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펭귄들이 살고 있는 남극은 인간들이 건드리면 안 되는 영역이다. 그러나 남극이 인간들로 인해 변화하고 있고 이에 대해서 인간들이 인지하고 남극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펭귄을 6년째 연구하고 있는 이원영 박사는 펭귄 덕후라 불린다. 극지연구소에서 펭귄의 행동을 연구하고 있는 그는 펭귄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인간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펭귄의 여름’ 저자 이원영 박사는 23일 사이언스올 ‘사이언스 책방’ 토크쇼에 참석해 직접 펭귄을 쫓으며 겪은 체험담을 이야기했다.
이 박사는 ‘펭귄마을’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남극 킹조지 섬의 나레브스키 포인트에서 펭귄을 연구하고 있다. 매년 남극의 여름으로 떠나 세종과학기지에 머물며 펭귄마을에 방문하고 있는 이 박사는 펭귄을 연구하면서 매일 일기를 관찰일기를 썼는데, 이러한 내용을 묶어 책으로 발간했다.
그는 세종과학기지에서 6년째 펭귄을 연구하고 있으며, 펭귄에게 GPS를 달아 행동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펭귄의 여름’을 통해 펭귄의 행동을 연구한 결과를 쉽고 재미있게 전하고 있다.
이 박사는 펭귄을 연구하며 겪은 에피소드도 전했다. 세종기지에 처음 갔을 때 보트를 타고 이동 중에 펭귄이 바로 옆에서 수영을 하고 있던 경험, 펭귄을 연구하기 위해 GPS를 부착하려고 할 때는 펭귄의 용변에 맞기도 했다고.
그렇다면, 국내에서는 펭수나 뽀로로 등의 캐릭터로 친근한 펭귄은 어떤 동물일까. 펭귄은 짧은 다리, 불룩한 배, 분홍 발로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 때문에 덤벙거리는 하루를 보낼 것 같지만 사실은 여름 내내 알을 품고 새끼를 키우며 온종일 바다에 나가 먹이를 구해 오는 성실한 동물이다.
펭귄은 전 세계에 총 18종류가 있고, 남반구 전역에 살고 있다. 일반적으로 펭귄이 남극에만 살고 있을 것이라고 많이들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아프리카, 적도 지방에도 펭귄들이 살고 있다.
알에서 태어난 새끼 펭귄은 깨어나서 어른처럼 크기까지 40일 정도가 걸리고, 성체가 되기까지는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펭귄에게 인지능력은 있을까. 이 박사는 펭귄에게 인지능력이 있다고 말한다.
이 박사는 “연구를 하기 위해 펭귄 한 마리를 두 번 잡아야 하는데, 두 번째 잡을 때는 상당히 어렵다”며 “펭귄들이 한 번 자기들을 잡았던 인간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두 번째는 더 심하게 도망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예민한 펭귄들은 나를 보고 도망가기도 해서 동료 연구자를 통해 펭귄에게 부착해 놓은 기계를 회수하기도 한다”며 “펭귄이 사람을 개체 수준에서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암컷이 알을 낳고, 수컷이 알을 부화하는 펭귄은 새끼 펭귄을 위해 부모가 모두 먹이를 잡으러 바다로 나간다. 펭귄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부모들이 먹이를 잡으러 나간 사이에는 새끼들만의 보육원을 형성한다. 새끼들끼리 붙어서 체온을 나누고, 포식자에게 공동 대응을 한다. 또 가족 중심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혹여나 부모를 잃은 새끼 펭귄이 있더라도 먹이를 나눠주지 않아 부모를 잃은 새끼 펭귄은 아사를 하기도 한다고 이 박사는 전했다.

‘펭귄의 여름’ 안에는 남극에 사는 새끼 펭귄 여름이와 겨울이가 나온다. 새끼 펭귄의 이야기를 전하던 두 마리의 펭귄 중 여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죽고 만다. 여름이는 결국 도둑갈매기에게 잡아먹히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박사는 “여름이가 죽고 난 후 도둑 갈매기에게 잡아먹힐 때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생태계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지켜봤다”고 전했다.
이 박사의 말처럼 인간은 동물들의 생태계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남극이 녹아내리는 변화는 막을 수 있다.
이 박사는 남극에서 연구를 하면서 실제로 빙하가 녹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남극을 지키기 위해 인간이 노력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세종과학기지 바료 옆에 빙벽이 있는데 1년에 20미터씩 뒤로 후퇴하고 있다”며 “빙벽이 녹으면서 나온 물로 남극의 크릴이 떼죽음을 당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빙벽이 녹으면서 나온 물속에 토양입자들이 섞여 크릴에 아가미를 막으면서 수 천 마리가 죽음을 당한 것이다.
이 때문에 도둑갈매기는 크릴을 포식했지만, 펭귄은 먹이를 잃고 말았다. 이 박사는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인간이며, 인간들이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남극의 생태계는 인간이 개입하면 안 되는데, 인간들이 남극의 크릴을 잡는 등 어업활동을 많이 하면서 남극이 변화하고 있다”며 “펭귄을 직접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온난화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펭귄의 여름’은 이 박사가 펭귄과 함께 보낸 여름. 43일 동안 남극세종과학기지에 머물면서 남긴 기록으로, 남극행을 위해 칠레 공군기에 오르는 순간부터 출남극 후 다시 도시의 나무와 아스팔트의 냄새를 맡는 순간까지, 저자는 그 사이에 보고 듣고 겪고 만나고 느끼고 생각한 대부분의 것들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사이언스 책방은 우수과학도서를 선정하고 저자 등 전문가와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이 토크쇼를 통해 도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24일 3번째로 진행된 사이언스책방 토크쇼에는 ‘펭귄의 여름’이 소개됐으며, 4월 한 달간 ‘바이러스쇼크’, ‘게놈혁명’, ‘펭귄의 여름’, ‘우주의 문’ 등의 우수과학도서가 소개된다.
- 김지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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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4-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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