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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순강 객원기자
2015-04-08

문·이과 통합, 수능개혁의 쟁점은? [지상중계] 한림원탁토론회 '과학수학 수능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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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우려와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이 확정되었고, 이로써 2018년부터 고등학생들은 문·이과 구분 없이 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을 공통과목으로 배우게 됐으며 앞으로 수능제도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박성현)은  7일 프레스센터에서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에 따른 과학·수학 수능개혁’이라는 주제로 제88회 한림원탁토론회를 열고, 현재의 과학·수학교육의 현황 점검과 함께 향후 이에 걸맞는 수능개혁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덕환 교수, ‘문·이과 통합형’ 수능은 사실상 불가능해

이덕환 교수는 "진정한 문·이과 통합형 수능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덕환 교수는 "진정한 문·이과 통합형 수능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 김순강

첫 번째 주제 발표자로 나선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지난해 말부터 개정작업에 착수한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은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학탐구실험 등 7개 공통과목과 51개 일반선택과목, 42개 진로선택과목으로 구성되어 있다”며 “겉으로는 모든 학생들에게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길러주겠다고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여전히 학생들의 적성과 진로를 고려한 선택권을 강조하고 있으며, 수학능력보다는 단편적인 개념중심의 교육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문·이과 구분 교육의 틀을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2015 (개정)교육과정의 문제는 총괄목표를 “자연현상과 사물에 대해 흥미와 호기심을 가지고 과학의 핵심 개념에 대한 이해와 탐구능력의 함양을 통해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과학적이고 창의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과학적 소양을 기른다”고 했으나 실상은 과학의 핵심 개념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이덕환 교수의 주장이다.

“더욱이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통합과학’의 내용이 아직도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등 4개 과목으로 기존의 고질적인 병폐였던 분과화 된 개념교육을 유지하면서 기능인 양성교육의 틀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며 이는 ‘가르쳐야 할 내용’ 대신에 ‘교사가 추가 준비 없이 가르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문·이과 통합교육과정’이라는 말보다는 ‘문·이과 구분 교육과정 폐지’라는 말이 더 적합하다며 이덕환 교수는 “현재 어느 사범대학에서도 통합과학과 통합사회를 가르칠 교사를 배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통합과학’과 ‘통합사회’를 누가 가르칠 것인가 하는 것도 큰 문제점”이라고 제기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는 교육부가 추구하는 진정한 ‘문·이과 통합형’ 수능은 불가능하다는 것. 그 이유를 이 교수는 “공통과목을 기반으로 하는 수능으로 개편할 경우에는 실질적인 문·이과 구분 폐지는 이뤄지지만, 공통과목이 1학년에 배우는 과목이기 때문에 2, 3학년 때 선택과목은 가르치지 않고 공통과목만 반복해서 교육함으로써 심각한 학력저하가 우려되며, 교육과정을 무시하고 수학능력을 판단하는 수학능력 기반형으로 개편할 경우에는 교육과정과 학교교육이 무력화 될 뿐 아니라 사교육이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문·이과통합교육과정과 수능시험을 비롯해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교육정책과 교직을 과감하게 개방해야 하는 것이 이덕환 교수의 주장이다. 그 이유를 “학교 현장의 ‘이해관계’는 모두 교육 전문가들 사이의 문제”라며 “범부처·범사회적 교육위원회 구성 등 사범대 개혁의 수준을 넘어선 적극적인 교직 개방이 필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분권화, 다양화 시대를 살고 있는 학생들에게 과도하고 비현실적인 ‘선택중심 교육과정’을 강요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대학의 학생 선발 기능을 회복시켜 입시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스능을 포함한 중앙 정부의 간섭을 단계적으로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덕환 교수는 “사회적 수요가 아니라 학생들의 미래 행복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결론 맺었다.

권오현 교수, 수능 외 다양한 전형요소 활용해야

권오현 서울대 교수는 "수능외에도 다양한 전형요소를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오현 서울대 교수는 "수능외에도 다양한 전형요소를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김순강

두 번째 주제 발표는 서울대 입학본부장 권오현 교수가 맡았다. 여기서 권 교수는 “2021학년도 대학입시에 처음 반영될 수능제도 개편에 관한 청사진이 아직까지 제시되고 있지 않아 학교현장에서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3가지 수능개편 방안의 장단점을 제시해 보겠다고 밝혔다.

