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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희 객원기자
2012-07-03

드라마 '유령', 알고 보니 탁민성 교수에게 듣는 페이스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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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수사대를 소재로 한 드라마 ‘유령’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유령’에는 사이버 수사대 경찰인 김우현(소지섭 분)과 천재 해커 박기영(최다니엘 분)이 나오는데, 원래 친구였던 이 둘은 한 스타의 죽음에 연루된다.

자살로 위장된 이 죽음에 의혹을 품고 사건을 해결하던 중 둘은 다시 조우하게 되지만, 그들이 만난 장소를 누군가 폭파시키면서 김우현은 죽게 된다. 폭발물로 인해 온 몸을 모두 붕대로 감아야 할 만큼 심한 화상을 입은 박기영은 김우현의 얼굴로 페이스오프를 하고 사건의 전모를 밝히려고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박기영의 얼굴을 김우현의 얼굴로 완벽히 바꿀 수 있을까?

화상피부를 과거와 똑같이 만들어낼 수는 없어

▲ 서울순천향대학병원 성형외과 탁민성 교수 ⓒiini0318
서울순천향대학병원 성형외과 탁민성 교수는 “현실적으로 드라마 ‘유령’ 속의 페이스오프는 어렵다”고 단언했다. 화상은 정도에 따라 흔적이 미미할 수 있지만 심할 경우 괴기영화의 괴물처럼 울퉁불퉁 일그러진 모습이 된다.

탁민성 교수는 “수술이 필요 없는 치료 기술은 많이 발전되고 있다”면서 “특히 요즘 새살이 빨리 돋아날 수 있도록 인공진피를 이용하거나 성장인자를 만들어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인공진피는 동결건조나 방사선 처리를 해서 이물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어 항원성을 없앤 제품이다. 우리 피부에는 결합조직에서 중요한 세포인 ‘섬유아 세포’라는 것이 있다. 이 세포들은 인공진피 속으로 들어가 새로운 콜라겐 등을 생성해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인공진피와 뒤섞인다. 즉 인공진피는 그대로 생착되는 것도, 제거되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조직들과 섞여 우리 몸의 조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탁 교수는 “인공진피는 말 그대로 진피이지 겉으로 보이는 표피 살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는 피부는 예전 그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성장인자를 이용한 치료도 세포를 빨리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이 또한 피부를 과거의 상태로 되돌리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화상을 입을 환자들은 흉터를 덜 남기기 위해 피부이식을 한다. 하지만 피부이식의 경우 자체 색깔이 달라 티가 난다. 아무리 자신의 피부라 하더라도 얼굴과 허벅지의 피부는 두께도 다르고 색깔도 다르다. 같은 부분의 피부를 떼어내 붙인 경우에도 약간의 색소 침작은 발생하게 된다. 한마디로 원래 피부와 똑같은 피부는 구할 수가 없는 셈이다. 따라서 박기영이 본연의 깨끗한 얼굴로 돌아오는 것은 현실성과는 거리가 먼 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페이스오프’ 수술은 혈관까지 이어줘야

수술을 해야 하는 심한 화상인 경우는 거의 대부분 자기 피부를 이식한다. 세포가 살아 있는 타인의 조직을 이식하게 되면 거부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럼 타인의 피부를 이식하는 ‘페이스오프’는 어떻게 가능한 걸까.

탁민성 교수는 “‘페이스오프’는 피부이식이 아니라 피부와 하부 혈관구조를 포함한 조직의 혈관을 자르지 않고 이동시켜주는 수술인 피판술의 일종”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페이스오프’를 하게 되면 피부가 괴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혈관을 찾아 이어줘 피를 통하게 해줘야 한다.

그렇지만 ‘페이스오프’ 수술을 했다고 해서 모두 기증자의 얼굴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드라마 ‘유령’에서 박기영은 ‘페이스오프’를 한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얼굴로 재건 성형수술을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이목구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 설정도 현실성이 없지만 ‘페이스오프’였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기증자의 얼굴을 가져왔지만 수술 받는 사람과의 얼굴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조직을 자르고 맞추는 작업이 이뤄진다. 그 결과 ‘페이스오프’를 한 사람은 기증자의 얼굴도, 과거의 자신의 얼굴도 아닌 새로운 얼굴을 가지게 된다.

‘페이스오프’는 장기이식 수술과 닮아

탁 교수는 “‘페이스오프’는 많은 성형외과 의사들이 해보고 싶어 하는 수술이어서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아직은 풀어야 할 난관이 많다”며 “특히 합병증이나 부작용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성형수술이 발달해서 다양한 성형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수술은 합병증이나 부작용의 위험을 어느 정도 갖고 있다. 이슈가 되고 있는 양악수술도 성형수술의 일부이지만 상악동맥 같은데서 출혈이 발생되면 생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물며 ‘페이스오프’수술은 어떻겠는가. ‘페이스오프’는 콩팥, 신장, 간이식을 하는 것처럼 거부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조직을 붙이는 것이다. 따라서 신체기관을 이식 받은 사람들과 똑같이 면역억제제를 평생 먹어야 하기 때문에 합병증과 부작용의 위험은 더 커진다고 할 수 있다.

법적인 부분은 아예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술의 기준조차도 정해져 있지 않다. 신부전증 환자라면 법적으로 이식이 허용되지만 얼굴 기형과 모양을 바꾸기 위해서 ‘페이스오프’를 할 수는 없다. 쉽게 말해 조직 이식은 질병의 문제인데, 안면은 질병 관계를 정의 내리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안면 역시 뇌사 상태일 때, 바로 떼다가 붙여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신체기관보다 기증자 찾기가 더 어려울 수도 있다.

탁민성 교수는 “‘페이스오프’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수술은 아니지만 제기된 문제들이 해결된 완전한 ‘페이스오프’ 수술이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연희 객원기자
iini0318@hanmail.net
저작권자 2012-07-0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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