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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봉 객원편집위원
2015-07-06

뱀처럼 유연한 ‘해마 로봇’ 해마꼬리 모방한 부드러운 로봇 개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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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긋나긋함 뱀 모양 로봇이 언덕을 올라갈 때 미끄러지지 않고 잘 올라갈 수 있을까? 많은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고민해온 이 문제를 바닷 속 해마(海馬)가 해결해주고 있다. 해마 특유의 골격구조 때문이다.

5일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지는 미국 오레곤 대학의 로스 해튼(Ross Hatton) 교수의 말을 인용, 많은 과학자들이 해마의 튼튼하면서도 유연한 골격구조를 활용, 현실 세계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해튼 교수가 소속된 오레곤 주립대는 현재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샌디에이고), 벨기에 겐트대 등과 국제적인 공동연구팀을 구성하고 해마 꼬리를 모델로 움직이는 로봇에게 필수적인 기능을 개발 중이다.

해마꼬리, 강한 충격에도 쓰러지지 않아 

알려져 있다시피 해마는 겉모습이 말을 닮은 실고기 목, 실고기 과의 물고기다. 해마는 아빠가 새끼를 낳는 신기한 습성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로봇 과학자들의 관심을 끈 것은 임신이 아니라 해마 꼬리다.

오레곤 대 등에서 해마 꼬리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면서 매우 강력한 로봇을 만들고 있다. 사진은 꼬리를 통해 모든 움직임을 제어하고 있는 해마의 모습. ⓒthe College of Engineering at Oregon State University
오레곤 대 등에서 해마 꼬리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면서 매우 강력한 로봇을 만들고 있다. 사진은 꼬리를 통해 모든 움직임을 제어하고 있는 해마의 모습. ⓒthe College of Engineering at Oregon State University

해마 꼬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원통형 모습의 다른 동물 꼬리들과는 달리 직육면체 모양이다. 작은 판들이 꼬리뼈 중심을 가로지르며 뼈를 둘러싼 상태에서 아래위로 계속 이어져 있다. 사람들이 보기에 매우 특이한 모습이지만 매우 강력한 파워를 갖고 있다.

구부리거나 비틀 수도 있고, 또한 주변 사물들을 움켜쥘 수도 있다. 더 놀라운 것은 해마를 노리는 포식자들이 다리를 물어도 견딜 수 있을 만큼 높은 강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해마의 이런 모습을 로봇 제작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3D프린터를 사용해 해마 꼬리와 같은 구조를 디자인한 후 이를 모방하기 위해 꼬리 모양의 구조물을 제작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마 꼬리 재현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다.

해튼 교수에 따르면 과학자들이 원하고 있는 것은 해마 꼬리처럼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면서 강력한 로봇 기능이다. 특히 오레곤 대학에서는 강한 저항에 부딪혔을 때 쓰러지지 않고 유연하게 앞과 뒤, 그리고 옆으로 물러날 수 있는 기능을 개발 중이다.

그동안 많은 로봇들이 유연한 기능을 찾지 못해 많은 고통(?)을 겪어왔다. 작은 충격에도 비틀거리거나 쓰러지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해마 꼬리의 구부러지면서 비틀 수 있는 기능을 적용해 기존 로봇의 쓰러지는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거친 움직임 해결할 수 있는 핵심 기술” 

또 다른 과학자들은 꽉 막혀 있는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 중이다. 이리저리 강하게 충돌하지 않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해가면서 몸을 구부리거나 뒤틀면서 여러 가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을 말한다.

해튼 교수는 “비록 단순한 형태지만 해마 꼬리를 본 뜬 3D 모델을 만들었으며, 이 모델을 갖고 실제 로봇을 생산하기 위한 실험을 다양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은 해마 꼬리 구조다.

사람 척추의 추간판 같은 사각형 형태의 작은 판들이 어떤 역학 관계를 통해 그처럼 강하면서 유연한 꼬리 기능을 갖추게 됐는지 세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해마 꼬리를 활용한 연조직(soft body, 軟組織) 개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연조직이란 로봇의 단점인 거친 움직임을 극복할 수 있는 핵심적 기술 중의 하나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부드러운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실리콘으로 만든 풍선을 활용해왔다. 풍선을 부풀리거나 축소함에 따라 팔·다리를 더 부드럽게 들어 올리거나 내릴 수 있었다.

문제는 실리콘 로봇이 매우 약하다는 점이었다. 쉽게 쓰러지거나, 파손되는 결함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해마 꼬리를 모방해 새로운 형태의 연조직을 개발할 경우 상황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해튼 교수는 “해마 꼬리가 강한 부분과 소프트한 부분 두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며, “이 두 가지 기능을 조합해 강한 힘을 지닌 팔·다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연구는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South Carolina) 주에 있는 클렘슨(Clemson) 대학에서 수행 중이다

동물을 모방한 로봇 기술 개발은 로봇 공학자들에게 있어 생소한 일이 아니다. MIT의 치타 로봇, 카네기멜론 대학의 개 로봇과 타조 로봇 등 많은 연구 기관에서 동물을 본뜬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오레곤 대 등에서 개발하고 있는 해마 로봇은 다양한 기능은 물론 소재 등에 있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바닷 속 신기한 동물 해마가 로봇 개발에 큰 빛을 던져주고 있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5-07-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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