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부천 웹툰융합종합센터 컨벤션홀에서 ‘2025 웹툰 아카이브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웹툰 아카이브의 미래전략’을 주제로 웹툰 산업의 급성장 속에서 기록과 아카이브를 어떻게 구축하고 확장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신도 깊은 논의가 이어졌다.
기조발제와 세 개의 주제발표, 종합토론으로 구성된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학계, 산업계, 도서관·기록정보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웹툰 아카이브의 표준화와 자동화, 산업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아카이브는 문화의 미래를 여는 기술’, 기록의 본질 강조
기조발제를 맡은 최연구 건국대 문화콘텐츠커뮤니케이션 겸임교수는 아카이브를 단순한 저장 행위가 아닌 사회적 기억을 구성하는 기술적·제도적 장치로 정의했다. 그는 인류 문명사에서 기록과 미디어 환경이 함께 변화해 왔다는 점을 짚으며 웹툰 아카이브 역시 기존 문헌 중심 기록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매클루언의 저작 ’미디어는 메시지다‘의 관점을 인용하여 웹툰을 ‘참여형 디지털 미디어’로 규정하며, 완성된 작품 파일만을 저장하는 방식으로는 웹툰의 문화적 맥락을 보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콘티와 시나리오, 수정 이력, 플랫폼별 연재 방식, 독자 댓글과 밈, 공유 기록 등 창작과 소비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 전체가 아카이브 대상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디지털 시대에는 결과보다 과정이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며, 웹툰 아카이브가 기록 선택과 재맥락화를 통해 지식 체계로 기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록 없는 문명은 미래 없다”, 웹툰 기록이 웹툰의 진화사 될 것
문경수 과학탐험가(국가유산청 자연유산 전문위원)는 20여 년간의 탐험 경험을 바탕으로 기록의 본질적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화산 지층과 빙하 코어, 화석 등의 자연유산을 설명하며 “자연은 수만 년에 걸쳐 데이터를 축적해 온 거대한 아카이브”라고 말했다.
문 위원은 스발바르 종자 저장고와 NASA 아카이브 사례를 통해 기록이 단순한 보존을 넘어 미래전략을 설계하는 원천 데이터로 기능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종자가 미래 식량의 기반이 되듯 웹툰 아카이브는 K-웹툰 산업의 종자 저장고가 될 수 있다”며 “지금 기록하지 않으면 한국 웹툰의 진화사는 훗날 복원할 수 없게 된다.”고 경고했다.
특히 웹툰 산업이 데이터 기반 분석 단계로 진입한 상황에서 플랫폼별 트랜드 변화나 장르 진화 역시 원천 데이터 없이는 분석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저장에서 분석으로”… AI 기반 웹툰 아카이브, 산업·정책 인프라로 확장
두 번째와 세 번째 발제에서는 웹툰 아카이브가 AI·빅데이터 기반 산업 인프라로 어떻게 기능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어졌다. 발표자들은 공통적으로 웹툰 아카이브가 단순 보존 단계를 넘어 분석·활용 중심의 데이터 허브로 전환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정수 문화누리도서관 관장은 AI 시대 문화콘텐츠 아카이브의 구조적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아카이브는 더 이상 형태의 변화가 아니라 데이터 구조와 서비스 방식의 변화”라며, 웹툰과 웹소설, 영상 콘텐츠처럼 매일 대량 생산되는 디지털 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메타데이터 표준화와 구조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AI 자동 태깅, 추천, 스토리 구조 분석 기술을 활용할 경우 웹툰 아카이브가 창작 지원과 교육, 정책 수립까지 연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활용을 위해서는 저작권 보호와 데이터 학습 기준, 민관 협력 거버넌스 등 제도적 기반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발제에서 서범강 웹툰산업협회 회장은 웹툰 아카이브의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장르·지역·규모별 산업 구조 분석과 지원 정책 설계, 불법 유통 대응은 모두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축적을 전제로 한다”며, 웹툰 아카이브를 산업 연구와 정책 설계의 기초 인프라로 규정했다.
서 회장은 특히 ‘웹 콘텐츠 UCI’와 ‘웹툰 아카이브’를 비교하며, 식별 코드 중심의 관리 체계만으로는 작품의 예술적 가치와 창작 맥락을 보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해상도 원본 파일과 시나리오, 콘티까지 포함하는 웹툰 특화 아카이브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웹툰 산업의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진단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공공 두뇌(Public Brain)”라고 표현했다.
두 발제는 웹툰 아카이브가 AI 기반 분석과 산업 활용을 통해 ‘저장소’에서 ‘전략 인프라’로 전환돼야 한다는 점에서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웹툰 아카이브가 구축될 경우, 창작·유통·정책·연구 전반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제시됐다.
“웹툰 아카이브, 선택 아닌 필수… 국가 차원에서 설계해야”
종합토론에서는 웹툰 아카이브를 둘러싼 현실적 과제와 추진 조건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패널들은 웹툰 아카이브 구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표준화·법제도·거버넌스·재원 구조 없이는 지속 가능한 운영이 어렵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특히 플랫폼 중심으로 축적돼 온 웹툰 데이터의 특성상, 공공 아카이브 구축 과정에서 민관 협력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제시됐다. 토론자들은 끝으로 웹툰 아카이브가 문화유산 보존을 넘어 산업 연구, 정책 평가, 창작 환경 개선까지 연결되는 국가 문화전략의 핵심 인프라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 김현정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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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5-12-2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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