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12월 오바마 대통령이 ‘헬시, 헝거 프리키즈(The Healthy, Hunger-Free Kids Acts of 2010)' 법안을 통과 시키면서 미국 학교 급식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트랜스 지방이 들어간 식품은 엄격히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 법에 따라 학교 식당에서는 고지방 우유가 사라졌다. 대신 ‘저지방’, 혹은 ‘무지방’이라고 표시된 우유가 공급됐다. 과거처럼 샌드위치를 하나 더 가져갈 수 있는 기회도 사라졌다. 어떤 학교의 경우 육류대신 콩과 두부 음식을 공급하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채소와 과일의 양이 급격히 늘어났다. 학생들은 샐러드 바에서 특히 녹색 잎과 토마토, 오이와 같은 야채들을 무한정 먹을 수 있었다. 총열량 규제에 따라 비만의 원인인 탄수화물, 육류의 양을 줄이고, 대신 식물성 단백질, 채소의 양을 늘린 결과다.
새 법안 통해 학교 식단을 식물성 위주로 개편
‘헬시, 헝거 프리키즈’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인의 비만 문제가 워낙 심각했기 때문이다. 2012년 6월 미국의 국제 학술지 ‘BMC 퍼블릭 헬스’에 따르면 북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몸무게로 1t을 만드는 데 12.4명이면 충분했다.

이는 오세아니아(13.5명), 유럽(14.2명), 중남미(14.8명), 아프리카(16.5명), 아시아(17.4명)를 훨씬 넘어서는 수치다. 북미 지역 사람들의 4분의 3 가량은 과체중(BMI 25 이상)이었고, 평균 몸무게는 80.7kg이었다.
또 북미 지역의 인구 비중은 전 세계의 6%지만, 비만(BMI 30 이상) 몸무게는 전체의 34%를 차지했다. 반면 인구 비중 61%인 아시아는 비만 몸무게의 13%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미국인의 비만도가 어느 정도인지 말해주는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퍼스터 레디인 미셀 오바마 여사는 채소와 과일 중심의 식단을 강조하는 ’렛츠 무브(Let's Move)' 운동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 학교부터 식단에서 비만 억제 습관을 들일 경우 어린이는 물론 성인 비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녀의 주장이 받아들여졌고, 학교 식단을 식물성 위주로 개편하는 ‘헬시, 헝거 프리키즈’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는 성과를 거두게 된다. 미국의 경우 공립학교 학생 약 3000만 명의 점심 식사를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1300만 끼의 아침식사도 정부가 지원을 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10년 간 45억달러(한화 약 4조8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여기에 ‘헬시, 헝거 프리키즈’ 법안이 적용되고 있는 중이다.
이달 6일 백악관은 ‘렛츠 무브’ 켐페인 5주년을 기념했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비만 퇴치를 위해 백악관이 매우 ‘영예스러운(honorable)’ 일을 하고 있다”며, 아동 비만을 줄이려는 미셀 오바마 여사의 노력을 거듭 치하했다.
피자 업체 등 패스트푸드업체 강력히 반발
미셀 오바마 여사는 ‘렛츠 무브' 켐페인 5주년을 기념해 미국 NBC 방송의 인기 프로그램 ‘투나잇 쇼(The Tonight Show)’에 출연했다. 이 자리에서 그녀는 자신의 어린 자녀들이 이 켐페인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한 과정을 소개횄다.
“비만을 줄였을 때 다른 사람들로부터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끊임없이 설득했다고 말했다. 자녀들과 함께 금식한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 “자녀들이 브로콜리를 찾았고, 자녀들과 함께 채소를 먹으면서 신선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렛츠 무브’ 운동을 전후해 우스꽝스러운 식품 홍보가 등장하고 있어 큰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로 이 켐페인으로 인해 식품업계 전체에 큰 지각변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인들이 많이 먹고 있는 피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토마토 소스로 인한 과다 염분 섭취 등이 문제가 돼 소스 사용량을 줄이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논란의 타깃이 되고 있는 피자업체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중이다. 정책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논란은 중심에는 정부의 열량과 영양소 규제가 있다. 정부는 열량 과잉 공급을 막기 위해 연령대별로 고등학생은 850㎈, 중학생은 700㎈, 초등학생은 650㎈로 제한하고 있다. 단백질 섭취 역시 1주일에 12온스 미만으로 제한했다.
그런데 야채와 과일을 비롯한 영양에 좋은 음식을 제공하도록 규제하자 열량은 줄어든 한편 단가는 올라갔다. 여기에 채소를 싫어하고 스낵 등 기성식품에 입이 길들여진 학생들은 급식이 맛이 없다면서 음식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3000만 명이 버리는 급식은 연간 10억 달러에 이르며 일부 지역에선 급식 40%가 버려진다는 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학교급식프로그램을 포기하는 학교도 생겼고 급식 대상자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드는 결과도 나왔다.
이에 대해 미 농무부(USDA)는 이탈자 비율은 전체 참가자의 3% 정도라고 밝혔다. 그러나 농무부 역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농무부는 2011년 다이어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지침서가 어린이들의 건강을 오히려 해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주말 살롱(SAlON) 지는 농무부 지침이 과당 섭취량을 늘리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어린이 비만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 FDA(식품의약국)이 거짓된 영양과학을 내세워 농무부 지침서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렛츠 무브’ 운동 5년째를 맞아 가장 큰 논란은 이 비만 퇴치 운동의 성과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확실한 데이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긍정적 데이터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 내 2~5살 아동의 비만율이 3.7% 하락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있다.
반면 12~19살 사이 청소년의 비만도가 더 높아졌다는 부정적인 결과도 나와 있다. 결과적으로 비만을 줄이는 영양 식단을 놓고 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
-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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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5-04-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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