먼저 공통과목만 수능에 반영하는 1안에 대해 권 교수는 “통합형 교육과정의 취지를 잘 반영할 뿐 아니라 수능의 자격고사 전환시 유리하다는 장점은 있으나 학교 수업이 공통과목 위지로 운영될 가능성과 대학 모집단위별 변별적 적용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4개 공통과목에 사회, 과학의 다수 선택과목을 더하여 운영하는 2안에 대해서는 “통합형 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리며 수능의 대입 영향력을 유지할 뿐 아니라 대입전형에 다양한 수능과목 선택을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지만, 학생 부담이 큰 현재의 수능과 별 차이가 없으며 국어와 수학 과목의 인문계와 자연계 구분 요구가 다시 등장하게 되는 단점이 있다”고 밝혔다.

1차 수능은 6개 공통과목만 담당하고 2차 수능은 기타 다수 선택과목을 출제하는 수능을 이원화 하는 3안은 학교에서 다양한 과목들을 균형 있게 가르치게 하는 장점은 있으나 복잡한 수능 운영이 고비용 대비 비효율적 구조를 지니며 수험생들의 선택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단점을 가졌다는 것이 권 교수의 설명이다.

이와 더불어 통합형 교육과정에 따라 수능을 9등급 상대평가로 할 것인지, 절대평가로 할 것인지에 대해 권 교수는 “학교 내 평가가 조만간 성취평가제로 전환되는 점을 고려하면 국가고시로서의 수능은 전국 단위에서 성취도 확인이 가능한 현 9등급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 점수반영체제를 유지할 것인지, 자격고사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수능을 자격고사로 전환하는 것은 예산만 많이 들고 활용도는 떨어지는 비효율성을 초래할 뿐 아니라 안정적 대입체계를 유지시켜 온 국가, 대학, 학교 사이 평가권의 균형이 상실됨으로써 학교와 대학의 요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자격고사로의 전환은 반대했다.

뿐만 아니라 권 교수는 “오늘날 대학입시는 수능 외에도 다양한 전형요소를 활용하기 때문에 다른 전형요소들 사이에서 수능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를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서울대에서는 2016학년도에 정시전형 수능으로 뽑는 인원이 전체 정원의 25% 수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대입 영향력을 논할 때도 수능보다는 전체 입학 전형을 범위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권오현 교수는 “수능은 6개 공통과목만 포함시키고, 선택과목은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 성적과 비교과 활동을 통해 대입에 반영하며 수시는 학생부전형과 논/구술 전형의 혼합으로, 정시는 6개 공통과목 수능과 학생부전형을 융합한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정진수 교수,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 확대해야

김기혁 교수, 박선종 교장, 정진수 교수 등이 참여한 가운데 지정토론시간이 진행됐다. ⓒ 김순강
김기혁 교수, 박선종 교장, 정진수 교수 등이 참여한 가운데 지정토론시간이 진행됐다. ⓒ 김순강

이어 진행된 지정토론시간에는 이영백 한양대 교수를 좌장으로 김기혁 계명대 교수, 박선종 예당고 교장, 정진수 충북대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여기서 김기혁 교수는 “전국의 공과대학을 평균적으로 볼 때 입학생들의 수학 및 과학의 수준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으며 문·이과 교차지원 허용으로 공과대학 신입생 상당수가 물리와 화학을 배우지 않고 입학해 전공강좌 진입이 어려운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대학 입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는 문·이과 통합교육과정이 도입되면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급변하는 과학기술과 보조를 맞추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융복합교육 및 창의적인 공학교육을 위해서는 공과대학의 개설학점을 늘리던지 고등교육과정에서 충실한 과학수학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박선종 교장은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은 수능의 개선 방향에 따라 그 성패가 좌우 될 것이기 때문에 학교 교육과정의 정상적인 운영이라는 관점에서 수능 개선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즉 학교 교육과정과 수능이라는 종래의 이원적 관점이 아닌, 수능이 다양한 입시 전형요소 중의 하나라는 다원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 다만 현재와 같이 입시에서 수능 성적이 중요한 변인인 경우 수학능력에 대한 학문적 접근도 중요하지만 학교 교육과정 운영의 정상화 측면에 주안점을 두고 수능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박 교장의 생각이다.

마지막 토론자 정진수 교수는 “현재처럼 수능이 문제풀이 속도를 평가한다면 문제 풀이 속도를 올리는 편법을 사교육에서 배우지 않으면 수능점수를 올리기 어렵다”며 “수능의 원래 취지와 문·이과 통합형의 취지를 살리려면 수능은 6개의 공통과목으로 제한하고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순강 객원기자
pureriver@hanmail.net
저작권자 2015-04-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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