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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30] COP30, 화석연료 언급 없이 막 내려... 기후 합의 체제의 위기 COP30 세번째 소식 - 30년 역사상 가장 분열적인 회의로 기록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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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벨렘 정상회담, 30년 역사상 가장 분열적인 회의로 기록

토요일 브라질 벨렘에서 막을 내린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는 대기를 가열시킨 주범인 화석연료에 대한 언급조차 없이 종료되었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 지구적 합의를 모색해온 30년 역사에서 가장 분열적인 회의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많은 국가들은 화석연료 문제가 최종 합의문에서 빠진 것에 격분했고, 화석연료 생산으로 이득을 보는 국가들은 자신들의 입장이 관철되었다고 여기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얼마나 무너졌는지를 보여주는 현실 점검의 장이 되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한편, 회의장 밖에서는 시위대가 COP30 표지판 앞에서 흰 천을 덮어쓰고 누운 채 항의 시위를 벌였다. ⓒ Getty Images
한편, 회의장 밖에서는 시위대가 COP30 표지판 앞에서 흰 천을 덮어쓰고 누운 채 항의 시위를 벌였다. ⓒ Getty Images

유럽연합(EU)은 화석연료 단계적 감축 로드맵을 강력히 추진했지만 산유국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한편, 회의장 밖에서는 시위대가 COP30 표지판 앞에서 흰 천을 덮어쓰고 누운 채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일부에서는 이번 회의를 '진실의 COP'이라고 부른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 협력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실패한 의장단 운영

COP30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는 기후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의 '배'가 여전히 떠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참가국들은 자신들이 원했던 것에 크게 못 미치는 결과에 불만을 표했다. 브라질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에 대한 호감에도 불구하고, 회의 운영 방식에 대한 좌절감이 컸다는 해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실 처음부터 룰라 대통령이 이번 회의에서 달성하고자 했던 것과 안드레 코레아 두 라구 COP 의장이 가능하다고 본 것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했다고 한다. 룰라는 COP 공식 개막 전 벨렘을 방문한 소수 정상들 앞에서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는 로드맵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아이디어는 영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받아들였고, 며칠 내로 이 로드맵을 공식 협상에 포함시키려는 캠페인이 시작되었다.

브라질은 산림파괴와 화석연료에 관한 로드맵을 COP 밖에 존재하는 형태로 만드는 체면치레 방안을 내놓았다. ⓒ Getty Images
브라질은 산림파괴와 화석연료에 관한 로드맵을 COP 밖에 존재하는 형태로 만드는 체면치레 방안을 내놓았다. ⓒ Getty Images

하지만 두 라구 의장은 이에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그의 최우선 목표는 합의였으며, 화석연료 문제를 의제로 강제하면 그 합의가 깨질 것임을 알고 있었다. 초기 합의 문안에는 로드맵처럼 보이는 모호한 언급들이 있었지만, 이는 며칠 내로 사라졌고 다시 나타나지 않았으며 최종 문서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콜롬비아와 EU, 그리고 약 80개 국가들이 석탄, 석유, 가스에서 한 걸음 더 멀어지는 신호를 담을 문구를 찾으려 했으며, 합의를 만들기 위해 두 라구는 '무티랑(mutirão)'이라는 브라질식 집단 토론을 소집했지만,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아랍 국가 협상단은 화석에너지에서 벗어나려는 국가들과의 회의 참석을 거부했다. EU는 주요 산유국들로부터 냉대를 받았다. 한 참관인에 따르면, 사우디 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서 EU에게 "우리는 에너지 정책을 우리 수도에서 만들지, 당신네 수도에서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간극을 메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회담은 결렬 직전까지 갔다. 브라질은 산림파괴와 화석연료에 관한 로드맵을 COP 밖에 존재하는 형태로 만드는 체면치레 방안을 내놓았다. 이는 본회의장에서 열렬한 박수를 받았지만, 이에 대한 확신과 방안의 법적 지위는 불확실하다.

 

EU의 고립과 전략적 실패

EU는 파리협정에 남아있는 가장 부유한 국가 그룹이었지만, 이번 COP에서는 악몽을 맛보았다. EU는 화석연료 로드맵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결국 빠져나올 수 없는 구석으로 스스로를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EU는 파리협정에 남아있는 가장 부유한 국가 그룹이었지만, 이번 COP에서는 악몽을 맛보았다. ⓒ Getty Images
EU는 파리협정에 남아있는 가장 부유한 국가 그룹이었지만, 이번 COP에서는 악몽을 맛보았다. ⓒ Getty Images

