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장(plasma)이란 혈액 속의 유형성분인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을 제외한 액체성분을 말한다. 담황색을 띤 이 중성의 액체는 물이 약 90%, 혈장단백질이 7∼8%이고, 그밖에 지질·당류·무기염류와 비단백질성 질소화합물인 요소·아미노산·요산 등이 함유돼 있다.
지난 2014년 이 혈장과 관련, 흥미로운 내용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젊은 쥐에게서 추출한 혈장을 늙은 쥐에게 주입하면 늙은 쥐의 기억력과 학습 능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 벤처회사가 즉각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지금 미국 정부에 임상실험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젊은이의 피(혈장)를 노인에게 수혈할 경우 노화방지 효과가 있는지의 여부를 알아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상업적 수혈에 과학자들 반발
2일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사람의 혈액을 사고파는데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난자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사회적으로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경우다.

혈장과 관련, 임상실험을 신청한 사람은 31세의 내과의사인 제시 카르마진(Jesse Karmazin) 씨다. 그는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시에 ‘암브로시아(Ambrosia)’란 회사를 세웠다. 암브로시아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음식을 의미한다.
꿀·물·과일·치즈·올리브유·보리 등으로 만들었는데 신들이 영생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신묘한 음식 때문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 회사에서 젊은 피를 수혈하는 임상실험 참가자에게 8000달러(한화 약 886만원)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몸이 아프지 않아도, 젊었어도 상관이 없다. 35세 이상이면 누구나 수혈이 가능하다. 카라마진 씨는 이 실험이 윤리적인 검토를 거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험 참가자에게 요금을 부과하는 것에 대해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윤리학자들과 과학자들은 ‘암브로시아’의 이런 미온적인 대응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실험 참가자에게 많은 비용을 요구하는 것도 그렇고, 과학계 전반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스탠포드대학의 신경과학자인 토니 와이스 코레이(Tony Wyss-Coray) 교수는 “암브로시아의 임상실험이 치료 효과가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사람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대중들로 하여금 젊어지려는 욕구에 신중함을 잃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원한 젊음’을 누리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한 노화 방지 연구의 역사는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864년 프랑스 생리의학자 폴 버트(Paul Bert)는 실험용 흰쥐 두 마리의 옆구리 살을 일부러 도려내 상처를 입혔다.
논란 불구 캐피털 사 투자 움직임
그리고 상처 부위를 서로 맞닿게 한 뒤 봉합해버렸다. 흰쥐 두 마리의 혈관을 서로 연결하려는 시도였다. 버트 박사는 실험을 통해 두 마리의 접합 부위에서 혈관이 자라나 한 몸처럼 연결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 연구는 ‘개체연결법(parabiosis)’의 시초로 불린다. 1956년 미국 코넬대의 영양학자 클리브 맥케이(Clive McCay) 박사는 이를 노화 방지 연구에 처음 적용했다. 그는 버트 박사가 했던 것처럼 흰쥐 두 마리를 연결해 총 69쌍을 만들었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짝을 지은 흰쥐 두 마리의 연령 차이를 다양하게 설정했다. 1년 반 동안 진행된 연구 과정에서 흰쥐 11쌍이 죽었다. 그러나 맥케이 박사는 남은 흰쥐들의 노화 상태를 분석, 늙은 쥐의 골밀도와 체중이 젊은 쥐와 비슷해졌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젊은피’ 연구는 2000년대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다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신경과학자인 토니 위스 코레이 박사와 연구팀은 2011년 8월 네이처에 “젊은 쥐와 연결된 늙은 쥐의 뇌가 건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코레이 박사는 “신선한 피가 뇌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2014년 연구에서 코레이 박사팀은 혈장을 주고받은 일을 시도했다. 그는 이 방식이 한 ‘개체연결법’을 업그레이드한 최고의 대안이라고 확신했다.
이어 그는 벤처회사를 창업했다. ‘알카헤스트(Alkahest)'란 회사다. 이 회사에서는 알츠하이머 를 앓고 있는 18명의 환자들에게 젊고 건강한 피를 주입하는 임상실험을 시도했다. 그리고 지금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임상실험에 대한 결과가 올해 말 나올 계획이다.
그러나 또 다른 벤처기업 ‘암브로시아’의 임상실험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립보건연구원(NIH)의 임상시험 정보 등록 사이트(www.ClinicalTrials.gov) 에 따르면 35세를 넘은 600명의 사람들이 25세 이하의 젊은이들로부터 수혈받기를 기다리고 있다.
카르마진 CEO는 한 사람당 1.5ℓ씩 수혈할 계획이다. 그리고 1개월이 지난 다음 테스트를 실시해 의학적인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개인당 8000달러의 수수료를 받는 것은 혈장 구입비, 실험 비용, 보험료 등을 충당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암브로시아’의 이런 움직임에 투자회사들이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히 억만장자 피터 틸(Peter Thiel)이 창업한 미스릴 캐피털 매니지먼트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리적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투자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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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6-08-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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