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과 미 해양대기청(NOAA)은 올해가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될 전망이라고 밝히면서, 그 이유에 대해 지구온난화를 포함한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에 따라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이상 기류 현상들이 전 세계 하늘을 누비는 항공기들의 운항을 위협할지도 모른다고 예측했다.
항공 전문가들도 NASA와 NOAA의 이 같은 예측에 대해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엄청난 폭우를 동반하는 ‘하강기류’나 순식간에 불어 닥치는 강력한 ‘난기류’ 등을 요주의 대기 현상으로 꼽고 있다.
마이크로버스트는 폭우를 동반한 하강기류
미국의 헬리콥터 조종사인 제리 퍼거슨(Jerry Ferguson)은 지난 7월 애리조나 주의 상공을 날다가 멀리 보이는 하늘에서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하늘에 떠있는 먹구름과 땅의 들판 사이에 거대한 검은 기둥이 서 있었던 것.
처음 보는 광경에 놀란 퍼거슨은 이를 좀 더 가까이 관찰하고자 기수를 검은 기둥이 서 있는 곳으로 돌렸다. 기둥에 가까이 접근한 퍼거슨은 눈앞에 벌어지는 광경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기둥의 정체가 바로 거대한 물줄기였기 때문이다.
그는 즉시 카메라로 이 장면을 촬영한 뒤, 자신의 트위터에 사진을 올렸다. 이를 본 기상 전문가들은 ‘마이크로버스트(microburst)’ 현상의 하나라고 결론을 내리면서도, 그 규모가 과거에 발생했던 것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다고 놀라워했다.
마이크로버스트는 밀도가 높은 구름인 적란운(積亂雲)이 일으킨 바람이 급격하게 하강을 하다 지표에 부딪치며 생기는 일종의 돌풍을 의미한다. 적란운은 수직 방향으로 크게 발달하는 구름인데, 주로 뇌우(雷雨)를 동반하는 구름으로 알려져 있다.
이 하강기류는 상당한 강수량을 동반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바람의 위치와 세기 등을 눈으로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지표에 도달하기 전에 동반한 비구름이 증발되면서 바람의 존재가 눈으로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마이크로버스트가 종종 항공기 사고를 유발시키는 이유는 바로 이 같은 현상 때문이다. 비구름을 머금은 하강기류는 눈에 보이기 때문에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경우는 기류를 갑자기 만나기 때문에 대처할 시간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하강기류는 지표에 도달하게 되면 수평으로 움직이면서 바깥쪽으로 퍼져나가는데, 이 때 지나가던 항공기가 바람을 앞에서 만나게 되면 양력이 증가하여 약간 상승하게 된다. 반면에 바람을 동체 위에서 만나게 되면 풍력으로 인해 고도가 하강하게 된다.
이 같은 현상과 관련하여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관계자는 “조종사의 의도와 관계없이 항공기가 갑자기 상승이나 하강을 하게 될 때, 항공기는 추락사고의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게 된다”라고 밝혔다.
고도의 높이에 따라 난기류 대처방안 달라져
항공기를 이용하다 보면 종종 마음을 졸이게 되는 상황에 맞닥뜨릴 때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높은 고도에서 안정적으로 비행을 하다가 갑자기 뚝 떨어지는 느낌을 받을 때이고, 또 하나는 착륙을 하려다가 다시 하늘로 올라가게 되는 경우다.
비행 중 갑자기 떨어지는 느낌을 받는 것은 항공기가 난기류를 만났기 때문인데, 이를 전문용어로 터뷸런스(turbulence)라고 한다. 터뷸런스가 발생하는 이유는 기단 간의 온도차나 산악 지역을 순환하는 빠른 공기흐름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다.
터뷸런스를 만나게 됐을 때의 대처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항로상에 터뷸런스가 자주 발생하는 공간이 있다면, 조종사는 보통 그 공간을 회피하여 넓게 우회하는 것이 첫 번째 대처방법이다. 하지만 문제는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터뷸런스에 있다.
레이더를 통해서는 터뷸런스를 사전에 포착할 수 없기 때문에, 이때는 오로지 조종사가 가진 지식과 경험만으로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따라서 조종사들은 교육기간 동안 갑작스런 터뷸런스 발생을 가정한 대처 방안에 대해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다.
반면에 항공기가 착륙을 하다가 다시 하늘로 올라가게 되는 경우는 윈드시어(wind shear)라고 한다. 터뷸런스와 마찬가지로 난기류를 만났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고도의 높이에 따라 두 현상을 구별한다. 고도의 높은 곳에서 만나는 난기류 현상이 터뷸런스라면, 낮은 곳에서 만나는 난기류 현상이 윈드시어인 것이다.
항공 전문가들은 같은 난기류 현상이지만, 윈드시어가 터뷸런스보다 훨씬 위험하다고 입을 모은다. 터뷸런스는 기체가 요동을 치더라도 높은 고도에 있기 때문에 다시 자세를 복구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만, 윈드시어는 지면과 가까울 때 발생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처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다만 윈드시어는 공항에서 자체적으로 감지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활주로 위에서 부는 바람의 방향과 세기 등을 고려하여 윈드시어의 발생여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가능성은 터뷸런스보다 높은 편이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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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9-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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