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신소재·신기술
이강봉 객원기자
2016-02-24

광유전학으로 실명회복 시술 색소망막염 환자에 세포재생 단백질 주입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빛으로 신경세포를 자극하거나 억제시켜 정신·육체적으로 이상이 있는 현상을 치료하는 기술을 광유전학(optogenetics)이라고 한다. 미국 MIT는 유전자조작 실험쥐에 광유전학 기술을 적용, 강박장애 증상을 만들어내고 치료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이 기술이 사람에게 적용되고 있다. 22일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다음 달에 미국 텍사스에 있는 한 병원에서 이 광유전학을 이용, 시력을 잃은 실명자의 눈을 다시 회복시키기 위한 시술이 있을 예정이다.

시술에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국립안과연구소의 토마스 그린웰 망막신경과학 프로그램 총괄책임자, 이충 왕 미국 존스황반기능연구소장과 미국 사우스웨스트망막연구재단 의료진이 공동 참여하게 된다.

“실명환자들 큰 글자 식별할 수 있기를 기대” 

시술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곳은 벤처 기업인 ‘레트로센스 세러퓨틱스(RetroSense Therapeutics)다. 생명공학 연구를 위해 2009년에 설립된 이 기업은 FDA 승인을 받고 그동안 광유전학을 이용한 치료법 개발에 노력해왔다.

시력을 잃은 실명자의 눈을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 3월 중에 광유전학 기술을 활용한 실명회복 시술이 있을 예정이다.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MIT
시력을 잃은 실명자의 눈을 다시 회복시키기 위해 3월 중에 광유전학 기술을 활용한 실명회복 시술이 있을 예정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시술로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MIT

시술에 참여하고 있는 의사들은 색소성 망막염(retinitis pigmentosa)으로 시각세포가 손상된 환자 15명을 대상으로 광유전학 기술을 활용한 시술을 하게 된다. 망막염은 시각세포와 망막색소상피세포가 변성되는 가장 흔한 유전성 망막질환이다.

시각세포가 손상됨에 따라 초기에 야맹증이 나타나면서 점차적으로 시야가 좁아지고 결국 시력을 잃게 된다. 그러나 중심 시력은 늦게까지 유지되는데 빛을 흡수하는 단백질로 구성된 광수용체 세포(photoreceptor cells)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실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이들 광수용체가 빛을 감지해 그 정보를 뇌에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시술의 의도는 광유전학 기술로 이 시력을 다시 살려내자는 것이다. 망막 속에 있는 이들 광수용체 세포들을 수리해 다시 정상을 회복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광유전학 연구와 시술은 많은 뇌과학자들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뇌과학자들은 그동안 광유전학을 통해 파킨슨 질환 같은 퇴행성 뇌질환이나 우울증, 불면증, 강박증, 간질, 불안장애, 기억상실, 거식증, 폭식증 등의 뇌 관련 질병들을 치료하는 방안을 찾고 있었다.

약물남용을 연구하는 국립 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Drug Abuse)의 뇌과학자 안토넬로 본치(Antonello Bonci) 소장은 “(다음 달에 실시할) 시술을 통해 광유전학 연구결과가 사람에게 적용되고 놀라운 사실들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술을 자금 지원하고 있는 벤처기업 ‘레트로센스’ 역시 큰 기대감을 표명하고 있다. 션 에인즈워스(Sean Ainsworth) CEO는 “환자들이 책상과 의자를 식별하고, 가능하면 큰 글자들을 읽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물에 이어 사람의 시각도 되찾을 수 있어” 

광유전학(Optogenetics)은 빛(opto)과 유전학(genetics)이란 단어를 합성한 용어다. 빛(광학)과 유전공학 기술을 함께 적용해 뇌 안의 신경세포(뉴런)의 활동을 조절해나가는 기술이라고 보면 된다.

2000년대 초 뇌과학자들이 신경세포를 조절하는 방안을 찾다가 이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학자들이 착안한 것은 전기신호를 주고받고 있는 뉴런이다. 세포 안팎의 전압 차로 생긴 전류가 뉴런을 자극하면 이 뉴런이 다른 뉴런에 화학적 신호를 전달하게 된다.

뇌과학자들은 뉴런의 이 같은 전기신호 방식을 조절한다면 뇌 신경회로의 활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신경회로를 조절할 수 있는 열쇠로 물에 살고 있는 조류(algae)를 찾아냈다.

조류 중에는 빛을 찾아 움직이는 주광성(走光性) 조류들이 매우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빛을 감지하면 전류(이동신호)를 흘려 내보내는 단백질이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 단백질을 사람의 뉴런에 옯겨 심으면 상실했던 기능을 되찾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05년 스탠포드 의대의 칼 디서로스(Karl Deisseroth) 교수는 녹조류에서 채취한 ‘채널로돕신 2’란 단백질을 배양해 포유류 동물 뉴런에 이식했다. 그리고 빛을 쬐자 가능을 정지했던 뉴런이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2007년 듀크대 조지 어거스틴(George Augustine) 교수는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해 ‘채널로돕신 2’ 단백질을 지닌 생쥐를 만들었다. 조류 단백질을 주입해 실제 살아있는 생물의 뉴런을 조작할 수 있었다.

2011년에는 남가주대 알란 호사저 (Alan Horsager) 교수 연구팀이 광유전학 기술을 적용해 장님 생쥐의 시력을 기초적인 수준에서 회복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다음 달 사람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시력을 회복시키기 위한 시술이 있을 예정이다.

실명한지 얼마 안됐거나 실명 위기에 있는 환자들에게 이번 시술은 큰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시각장애인은 물론 과학기술계, 의료계, 관련 기업들에 이르기까지 광유전학 시술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6-02-24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