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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으로... 치약을 만든다고? 케라틴의 놀라운 치아 보호 메커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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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에서 찾은 치아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

치아 에나멜은 인체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으로, 96%가 무기물질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주성분은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Ca₁₀(PO₄)₆(OH)₂)라는 칼슘 인산염 화합물이다. 치아 에나멜은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 결정체가 약 90%를 차지하며, 이 결정체들이 에나멜의 반투명한 흰색 외관과 경도를 제공한다. 에나멜 아래의 덴틴은 70%가 무기물질로 구성되어 있어 에나멜보다는 상대적으로 부드럽지만, 여전히 중요한 보호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뼈나 머리카락과 달리 에나멜은 한번 손상되면 재생되지 않기에 오랜 치과계의 고민이었다. 구체적으로 치아 에나멜은 산성 음식과 음료, 노화, 부적절한 구강 위생 등으로 인해 점진적으로 파괴되며, 이러한 탈광화(demineralization) 과정은 치아 민감성, 통증,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치아 상실로 이어진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의 머리카락에서 추출한 케라틴 단백질이 손상된 치아 에나멜을 복구하고 보호할 수 있다고 한다. © Getty Images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의 머리카락에서 추출한 케라틴 단백질이 손상된 치아 에나멜을 복구하고 보호할 수 있다고 한다. © Getty Images

최근 킹스칼리지 런던의 셰리프 엘샤르카위(Dr. Sherif Elsharkawy) 박사팀은 Advanced Healthcare Materials에 치과 치료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 연구를 게재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의 머리카락에서 추출한 케라틴 단백질이 손상된 치아 에나멜을 복구하고 보호할 수 있다고 한다. 엘샤르카위 박사는 해당 연구에 대해서 뼈와 머리카락과 달리 에나멜은 재생되지 않는다며 한번 잃어버리면 영원히 사라진다고 강조하며 연구 결과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케라틴의 혁신적인 치아 보호 메커니즘과 기존 치료법의 한계

케라틴은 머리카락, 피부, 손톱에서 발견되는 섬유질 단백질로, 이들 조직에 구조적 강도와 보호 기능을 제공한다. 연구진은 동물의 털에서 케라틴을 추출하여 실험을 진행했는데, 이는 인간의 머리카락과 유사한 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케라틴이 침과 접촉할 때 자연 치아 에나멜의 구조와 기능을 모방하는 보호막을 형성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침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칼슘과 인산염 미네랄과 결합했을 때, 케라틴은 치아를 보호하는 조밀하고 결정체 같은 층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층은 노출된 신경 채널을 차단하여 민감성을 유발하는 신경을 보호한다.

연구진은 케라틴을 이용해 치아 위에 구조화된 생체모방 비계(biomimetic scaffold)를 만들었다. © Getty Images
연구진은 케라틴을 이용해 치아 위에 구조화된 생체모방 비계(biomimetic scaffold)를 만들었다. © Getty Images

연구진은 케라틴을 이용해 치아 위에 구조화된 생체모방 비계(biomimetic scaffold)를 만들었다. 이 비계는 침의 생리적 조건 하에서 조직화된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 성장을 촉진하며, 지속적으로 칼슘과 인산염 이온을 끌어당겨 궁극적으로 에나멜과 유사한 보호 코팅을 생성했다. 이는 단순히 에나멜 손실을 늦추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에나멜 구조를 기능적으로 재생시키는 혁신적인 접근법이다.

케라틴의 이러한 특성은 분자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다. 케라틴은 디설파이드 결합을 통해 섬유질 유기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주로 베타 시트 구조를 가진 복굴절성 구정체 구조를 만든다. 이 구조가 미네랄 이온들의 핵 생성과 계층적 결정 조립을 촉진하여 자연 에나멜과 유사한 아파타이트 나노결정을 생성할 수 있게 한다.

반면 불소는 1940년대부터 치과 치료에 사용되어 왔으며, 충치 예방에 상당한 효과를 보여왔다. 불소의 작용 메커니즘은 재광화 과정에서 더 강하고 산성에 저항성이 있는 플루오라파타이트(fluorapatite) 결정을 형성하는 것이다. 현재 치과 치료의 표준인 불소치약은 에나멜 손실 과정을 늦출 수는 있지만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또한, 최근 몇 년간 불소의 장기적 사용에 대한 일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어린이의 과도한 불소 섭취로 인한 치아 불소증(dental fluorosis) 같은 부작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더 안전하고 자연적인 대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의 케라틴 기반 치료법은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기존 불소 치료가 침의 재광화를 '촉진'하는 방식이었다면, 케라틴 치료는 케라틴 자체가 직접 치아를 재광화시킬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케라틴이 기존 증상에 대해서도 완화 효과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케라틴 기반 치료법의 또 다른 장점은 치아의 자연스러운 색상과 더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기존의 치과용 복합 레진이나 기타 복원 재료들은 종종 자연 치아와 색상 차이를 보이지만, 케라틴은 원래 치아의 색상과 더 가깝게 일치시킬 수 있어 미용적 측면에서도 우수하다.

 

재생 치의학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임상적 의의

케라틴의 치아 보호 메커니즘을 분자 수준에서 살펴보면, 이 혁신적인 접근법이 왜 기존 치료법과 차별화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케라틴 필름이 치아 표면에 적용되면, 침에 존재하는 칼슘과 인산염 이온들과 상호작용하여 고도로 조직화된 결정체 비계를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케라틴은 뛰어난 미네랄 이온 결합 친화력과 구조적 적응성을 보여준다.

