킨슨병, 심장병, 척수외상을 비롯한 수많은 치명적 질환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줄기세포 치료에 큰 기대를 하고 있지만 연구 성과는 매우 느리게 진척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줄기세포는 사람의 골수와 아기 탯줄에서 채취한 제대혈 세포가 있다.
이들 세포를 활용해 백혈병과 같은 혈액암, 그리고 다양한 면역성 질병을 치료하고 있지만 안전과 효능이 입증된 경우는 극히 한정돼 있다. 때문에 일부 국가는 줄기세포 치료를 철저히 규제하고 있는 반면 그 가능성을 보고 치료를 허용하고 있는 국가들도 적지 않다.
정부마다 다른 규정을 갖고 대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의료인들은 줄기세포 치료가 만병통치용인 것처럼 광고하며 불치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자들을 유혹하고 있는 중이다. 국제적 차원의 보다 강력한 기준이 요구되고 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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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7-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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