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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 객원기자
2017-06-02

이상묵, "인류는 우주의 희망" '한국의 스티븐 호킹' 이상묵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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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스티븐 호킹' 이라고 불리우는 이상묵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6월 1일 한국정보화진흥원 주관으로 열린 제 30회 정보문화의 달 기념식에서 '홍조근정훈장'을 수여했다.

이상묵 교수는 수상 이 후 열린 글로벌 정보문화 컨퍼런스의 기조강연을 맡아 연달아 뜨거운 박수세례를 받았다. 그는 불의의 사고에도 굴하지 않고 위트에 넘치는 '인간'으로서, 과학자로서 인공지능과 인간에 대한 공존을 논했다. 그리고 '인류는 희망'이라는 답을 이끌어냈다.

이상묵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1일(목)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제30회 정보문화의 달 기념식 기조강연에서 열강을 펼쳤다. ⓒ김은영/ ScienceTimes
이상묵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1일(목)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글로벌 정보문화컨퍼런스 기조강연에서 열강을 펼쳤다. ⓒ김은영/ ScienceTimes

그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무대 위에 올라 과학자의 관점에서 본 인공지능과 인간의 미래에 대해 서두를 꺼냈다. 그는 네번째 척추가 손상되어 목 아래는 움직이지 못했다. 책장도 직접 넘길 수 없었다. 강의 도중 지속적으로 빨대에 꼿힌 생수병의 물을 마셔야 했다. 물을 마시지 않으면 말을 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자신의 병을 컴퓨터에 비유하며 '네트워크 장애에 속한다'며 우스개 소리를 할 정도로 유쾌했다.

그의 이러한 긍정적인 마인드는 차가 전복되는 죽음의 과정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신체의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는 다시 학교로 돌아와 강의를 시작했다. 강단에 올라 열정적인 강의를 펼치면서 '강단의 슈퍼맨'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인공지능에 대한 사회적 논란, 정답은 없지만

이 교수는 지난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 사막 한복판에서 차량이 전복되는 큰 사고를 당했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과 서울대가 공동으로 진행한 야외 지질연구의 마지막 코스인 데스밸리(Death Valley)로 향하던 중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는 오히려 사고를 통해 장애인의 삶을 경험하게 되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고 회고했다.

이 교수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서 전공을 뛰어 넘어 다양한 장르의 학문을 탐구하게 되었다. 과학영역을 넘어 역사와 철학에도 매료되었다. 지난 11년간 아마존 킨들에서 구매한 책이 604권, 음성책이 200권에 달했다.

그는 책을 읽으면서 사고 이전에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문제들을 다시 다른 사람들의 각도에서 생각하게 되었다.

인공지능(AI)에 대한 생각의 정립도 과학자이기에 의심하고 뒤집어 생각하면서 변화되어 왔다. 그는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음으로 삶의 의미와 우주 속의 인간의 존재를 새롭게 정의하게 되었다.

그는 먼저 인공지능을 논할 때 인간의 철학과 인간 지식의 한계를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날 행사에서는 정보문화 유공자 포상 및 글로벌 정보문화컨퍼런스, 정보문화 30년 발자취 기획 전시가 동시 개최되었다. ⓒ 김은영/ ScienceTimes
이 날 행사에서는 정보문화 유공자 포상 및 글로벌 정보문화컨퍼런스, 정보문화 30년 발자취 기획 전시가 동시 개최되었다. ⓒ 김은영/ ScienceTimes

현재의 인공지능은 '약한 인공지능(Weak AI)'이다. 약한 인공지능은 인간이 조정하며 인간의 삶을 돕는 도구가 될 것이다. 사람들이 걱정하는 인공지능은 자아를 가지게 되는 '강한 인공지능(Strong AI)'이다.

