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국가 최초이자 여성으로는 네 번째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아다 요나트(Ada E. Yonath) 박사가 한국을 찾았다. 지난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0년 생화학분자생물학회 연례 학술대회’에 참석한 요나트 박사는 수상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노벨상을 탈 때까지도 나는 노벨상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었다”고 답했다.
특히 젊은 과학자들에게 “노벨상에 대해 집착하기보다 연구에 몰두하라”고 조언했다. 또한 “연구에 전념하면 어느 때 좋을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노벨상 수상에 대해 지나치게 연연하는 것에 대해 일침을 놓았다.
자신이 놀라운 연구업적을 이룬 비결에 대해 묻자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정말 호기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과학자에게 있어 호기심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라며, 어린 학생들이 과학을 전공하기에 앞서 자신이 어느 정도 호기심을 갖고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수행하고 있는 리보솜 연구에 대해 그녀는 ‘생명 이전의 것을 밝혀내는 일“이라고 요약해 답변했다. ‘원시 리보솜’의 구조를 완전히 밝혀낼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고 본다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참고로 요나트 박사는 벵카트라만 라마크리슈난(Venkatraman Ramakrishnan) 박사, 토머스 스타이츠(Thomas A. Steitz) 교수와 공동으로 세포 내 단백질 합성기관인 리보솜의 3차원 입체구조를 밝혀낸 공로로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퀴리 부인의 영향 전혀 안 받아
퀴리 부인의 영향을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부인하고, 자신이 하고 싶어 했던 농업 대신 아닌 화학을 전공하게 된 것은 오로지 장학금 때문이었다고 답변했다.
아다 요나트 박사는 생화학분자생물학회 초청장을 받고, 200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올리버 스미시즈(Oliver Smithies), 200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쿠르트 뷔트리히(Kurt Wuthrich), 1989년 노벨 화학상수상자 시드니 앨트만(Sidney Altman)와 함게 한국을 찾았다.
다음은 요나트 박사의 기자회견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Q.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 ‘지상최대의 쇼’에 인터뷰한 내용을 보았다. 그 책에서는 진화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 하고 계시는 리보솜 연구가 진화론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가.
A. 진화라는 개념이 나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구의 주요 대상은 생명 이전의 것이다. 이 연구를 통해 진화 이전, 생명의 기원을 밝혀내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Q. 앞으로의 연구과제는.A. 리보솜은 보존성이 매우 강하다. 박테리아서부터 고등동물에 이르기까지 리보솜은 대부분이 오래 보존된다. 그렇다면 생명이 발생하기 이전의 단백질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오래 전에 리보솜이 있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지금 가장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그동안 밝혀낸 리보솜의 정밀구조를 활용, 병원균이 리보솜을 공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항생제를 개발하는 일이다. 그러나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은 ‘원시 리보솜’의 구조를 밝혀내는 일이다. 완전히 밝혀낼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고 본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Q. 리보솜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자전거를 타다 사고로 뇌진탕을 일으킨 적이 있다. 한동안 휴식을 취해야 했다. 이 때 많은 책을 읽었는데, 동면하는 북극곰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동면에서 깨어난 북극곰이 다시 활기를 찾기 위해서는 많은 단백질을 합성해야만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리보솜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동면하기 전에 활성화된 리보솜이 동면기간 동안 활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매우 정교하고 규칙적인 형태로 패킹(packing)돼 있어야 한다. 규칙적으로 배열된 리보솜은 기능이나 구조가 온전한 상태로 수개월간 그 상태가 보존된다.
그리고 (북극곰으로부터 얻은) 이 정보를 리보솜 연구에 활용했다. 리보솜을 규칙적으로 배열하는 방법을 생각해냈으며, 이 방법을 리보솜 연구에 적용했다. 결과적으로 이 방법이 리보솜의 비밀을 밝혀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Q. 박테리아에서 연구하기에 적합한 리보솜을 뽑아냈다고 들었다. 리보솜을 얻은 박테리아는 어떤 박테리아였나.
A. 베트남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인들이 현지의 물을 먹지 못하고 미국에서 물을 길어다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설사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으로 실어나르는데 몰두하고 있을 때 나는 베트남에서 설사를 일으키는 병원균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거기서 채취한 박테리아가 특이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떤 항생제를 사용해도 살아남는 박테리아가 있었다. 그리고 그 박테리아를 연구한 결과 다른 박테리아와는 달리 리보솜 구조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박테리아에게 있어 리보솜의 구조는 대부분 비슷하다. 다른 생물이나 인간의 리보솜과도 비슷하다. 그러나 리보솜은 주변 환경으로 인해 그 구조가 달라진다. 특히 항생제와의 관계에서 더욱 그렇다. 이처럼 생존력이 높은 리보솜을 사용해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Q. 여성 최초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퀴리 부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들었다.
A. 잘못 알려진 것 같다. 영향을 받지 않았다. 나는 가난한 동네에서 태어난 젊은 시절을 힘들게 살았다. 병든 어머니를 돌봐야 했다. 때문에 대학에 들어갔지만 학비가 모자랐고, 어떻게 해서든 장학금을 받아야 했다.
원래 나는 농업을 전공하려 했다. 그러나 우수한 학생이 너무 많아 장학금 타기가 매우 힘든 분야였다. 할 수 없이 장학금을 받기 쉬운 화학 분야를 선택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화학을 전공하고 있다. 아직도 나의 마음속에는 농업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다. 지금까지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웃음)
Q. 노벨상을 수상을 위해 노력을 해왔는지 궁금하다.
A. 노벨상을 탈 때까지 나는 노벨상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었다. 노벨상에 대해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젊은 과학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노벨상을 수상하는 것보다 연구에 몰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Q. 지금까지 놀라운 연구업적을 이룬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비결은.
A. 호기심이다. 어린 시절부터 호기심이 많았다. 궁금한 것을 해결했을 때 정말 ‘신나는 기분’을 느꼈다. 이런 느낌이 나의 경우만은 아닐 것이다. 다른 과학자들 역시 호기심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호기심이 많은 어린 학생들에게 “과학을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Q.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A. 해외에는 우수한 한국 출신 과학자들이 매우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많은 과학자들이 해외에 그냥 머물고 있으며, 한국으로 돌아오려고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한국의 과학기술이 발전하려면 이런 우수한 과학자들을 한국으로 불러 모아야 한다.
Q. 미래 과학기술에 대한 전망은.
A. 특정 분야가 아닌 모든 분야의 과학이 급속히 발전할 것이다. 분야 간의 융합 현상도 확산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과학에 있어 뿌리가 되는 것이 기초과학이다. 기초과학의 성과에 따라 미래 과학이 어느 정도 발전할 수 있을지 추정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이 기초과학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주기를 바란다.
Q. 여성 과학자로서 힘든 일은 없었는가.
A. 많은 분들이 비슷한 질문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나의 대답은 분명하다. 여자로서 힘든 일은 전혀 없었다. 나에게 있어 어려웠던 일은 수시로 직면하는 난제들이었다. 거의 매일같이 새로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 이강봉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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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0-05-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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