반면, '기후 적응을 위한 자금'을 3배로 늘린다는 개념은 - EU에게 불리하지만, 선진국들의 의지를 보이며 개발도상국에게는 당근이 될 수 있는 - 초기 문안에 포함되어 최종안까지 살아남았다. 표현이 모호해서 EU가 반대하지 않았지만, 결정적으로 "3배 증액"이라는 단어가 최종 텍스트에 살아남았다. 따라서 EU가 개발도상국에 화석연료 로드맵 지지를 압박하려 할 때, 거래를 달콤하게 만들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3배 증액 개념이 이미 합의문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시아소사이어티의 리슈오는 "전반적으로 우리는 EU가 구석에 몰린 것을 보고 있다"며 "이는 부분적으로 현실 세계의 권력 이동, BASIC와 BRICS 국가들의 부상하는 힘, 그리고 EU의 쇠퇴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EU는 분노했지만 자금 3배 증액 시점을 2030년에서 2035년으로 미루는 것 외에는 합의안을 받아들여야 했고, 화석연료 전선에서 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 실패는 EU의 국제 기후정치에서의 영향력 약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때 기후 대응을 주도하던 EU가 이제는 신흥 경제국들의 연합 앞에서 협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몇년전부터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었다. COP회의에서 개발도상국들은 자신들의 피해가 아니더라도 처음부터 선진국들을 공격했으며, 협상을 위해서는 무조건 선진국의 의지를 보아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의지를 보인 선진국들은 2년 연속 헛물만 켜며 협상에 실패해왔다. 

또한, 초강대국이지만 경제 구조 전환의 어려움 그리고 매우 낮은 1인당 GDP때문에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하는 중국은 사실상 지구 기후변화와 피해에 가장 큰 원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러한 의무에서 벗어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어 왔다. 두번째 탄소 배출국인 미국은 심지어 공식적으로 정부 대표단이 해당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COP 체제 자체에 대한 근본적 의문

에너지 비용과 국가들이 어떻게 넷제로 배출에 도달할 것인가에 대한 타당한 질문들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COP는 수십억 사람들의 일상과 매우 동떨어져 보인다.

COP30 기간 2주 동안 가장 끊임없이 제기된 질문은 이 '프로세스' 자체의 미래에 관한 것이었다. 전문가들과 환경단체는 수천 명의 사람들을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게 해서 거대한 에어컨이 돌아가는 텐트에 앉혀놓고 쉼표와 복잡한 단어 해석을 놓고 다투게 하는 것이 얼마나 정신 나간 일이냐는 강한 비판을 표현했으며 바로 그 미래에 대한 핵심 논의가 몇 주 동안 집에 가지 못한 수면 부족 상태의 대표들 사이에서 새벽 3시에 이루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지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었다. 

COP는 궁극적으로 파리 기후협정을 이끌어내며 지구를 지키는 일에 큰 몫을 했다고 여겨진다. ⓒ Getty Images
COP는 궁극적으로 파리 기후협정을 이끌어내며 지구를 지키는 일에 큰 몫을 했다고 여겨진다. ⓒ Getty Images

COP는 궁극적으로 파리 기후협정을 이끌어내며 지구를 지키는 일에 큰 몫을 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10년 전 일이고, 많은 참가자들은 이제 명확하고 강력한 목적이 없다고 느낀다. 화석연료조약 이니셔티브의 활동가 하르지트 싱은 BBC 뉴스에 "우리는 이것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다"며 "하지만 재정비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해온 것을 보완할 이 시스템 밖의 프로세스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COP 지도자들은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읽고 있다.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렇지 않으면 이 회의가 모든 관련성을 잃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듯 보인다. 

 

무역 문제의 부상

한편 이번 COP에서는 처음으로 '무역'이 핵심 이슈 중 하나가 되었다. 기후 싱크탱크 E3G의 베테랑 COP 관찰자 알든 마이어에 따르면, 모든 협상실에서 이를 제기하려는 "조직적인" 노력이 있었다고 한다.

먼저 EU는 철강, 비료, 시멘트, 알루미늄 같은 특정 고탄소 제품에 대해 국경탄소세를 도입할 계획이다. 물론 중국, 인도,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많은 무역 파트너들은 이에 불만이다. 그들은 큰 무역 블록이 이런 일방적 조치를 부과하는 것이 불공정하다고 말한다. 이는 그들이 유럽에 파는 상품을 더 비싸게 만들어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인들은 이 조치가 무역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온난화 가스를 줄이는 것, 즉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들은 이미 자국의 이러한 제품 생산자들에게 배출에 대한 비용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들은 국경세는 환경친화적이지 않지만 더 싼 해외 수입품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경제학자들은 오염에 비용이 많이 들수록 청정에너지 대안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 아이디어를 좋아한다고 한다. 물론 이는 또한 오염 물질을 포함한 상품에 대해 우리가 더 많이 지불하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해당 문제는 전형적인 "COP 타협 방식"으로 해결되었다. 즉, 논의를 향후 회담으로 미루는 것이다. 최종 합의는 정부뿐 아니라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국제 기구를 포함하여 미래 유엔 기후회담에서 도달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들은 무역에 관한 지속적인 대화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5-12-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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