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 환경 변화와 스마트 기술
전 세계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달 30일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화석 연료 ‘퇴출(Phase out)’과 ‘감축(Phase down)’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203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난항을 겪을지도 모를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기후 문제뿐만 아니라 인구감소 문제도 겪고 있다. 이번 달 초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한국의 심각한 인구 감소 문제를 지적했다. 국내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2029년부터는 기능을 상실하는 도시가 발생하여 농어촌뿐만 아니라 중소도시도 소멸하게 될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10년은 우리 사회가 두 가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골든 타임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의 발전으로 스마트 시티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범 운영된 심야 자율주행버스 운행은 우리의 무한한 상상이 스마트 기술로 현실화됨을 증명해주고 있다. 따라서 스마트 기술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현재 우리가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로 삼아야 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스마트 기술을 미래 환경 변화 분석, 적합한 환경 조성에 활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와 융합하여 시민들의 만족을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스마트 기술을 활용하여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탄소중립 도시를 조성하고 모두가 공감하고 실천하는 탄소중립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탄소흡수 및 저장량을 증가시키고 시민의 여가생활 질을 향상시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미래환경 변화에 스마트 기술을 도입하는 것의 핵심은 “체감할 수 있고 특색 있는 탄소중립도시를 구현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스마트 조경(Smart Landscape Archictecture)'이라 하는데 이는 탄소흡수원을 확보하고, 시민들의 여가 감수성을 확장하면서 차별화된 환경을 조성하는 주요한 열쇠라는 점에서 최근 학계 및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스마트 식재와 탄소중립도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 도시 조성을 위해서는 수많은 과학기술적 요소가 고려되어야 한다. 그중 핵심은 수목을 어떻게 식재하고 관리·운영하여 탄소흡수 및 저장량을 조절할 것인가이다.
스마트 식재 방안은 3가지가 있다. 첫째는 탄소 흡수량과 건물의 위치를 고려한 수종의 선정이다. 미국 산림청은 i-Tree를 개발했고 이를 통해 수목에 대한 탄소흡수 등 대량의 정보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어 적합한 수종 선택이 가능하게 했다. 이와 같이 데이터에 기반한 입지, 탄소 흡수량을 고려한 수종 선정을 통해 식재를 설계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스마트 기술을 통한 식재 환경 및 생육상태를 관리하는 것이다. 근적외선 촬영 기술은 식재의 건강 상태 점검과 잠재적 오염 식별을 가능하게 하여 광합성량 관리에 활용된다. 또한, 벽면이나 옥상, 실내 공간 등 스마트 가든이 구성된 인공지반에 IOT 시스템을 도입하여 적절한 관수와 토양 양분을 제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트윈 기술로 식재 유형별 연계 체계를 구축하여 최적화 관리를 수행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도시 속 가로수, 공원, 보행로, 도시숲, 산림 등 식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상호 연결하여 탄소 흡수량을 관리하는 최적화 서비스를 지원해야 한다. 이와 같이 스마트 식재는 탄소중립 도시를 조성하고 유지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줄 수 있다.
新 디지털과 탄소중립 사회
탄소중립도시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유지관리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시민들이 스마트 식재의 가치를 공감하고 공유해야 한다. 올해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탄소흡수원인 숲을 경험한 MZ세대는 경험하지 않은 MZ세대나 비MZ세대보다도 숲의 가치를 높게 인식하고 있었다. 따라서 가치를 공감하고 공유하기 위해서는 경험 기회 확대가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바쁜 현대사회에서 숲에 대한 경험 기회를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 최근 디지털 혁신 가속화로 문화콘텐츠가 메타버스, AR/VR, 3D 프린팅 등 가상공간을 통해 소비되고 있고 실감 콘텐츠 산업이 육성되고 있는 점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新 디지털 콘텐츠를 통한 숲 경험 확대 방법을 살펴보자. 먼저 VR을 통해 탄소흡수원인 산림을 배경으로 레포츠 활동을 체험할 수 있다. 360° VR 장비와 움직이는 좌석이 설치된 버스를 활용하면 암벽등반, 산악자전거, 패러글라이딩과 같은 산림레포츠를 실감해 볼 수 있다. 설악산 정상에서 느낄 수 있는 약간의 어지러움과 경관을 감상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음으로 3D 레이저 스캐너 라이다(LiDAR)를 활용해 나무의 높이, 폭, 가지 기울기, 봄날 고목의 많은 잎과 꽃을 측정하고 이를 Lidar 영상 콘텐츠로 구현하여 변화무쌍한 나무의 사계절 경관을 감상하게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메타버스를 통해 증강현실 플랫폼을 구축하여 가상공간에서 탄소중립 사회를 체험할 수 있다. 메타버스를 활용하면 시공간의 제약 없이 나무와 꽃, 산림 및 수자원, 도로와 건축물 등을 배치하여 나만의 탄소중립 환경을 조성해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과학기술을 접목시킨 숲 경험은 MZ세대 뿐 아니라 직접 경험이 어려운 소외계층, 노약자, 바쁜 현대인들에게 탄소흡수원으로서의 나무와 숲의 가치를 경험하고 향유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스마트 조경을 통한 차별화
스마트 조경은 탄소중립도시를 구현하고 개인의 여가 감수성을 증폭시킬 뿐 아니라 지역주민과 지역자원을 연계하는 플랫폼으로써 지역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 스마트 조경 공간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관광객과 지역주민들의 경험을 연결해 줌으로써 스마트 관광(smart tourism)으로의 확장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VR을 통한 스마트 조경 콘텐츠는 다양한 주체가 향유할 수 있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자세·행동·습관 등을 정립시키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지역 내의 스마트 팜, 스마트 가든, 스마트 산림과 같은 산업 분야와 연계하여 지역의 특색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스마트 조경은 미래 환경 변화에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도시를 구현하고 다양한 주체가 숲을 문화로서 공감하며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더 발전해나갈 것이라 기대한다.
※ 본 기사는 과학기술인 기고문으로 이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국립산림과학원 채진해 박사연구원
- 저작권자 2023-12-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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