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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이슬기 객원기자
2014-01-24

다시 살아나는 임사체험 과연 존재할까? 앤 아버 미시건대, 신경전달물질 마지막 순간 방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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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한번 죽으면 다시 깨어나지 못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하지만 종종 죽었다가 깨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있다. 바로 임사체험(臨死體驗)이다. 임박한 죽음에 대한 경험을 말하는 임사체험은 최근 응급 의료 체계의 발달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갑작스런 사고를 당하거나 번개를 맞아서 모두 죽었다고 생각한 사람이 다시 살아난 경우, 임사체험을 겪었다고 보고된다. 모든 문화와 사회에서 오래전부터 나타나는 현상인데, 신기하게도 이들의 체험에는 모두 비슷한 특징이 여러 가지 있다. 

일반적으로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은 공통적인 이야기를 한다. 유체이탈을 경험하며, 터널을 지나 빛이 쏟아지는 곳으로 이동한다. 그 과정에서 기쁨이나 환희를 느끼게 된다. 특히 이 중에서도 '체외유리'라고 하는 유체이탈은 자신이 자신의 몸 밖에 나와 있는 경험을 말한다.

보통 2~3m 정도의 높이에서 자신을 내려다본다. 주위의 방이나 공간, 가까이 있는 사람과 사물도 분명히 보이는데도 모두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신기한 것은 대부분 꿈이나 환각이 아니라 극히 생생한 현실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마냥 허황된 꿈이라고 할 수는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임사체험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경험을 말한다. 사람들은 관속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일종의 임사체험을 통해 삶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연합뉴스

사실 자기가 자기 모습을 보는 현상은 자기 환영(autoscopy) 이라고 한다. 이는 임사체험에서 뿐만이 아니라 조헌병(정신분열증)이나 간질, 그 중에서도 관자엽 간질에서 많이 나타난다. 마루엽 병변에서도 같은 상태가 나타난다. 모두 대뇌피질의 기능이 손상되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래서 얼마전까지는 임사체험을 설명하기 위한 과학적인 틀이 없었다. 그저 두 가지의 추측만이 존재했다. 하나는 뇌에 산소가 결핍되면서 뇌세포가 죽어서 나타나는 뇌 기능의 변화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죽음을 앞둔 심리학적인 반응이라는 것이다.

물론 죽음에 임박한 사람이 모두 임사체험을 하는 것은 아니며, 연구자마다 그 데이터도 모두 다르다. 4%라는 연구 결과도 있으며, 85%라는 연구 결과도 있기 때문이다. 2001년 네덜란드의 연구에 따르면 임사체험의 빈도는 18%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들은 나이, 성별, 인종, 종교 등의 큰 차이가 없었다. 정신 건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임사체험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임사체험을 단순히 정신적인 문제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죽기전에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

임사체험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들이 모두 공통적인 이야기를 하자, 사람들은 진지하게 임사체험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임사체험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최근 미국의 공영 라디오 방송인 NPR을 통해 미국 앤 아버 미시간대의 지모 보르지긴 박사팀의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이번 논문은 심정지(心停止, cardiac arrest)가 일어난 후, 생쥐의 뇌는 마치 인간이 의식고양(heightened consciousness) 상태에 있는 것과 비슷한 상태를 경험한다고 쓰고 있다. 죽기 바로 직전, 그러니까 마지막 순간에 뇌가 평소보다 훨씬 더 각성되어 있었다는 것을 뜻한다.

연구팀은 원래 뇌졸중으로 죽은 생쥐의 뇌 안에서 호르몬의 변화를 측정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죽은 생쥐의 뇌를 해부했다가 매우 높은 농도의 신경전달물질이 죽음의 순간 방출된 것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하나의 가설을 세웠다. 바로 ‘인간의 뇌는 죽음이 찾아오는 순간 활동이 급증하며, 이것이 임사체험의 실체이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연구팀은 먼저 생쥐 9마리의 뇌에 전극을 이식한 다음 한 시간 정도 마취시키고, 생쥐의 심장에 염화칼륨을 주입하여 심정지를 일으켰다. 그 다음 뇌파의 변화를 관찰했다. 심장이 정지한 순간부터 약 30초간 뇌파가 이어지다 마침내 멈췄고, 그 시간동안 뇌파가 발생하는 빈도를 기록하였다.

그 결과, 생쥐의 뇌는 심장이 멈춘 직후 매우 특이한 반응을 보였는데, 심장이 멈추면서 뇌의 전반적인 활동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25~55Hz에 해당하는 저주파 영역은 오히려 강도가 평상시보다 급격히 증가하였다. 감마 저주파(low gamma frequency)로 불리는 이는 명상이나 각성상태, 렘 수면(REM sleep)과 깊은 관련이 있다.

물론 이것만 두고 보면 임사체험이 어느정도 과학적으로 설명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심정지가 일어나 산소 결핍 상태가 된 뇌가 왜 이런 급격한 활성을 보이는지, 생쥐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현상이 임사체험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다.

임사체험 중 ‘빛’은 꿈의 일종일 뿐

임사체험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증언은 바로 어두운 터널 끝에서 밝은 빛을 만난다는 것이다. 미국의 과학 매체 중 하나인 라이브 사이언스는 최근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유체이탈 체험 연구센터’의 연구를 통해 이는 자각몽(lucid dreaming)의 일종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먼저 10~20명의 지원자로 구성된 4개 집단의 사람들에게 스스로 의식적으로 유체이탈의 경험을 하도록 일련의 정신적인 과정을 훈련시켰다. 스스로 유체이탈을 할 수 있도록 훈련받은 사람들은 ‘자각몽’도 가능하다. 스스로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꾸는 꿈이 바로 자각몽이다.

이 자각몽은 의식이 깨어있기 때문에 자신의 꿈을 어느 정도 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자각몽이 가능해진 사람들에게 임사체험의 전형적인 이야기를 꿈꾸라고 요구했다. 그 결과, 18명의 참가자가 실제로 임사체험을 경험했다. 죽음의 직전에서만 경험한다는 임사체험을 평소에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실험자들은 유체이탈로 터널을 통과하는 체험뿐만 아니라 황홀경도 경험하였으며, 심지어 이미 사망한 가족이나 친척을 만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는 임사체험이 뇌 손상으로 인해 야기되는 자발적 자각몽일 수 있으며, 사후 세계의 증거가 될 수 없음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임사체험을 경험한 사람들은 좀처럼 이 경험을 잊지 못한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고 생각하며, 이 경험을 통해서 삶의 목표를 재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설명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임사체험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슬기 객원기자
justice0527@daum.net
저작권자 2014-01-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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