연구팀이 밝힌 생체모방적 재광화 과정은 자연적인 에나멜 형성 과정과 놀랍도록 유사하다. © Getty Images
연구팀이 밝힌 생체모방적 재광화 과정은 자연적인 에나멜 형성 과정과 놀랍도록 유사하다. © Getty Images

이러한 생체모방적 재광화 과정은 자연적인 에나멜 형성 과정과 놀랍도록 유사하다. 자연 에나멜 발달에서 아멜로게닌(amelogenin)과 같은 단백질들이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 결정의 성장과 배열을 조절하는 것처럼, 케라틴도 유사한 역할을 수행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케라틴 비계는 계속해서 에나멜 복원에 필요한 미네랄들을 끌어당겨 자연 에나멜과 구별되지 않는 보호층을 만들어낸다.

구조적 복원뿐만 아니라 증상 완화도 동시에 제공하는 케라틴은 임상적 관점에서 볼 때에도 여러 가지 혁신적인 장점을 제공한다. 케라틴층이 노출된 덴틴 세관을 봉쇄함으로써 치아 과민증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으며, 기존의 플라스틱 수지보다 더 내구성이 뛰어나고 생체적합성이 우수하며, 자연 치아 색상과 더 잘 어울린다.

연구진은 이 치료법이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치약 형태나, 치과에서 전문적으로 적용하는 젤 형태로 개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Getty Images
연구진은 이 치료법이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치약 형태나, 치과에서 전문적으로 적용하는 젤 형태로 개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Getty Images

연구진은 이 치료법이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치약 형태나, 치과에서 전문적으로 적용하는 젤 형태로 개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 치료용 젤은 매니큐어와 유사한 방식으로 적용되어 특정 부위의 표적 복원 치료에 사용될 수 있다.

흥미롭게도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를 이용한 치약의 개념은 196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버나드 루빈(Bernard Rubin) 박사가 전자소자용 반도체 결정 연구 중에 실리카 겔에서 결정이 더 잘 성장한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는 이 과정이 치아와 뼈에서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 결정이 형성되는 과정과 유사하다는 것을 깨닫고 1970년경 치아 복구를 위한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 성장 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이는 무중력 환경에서 뼈와 치아의 미네랄 손실을 겪는 우주비행사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었다.

 

지속가능한 치료법으로서의 환경적 가치

환경 친화적 의료 솔루션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는 현시점에서 케라틴 기반 치료법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큰 장점을 가진다. 연구의 제1저자인 사라 가메아(Sara Gamea) 박사과정 연구원은 케라틴은 생물학적 폐기물인 머리카락과 피부에서 지속가능하게 공급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복원 치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독성이 있고 내구성이 떨어지는 기존 플라스틱 수지를 대신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케라틴은 머리카락과 피부 같은 생물학적 폐기물에서 추출할 수 있어 별도의 자원 채취나 환경 파괴 없이 원료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원칙을 구현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일반적으로 폐기되는 물질을 가치 있는 의료 자원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현재 치과 치료에 사용되는 많은 재료들은 석유 기반 플라스틱이나 화학적으로 합성된 물질들이다. 이러한 재료들은 생산 과정에서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하고 환경오염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폐기 시에도 분해되지 않아 환경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반면 케라틴은 완전히 생분해가 가능한 천연 단백질로, 환경에 대한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케라틴 추출 과정은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에너지 효율적이다. 동물의 털이나 인간의 머리카락에서 케라틴을 추출하는 기술은 이미 화장품 및 바이오소재 산업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어, 치과 치료용으로의 응용도 기술적으로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가장 중요하게도 케라틴의 생체적합성은 의료 분야에서 특히 중요한 특성이다. 케라틴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와 화학적으로 유사하며, 기존 세포외 기질에서 발견되는 구조와 생물학적 기능을 모방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조직 공학과 재생 의학 분야에서도 큰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다.

 

상용화 전망과 미래 치료의 혁신적 변화

또한, 본 연구결과가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이 기술은 현재의 치과 치료 패러다임을 크게 바꿀 수 있다. 예방 중심의 치료에서 실제 재생과 복원이 가능한 치료로의 전환이 가능해지며, 특히 초기 단계의 에나멜 손상에서 탁월한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어 치아 수명을 크게 연장시킬 수 있다.

엘샤르카위 박사는 이 저렴하고 지속가능한 치료법이 2-3년 내에 대중에게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치과 치료 분야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상당히 빠른 일정이다. © Getty Images
엘샤르카위 박사는 이 저렴하고 지속가능한 치료법이 2-3년 내에 대중에게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치과 치료 분야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상당히 빠른 일정이다. © Getty Images

엘샤르카위 박사는 이 저렴하고 지속가능한 치료법이 2-3년 내에 대중에게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치과 치료 분야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상당히 빠른 일정이다. 현재 연구팀은 동물 실험 단계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다음 단계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이다. 물론, 임상 시험에서는 안전성과 효능을 더욱 면밀히 검증할 예정이다. 특히 인간의 구강 환경에서 케라틴의 장기적 안정성, 맛과 질감에 대한 환자 수용성, 적절한 용량과 적용 빈도, 그리고 잠재적 부작용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케라틴 기반 치료법은 개발도상국이나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저렴한 비용과 간단한 적용 방법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치아 건강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또한 이 기술이 치아 치료를 넘어 골 재생이나 기타 경조직 복원 분야로도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케라틴의 생체적합성과 재생 촉진 능력은 다양한 의료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미래의 치과 치료는 더욱 개인화되고 정밀해질 가능성이 있기에 환자 개인의 머리카락에서 추출한 케라틴을 이용한 맞춤형 치료나, 다른 생체 재료와의 조합을 통한 더욱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도 가능할 것이다.

 

 

관련 연구 바로 보러 가기

"Biomimetic Mineralization of Keratin Scaffolds for Enamel Regeneration (케라틴 비계의 생체모방 광화를 통한 에나멜 재생)", Gamea et al. 2025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5-08-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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