이 교수는 "강한 인공지능은 인간이 신이 되어 인간을 창조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강한 인공지능이 가지는 위험성에 대해서는 닉 보스트롬(Nick Bostrom) 옥스포드대학교 교수가 저술한 '슈퍼인텔리전스(Superintelligence)'에 나오는 참새와 부엉이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참새들은 집을 짓기 힘드니까 힘이 쎈 부엉이를 데리고 와서 집을 짓게 한다. 하지만 부엉이가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으니 부엉이 알을 부화시키고 키워 참새들의 말을 듣게 하도록 한다. 이 교수는 '강한 인공지능은 바로 참새가 키우고 있는 부엉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만약 인류가 초지능 존재의 인공지능을 만들어낸다면 인공지능은 인간 밑에 있지 않을 것"이라며 "영화 매트릭스와 같은 결과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공지능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 중요한 건 인류가 희망이라는 것

반면 인공지능에 대한 낙관론도 많이 존재한다. 이 교수는 UC 버클리대학의 존 서얼(John Searle) 교수의 이론을 소개했다. 존 서얼 교수는 "인공지능의 지능은 '제로'임으로 걱정할 필요없다"고 주장한다.

존 서얼 교수는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생각하는지를 판별하는 '튜링 테스트 (Turing Test)'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제기한다. 그는 인간이 인공지능과 대화를 나누고 상대가 인간인지 기계인지 판단할 수 없다면 인공지능도 생각할 수 있다는 뜻의 튜링 테스트를 '중국어 방 논증(Chinese Room Argument)'을 들어 설명했다.

중국어 방에는 한 중국인이 앉아 있고 중국어를 모르는 외국인이 방 밖에 있다고 가정해보자. 또 다른 중국인은 방 바깥에 있는 외국인과 중국어로 문자를 주고 받는다. 대화가 거듭될 수록 중국인은 방 건너 바깥에 있는 외국인이 완벽하게 중국어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사실 외국인은 방 안의 중국인이 건네준 문자를 외국어로 바꿔 대화한 것에 불과하다. 전혀 중국어를 이해하지 못해도 마치 그런 것처럼 생각하게 할 수 있다.

이상묵 교수는 불의의 사고를 극복하고 사고를 오히려 새로운 삶의 전환의 기회로 만들었다. ⓒ 김은영/ ScienceTimes
이상묵 교수는 불의의 사고를 극복하고 사고를 오히려 새로운 삶의 전환의 기회로 만들었다. ⓒ 김은영/ ScienceTimes

이 실험은 인공지능이 튜링테스트를 통과한다는 것이 실제로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처럼 생각한다는 사실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기계가 인간처럼 말한다고 느껴도 실제 기계는 인간의 마음을 헤아리는 지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인공지능이 위협되지 않는다는 주장의 또 다른 사례로는 인공지능은 객관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주관적인 사실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존재라는 관점에서 봤을때 '분자', '원자', '산','암석', '세포', '인간'은 관찰자와 무관하게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돈'과 '명예', '결혼', '국가', '정보', '계산'이라는 개념은 우리가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즉 컴퓨터가 아무리 똑똑해도 인간이 의미를 부여해서 존재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의 인공지능의 지능은 '제로'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

이 교수는 인간 뇌의 미스테리가 풀리는 날 인공지능도 인간과 같은 '진화'를 할 수 있다고 봤다. 그렇게 되면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우려할 필요가 없다. 이 교수는 "계산기가 발명되었지만 수학자가 없어지지 않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인간 삶의 의미를 우주의 과정에 대입했다.

"오늘날 지구에 생명이 존재하는 것은 '우연의 우연의 우연의' 결과입니다. 의식을 갖고 고등 문명을 이룬 인간과 같은 생물체가 존재한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류처럼 진화한다는 것은 어렵다. 그는 결국 '인류가 우주 속의 희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우리 인류의 생존과 번영은 우주적 사명일 지도 모른다"며 "인류가 인공지능과 공존하며 우주 속에 고등 생명체를 전파하기를 바란다"고 끝까지 희망을 전했다.

김은영 객원기자
teashotcool@gmail.com
저작권자 2017-06-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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