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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의학
김준래 객원기자
2017-03-03

'소나무 에이즈'란 무엇일까? 재선충병에 감염되면 100% 고사… 예방이 최선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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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이나 구제역 같은 가축 전염병 방제에 전력을 다하다 보니, 나무를 죽이는 식물 전염병까지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탓일까? 국내 산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소나무류가 전염병인 ‘소나무재선충병’에 의해 피해를 입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의 감염 과정 ⓒ 산림청
소나무재선충병의 감염 과정 ⓒ 산림청

산림청은 최근 소나무재선충병의 집중 방제 지역을 대상으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하여 지방자치 단체별 조치 방안과 피해를 입은 소나무류들을 대상으로 한 방제 계획을 숨가쁘게 추진하고 있다.

소나무와 해송, 그리고 잣나무 등 소나무류들만을 감염시켜 죽이는 것으로 알려진 소나무재선충병. 도대체 어떤 병이길래 방역 당국은 ‘소나무 에이즈’라는 끔찍한 별명까지 붙여가며 방제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일까?

소나무 에이즈란 별명처럼 치사율이 100%

북미대륙이 원산지인 소나무재선충은 식물에 기생하는 1mm 길이 정도의 아주 작은 선충(線蟲)이다. 선충이란 일반적으로 토양이나 물에서 살다가 동물이나 식물에 기생하는 기다란 원통 형태의 벌레를 말한다.

대부분의 선충이 이동능력이 부족한 것처럼, 소나무재선충도 혼자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거의 없다. 따라서 매개충인 수염하늘소의 몸속으로 들어가 다른 나무로 이동하면서 소나무재선충병을 확산시킨다. 수염하늘소가 건강한 소나무를 갉아먹을 때 생기는 상처를 통해 선충이 나무줄기 내로 침입하여 감염시키는 것.

이런 경로를 통해 다른 소나무류에 침입한 선충은 순식간에 건강했던 나무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만큼 가공할 위력을 발휘한다. 번식력이 매우 뛰어나서 1쌍의 선충이 불과 20일 만에 20만 마리로 증식하며 소나무의 수분과 양분 이동통로를 망가뜨릴 수 있다.

소나무재선충의 현미경 사진 ⓒ 산림청
소나무재선충의 현미경 사진 ⓒ 산림청

특히 소나무가 이 병에 한 번 감염되면 다른 산림 전염병들과는 달리 100% 고사하게 된다. 더군다나 걸리고 난 뒤에는 치료약도 없기 때문에 방역 당국은 감염 경로를 차단한 채, 다른 나무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예방 작업에 매달리는 것이 최선책이다.

그렇다면 소나무가 재선충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병에 감염된 소나무는 6일째부터 잎이 처지는 증상이 나타나고, 20일째 되는 날에는 잎이 시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30일부터는 잎이 급속하게 누렇게 뜬 채 붉은색으로 변해간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변색되는 속도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별명의 유래에 대해서는 “사계절 푸른빛을 띠던 소나무가 불과 1~2개월 만에 빛깔이 불그스름하게 변하며 죽어가는 모습이 마치 후천성면역결핍증인 에이즈(AIDS)로 인해 죽어가는 환자를 닮았다 해서 ‘소나무 에이즈’란 별명이 붙었다”고 밝혔다.

원인충과 매개충을 죽이는 예방법이 최선책

소나무 재선충병과 관련된 산림청의 보고서에 따르면 감염 후 치료방법은 없지만, 예방을 철저히 했을 경우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방책으로는 크게 ‘나무에 예방주사를 투여하는 방법’과 ‘항공기를 통해 약제를 살포하는 방법’이 있는데, 두 방법 모두 재선충병이 나무를 감염시키기 전에 선충이나 매개충을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중 나무주사는 감염의 우려가 있는 소나무류 숲에 선충에 대한 살충 효과가 있는 약제를 주사하는 방법을 가리킨다. 줄기에 천공기로 구멍을 뚫고 섭식 살충효과를 가지고 있는 살충제를 투입하는 것.

이렇게 소나무류에 약제가 투입되면 향후 소나무 재선충병의 매개충인 수염하늘소가 이들 나무에 서식한다 하더라도 약효로 인해 선충들은 곧 죽게 되고, 이후 2년 정도는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항공기를 통해 약제를 살포하는 방법은 선충이 아닌 매개충을 죽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매개충인 수염하늘소를 제거하기 방제 헬리콥터를 이용하여 잎과 줄기에 살충제가 충분히 묻도록 골고루 살포하는 것이다.

감염된 소나무숲은 모두 제거되고 훈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 산림청
감염된 소나무숲은 모두 제거되고 훈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 산림청

산림청은 소나무 재선충병 확산방지를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7개월을 핵심 퇴치기간으로 삼고 이 같은 예방법을 집중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에 관련하여 산림청의 관계자는 “우선 울진 금강송림을 포함한 우리나라 최대의 소나무숲 지대인 백두대간 보호를 위해 경북 북부지역과 지리산권역 단지를 최우선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보다 근본적인 재선충병 퇴치를 위해 수종(樹種)을 갱신하는 작업도 병행 추진하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포항과 경주, 그리고 울산, 밀양 등 재선충병 피해가 심한 지역에 대해서는 신규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나무를 전량 제거하는 모두베기를 실시하고, 편백과 같은 신수종으로 대체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후 대책의 하나인 재선충병 피해를 입은 나무들의 처리 방안도 눈길을 끈다. 죽은 소나무에는 재선충들이 다량 들어 있으므로 만약 이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채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되면 또 다른 감염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현재는 살충제 투입이나 훈증(燻蒸)으로 재선충을 완전히 죽인 다음, 이들 목재를 수거하여 땔감용 목재나 합성목재의 원료 등으로 활용하고 방법을 시행하고 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7-03-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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