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애니메이션의 음악은 이야기 긴장감을 높이거나 감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삽입된다. 간혹 음악을 전면에 내세운 경우라도 대부분 음악을 소재로 한 이야기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음악 애니메이션 ‘하하’는 음악적 구조에 스토리텔링을 입혔을 뿐만 아니라 음악을 시각화해 소리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창작자인 ‘라미’ 씨를 만나 실험적인 음악 애니메이션 ‘하하’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 음악 애니메이션 ‘하하’에 대해 설명해 달라.
음악 애니메이션 ‘하하’는 음악 구성을 이용해 여름 이미지를 영상화한 작품이다. 음악은 숙명가야금연주단이 ‘모차르트 심포니 25번 1악장’을 편곡해 연주한 곡을 사용했다. ‘하하’의 전체 스토리는 태양에서 태어난 앵무새의 여름나기이다. 세상 밖으로 나온 앵무새는 타버릴 듯한 더위와 싸우기도 하고 때론 비바람에 쓸려 물속을 여행하기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앵무새는 자연에 적응하고 어우러지면서 여름을 보낸다. 그리고 다시 태양으로 돌아간다.
- 왜 이 곡을 선택했나.
‘모차르트 심포니 25번’은 17세의 모차르트가 청소년기의 느낌 그대를 담아 만든 곡으로 강렬한 여름을 표현하기에 안성맞춤인 음악이다. 예전에도 ‘가야금 3중주를 위한 파헬벨의 캐논’ 음악으로 겨울 이미지를 영상화한 경험이 있다. 당시에는 가야금이 겨울의 조용한 여백의 미를 담당했다면 이번에는 긴장감과 강렬함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같은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지만 포인트가 되는 악기가 상반된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이어서 나름 새로운 시도라는 생각이 들어 선택하게 됐다.
- 음악의 구조를 이용하여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들었다. 자세한 설명을 해 달라.
짧은 스토리이지만 구성이 여섯 가지로 세분화될 만큼 촘촘하게 만들어졌다. 먼저 도입부는 당김음을 이용한 시작을 알리는데, 이때 튀는 빗물이 영상화됐다. 제1주제부는 강렬하고 빠른 속도의 음악을 여름의 작열하는 햇빛으로, 부드러운 선율과 후반의 격렬한 경과부는 여름하면 생각나는 즐거운 놀이를 이야기로 만들었다. 제2주제부에서는 유머러스한 선율이 나오는데, 유쾌하게 물속을 여행하는 앵무새를 그렸다. 재현부와 마무리 부분은 도입부의 패턴 이미지를 사용해 음악의 색채화를 꾀해 봤다.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이지만 음악 마디마다 또 다른 이야기를 담았다.
- 음악의 색채화라는 부분이 독특하다. 어떤 방식인가.
음악의 구조를 프로그램화 시켜 보면 여러 대의 가야금 소리를 라인별로 음높이를 분석할 수 있다. 그래서 같은 음역대를 하나의 색깔로 통일해 작품에 이용했다. 예를 들어 스토리가 흐르는 내내 A음일 때는 노란색, B음일 때는 파란색, C음일 때는 빨간색 등을 사용해 눈으로도 소리를 볼 수 있게 했다고 할 수 있다. 영상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아예 음악을 패턴화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귀로 음악을 듣는 순간 색깔이 연상되기도 한다.
- 어떻게 이런 실험적 작업을 됐나.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노먼 맥라렌 작가 때문이다. 그의 작품을 보면 독특하고 재미있다. 노먼 맥라렌은 오스카상을 포함하여 100여 개가 넘는 국제적인 상을 받은 애니메이터다. 특히 사운드 트랙의 영상화, 사운드와 이미지 간의 결합과 운율을 강조하는 추상 애니메이션 등 창조적이고 실험적인 작업을 통해 애니메이션의 지평을 넓힌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오스카 피싱어의 작품에서도 영향을 받았다. 오스카 피싱어는 애니메이션에 있어 작가주의를 태동시킨 인물로 음악과 영상화면을 시각적으로 구성하는 작품 활동을 많이 했다.
- 앞으로 포부나 계획을 밝혀달라.
혹시 ‘마다가스카3’ 애니메이션을 봤나? 음악과 서커스 이미지를 정말 잘 조합해 만들었다. 색깔 역시 음악과 잘 조율돼 환상적인 느낌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이런 작업을 해 보고 싶다. 꼭 애니메이션이 아니더라도 음악적 소재를 가진 공연에서 음악의 느낌을 그대로 시각화할 수 있는 무대를 연출해 보고 싶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어플도 만들어보고 싶다. 이제는 음악을 시스템적으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음악을 시각화하는 작업이 어렵지 않다. 이 기획이 실현된다면 음악이 색깔이나 이미지로 표현되기 때문에 청각장애인도 휴대폰만 있으면 음악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김연희 객원기자
- iini0318@hanmail.net
- 저작권자 2012-07-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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