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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김형근 편집위원
2007-07-31

'나사 풀린 NASA'…우주 비행사들 만취 탑승 NASA 8인위원회 공식 인정, 美 정치권과 사회에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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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두려움을 잊으려 한 것일까? 아니면 우주의 황홀한 모습을 만취된 상태에서 즐기려고 한 것은 아닐까?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 비행사들이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우주비행에 나선 적이 있으며, 또 나서려고 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정치권은 물론 미국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미국 AP통신은 NASA의 케네디 우주센터가 위치한 케이프 커내버럴 발(發) 통신을 통해 “우주 비행사들의 건강문제를 조사해온 NASA 8인위원회는 그동안 일각에서 의문을 제기해 온 우주 비행사들의 ‘음주 우주비행’이 사실이었다고 밝혔다”고 27일 보도했다. 이 통신은 지난 2월부터 그동안 조사해온 활동결과 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8인위원회가 기자들에게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기자회견을 겸한 이날 위원회는 한 우주비행사는 발사를 앞둔 우주왕복선에 술에 만취돼(heavy drinking) 올랐으나 발사 직전 우주왕복선에 기계적인 결함이 발견돼 발사가 연기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우주비행사는 우주왕복선 발사가 연기되자 NASA가 운용하는 T-38 초음속제트기를 타고 플로리다주에서 텍사스주 휴스턴의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한 우주비행사는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향하는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호에 만취한 상태로 탑승, 우주비행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우주 비행사들의 음주는 고질적인 일”


AP통신은 의사들이 우주 비행사들에게 음주로 인한 건강문제와 관련 수 차례 경고했는데도 불구하고 NASA가 묵살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 통신은 NASA의 한 우주 비행사 주치의가 한 “우주비행에 앞서 술을 마시는 것은 비행사들 사이에서는 하나의 문화며 습관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다” 말을 인용하면서 우주비행사에 대한 NASA의 태도를 맹렬히 몰아 부쳤다.


2003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참사 진상조사위원회에 참석했던 1996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더글러스 오셰로프(Douglas Osheroff) 박사는 우주비행사의 음주비행과 관련 “그동안 많은 것이 변했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며 “그것은 우주 비행사들의 음주 행위”라고 꼬집었다. NASA는 우주비행에 나서기 12시간 전부터는 우주 비행사들이 음주를 일체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셰로프 박사는“비단 음주문제뿐만 아니라 NASA는 ‘뭔가 잘못됐다’는 지적에 대해 묵살하기로 유명하다”고 꼬집으면서 “NASA는 컬럼비아 참사 후에도 개선된 것이 하나도 없으며 NASA가 추진하는 개혁이란 허울 좋은 이름일 뿐, 바뀐 것은 제로”라고 비난했다.


“NASA, 컬럼비아 참사 후 개선된 것 全無”


8인위원회는 그러나 이와 같은 ‘음주우주비행’이 언제 일어났고, 음주한 비행사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더 이상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정치권은 ‘컬럼비아 참사’가 기체 고장이 아니라 우주 비행사들의 음주와도 관련이 있을 거라는 데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더구나 대선을 앞두고 부시 공화당 정권을 곤경에 빠트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민주당은 철두철미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미 의회는 27일 NASA 우주 비행사들의 음주우주비행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전면적인 조사에 나서기로 하는 한편 9월에 청문회를 개최해 이 문제에 대해 따지기로 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NASA는 지난 2월 여성 우주비행사 리사 노왁(Lisa Nowak)이 동료 우주비행사의 여자친구를 폭행하고 납치를 시도한 사건이 발생하자 외부인사 8명으로 이루어진 위원회를 구성, 6개월간 우주 비행사들의 건강문제를 조사해 왔다.


여성 비행사 노왁은 2월 살인미수로 체포돼


노왁 비행사는 2006년 7월 디스커버리호에 항공기술자로 탑승해 성공적으로 우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여성 해군 대위다. 그러나 살인미수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노왁 대위는 자신이 사모하는 동료 우주인에 다른 여성이 관심을 갖고 접근하자 휴스톤에서 올란도까지 1천529km를 직접 차를 몰고 가 상대 여인을 납치하려고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녀는 쉬지 않고 한 번에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 우주인들이 사용하는 특수 기저귀를 차고 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올란도 국제공항에서 라이벌 여성 컬린 쉬프먼을 기다린 노왁 대위는 바바리 코트를 입고 검은 선글라스에 가발로 변장하고 차를 타고 출발하려는 컬린에게 접근해 차를 태워달라고 요구하고 휴대폰을 좀 빌려달라고 했다. 피해자가 창문을 조금 내리자 페퍼 스프레이를 발사해 눈에 상처를 입혔다.


NASA, 이제 여론의 심판대 위에


이뿐만이 아니다. 노왁 대위는 쇠 방망이와 칼, 페퍼 스프레이, 그리고 총을 휴대한 것이 드러나 1급 살인미수 혐의가 추가돼 수감됐다. 노왁 사건 이후 우주 비행사의 자격과 선발요건을 놓고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우주 비행사 선발과정을 재검토하라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하원 과학기술위 산하 우주항공소위원회의 마크 우달 위원장은 이번 보고서는 미국 최고의 싱크탱크 집단인 NASA에 중대한 경종을 울린 것이라면서 “무슨 일이 어떻게, 왜 벌어졌는지, 그리고 누가 그 책임을 져야 하는 지를 명확히 캐내야 하며 NASA의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를 고치기 위해 의회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를 면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과학기술의 위용을 자랑하는 NASA가 이제 준엄한 심판대에 올랐다. 미국의 자존심이라는 이유로 돈만 먹는 공룡이라는 비난이 끊이질 않았다. 이제 대통령 선거와 함께 NASA도 커다란 수술대에 올라서야 한다. 도덕과 윤리, 국민을 외면해 왔다는 비난을 이번에는 피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김형근 편집위원
hgkim54@hanmail.net
저작권자 2007-07-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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